흔히 '탈가정 청소년'이라고 하면 거리를 떠돌며 지친 기색이 역력한 청소년의 얼굴이 떠오르실 텐데요. 물론 탈가정에는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과 생활방식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충분히 '자립 가능한 개인'이라는 거죠. 하지만 한국은 청소년이 사회적/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청소년 노동 착취가 가장 만연하게 행해지는 곳 중 하나는 바로 특성화고의 현장 실습인데요.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이들은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안전보건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해요. 근로시간 준수와 휴식은 물론,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감독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죠. 특성화고에서 강조하는 취업률은 특히 학교의 실적 평가와 직결되기에, 학교 측에서는 현장실습 참여 업체를 최대한 많이 받아들인다고 해요. 그로 인한 노동 착취와 안전사고는 온전히 학생 개인의 몫인 거죠.😡

사회는 집을 나온 청소년에게 묻습니다.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뭐해?” 

 또한 사회는 일하는 청소년에게 묻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뭐해?” 

저는 질문이 바뀌어야 정책이 바뀐다고 믿어요. “집으로 돌아가세요"가 아니라 “갈 곳은 있으세요"라고 묻는다면, 정책의 방향도 ‘원가정으로의 복귀’가 아닌 ‘자립’이 되겠죠. “학생이 공부 안 하고 뭐해요"가 아니라 “일하면서 불편한 건 없어요?”라고 묻는다면, 청소년도 학생 신분에서 나아가 ‘근로자'로서 당연하게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번 3월 동안 뉴스레터를 쓰면서 앞으로 ‘나이 질문’은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나이와 성별, 이런 질문을 들으면 왠지 내 나이대로, 성별대로 행동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더 다양한 질문들, 너무나도 참신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질문들이 세상에 아주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정책도 다양해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