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슬아슬한 윤석열 영웅 서사

 조셉 캠벨의 '영웅 서사' 이론을 요약해 표현한 그림. [위키피디아]
 요즘 가는 자리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기대, 우려, 추측이 뒤엉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퍼진 어제는 한 원로 법조인으로부터 “영웅 만들기에 (공수처가) 일조를 하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 전 총장을 괴롭히는 게 결과적으로는 그를 돕는 것이라는 분석 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고대훈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윤석열 대망론의 조력자들’이라는 칼럼(지난 2월 7일 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의 86 운동권 세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권력의 품에 몸을 던진 판사와 검사’를 조력자로 꼽았습니다.

 영웅 서사 이론의 선구자 격인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1904∼1987)은 ‘영웅의 여정’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시ㆍ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 영웅 서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그림이 그 모델입니다. 이를 간추려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잠재력을 가진 어떤 이가 어떤 일을 계기로 남다를 운명을 맞게 됨→그의 능력을 키워줄 스승(멘토)을 만남→일반적이지 않은 세상으로 진입→크고 작은 도전과 시험의 상황으로 단련됨, 적과 동지가 생김→그가 명운을 걸고 맞서야 할 최강의 적(거대한 괴물 등)이 나타남→죽음 앞까지 몰리다 그 적을 물리침→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선물을 가지고 귀환.

 이를 윤 전 총장에게 대입해 보면 이런 구조가 됩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검사의 길을 걷다가 ‘국정 농단’ 수사 책임자가 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발탁으로 권력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조국 사태로 인해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단련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많은 사람이 그가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큰 과제 앞에 놓입니다. 이후의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웅 서사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영웅 재목이 아니었던 게 됩니다. 

 영웅 스토리에 꼭 필요한 게 자기희생을 무릅쓴 모험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전입니다. 한국의 대통령으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납치 살해 위기를 맞았고,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생명을 걸고 ‘권력 카르텔’이라는 괴물에 맞섰습니다.  
 
 자기희생이 없는 영웅은 개념 자체가 모순입니다. 아마도 두 총리 출신  대선 주자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영웅의 여정이 아니라 순탄한 실력자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주인공이 정신적, 육체적 고난을 겪고 고통받는 장면을 보며 그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서사에 빠져들게 됩니다. 고통과 좌절은 우리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버 ‘라이너’는 최근에 낸 책 『철학 시사회』(중앙북스)에 사람들이 영웅 서사를 갈구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반드시 영웅일 필요는 없습니다. 유능한 행정가여도 됩니다. 하지만 지금 윤 전 총장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그가 ‘난세를 바로잡을 영웅’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조력자들(조국 전 장관 등)’ 활약을 포함해 주변 조건도 훌륭합니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좌천으로 한직을 전전했고, 조국 사태 이후에 ‘식물 총장’이 되고 직무정지 상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큰 인기 속에서 법조인, 학자, 정치인을 두루 만나며 지내고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고품격의 윤택한 삶입니다. 어떤 자기희생이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를 믿고 따른 후배 검사들의 시련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건곤일척의 도전을 하려는 것인지도 모호합니다. 그래서 이 영웅 서사의 미래가 위태로워 보입니다.

 공수처의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핀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더 모닝's Pick
1. 공기업 영업익 70%,인건비 21%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평균 영업이익이 70% 감소하고 인건비는 21%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자 공기업은 5개에서 17개가 됐습니다. ‘탈원전 직격탄’을 맞은 7개의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경영 상황이 특히 나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건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임금 인상과 공공부분 고용 확대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현실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2. 이건희ㆍ이준석 메시지와 한국 외교
 1990년대에 이건희 회장이 사흘 밤을 새우며 영화 ‘대부’를 본 일화를 김현기 순회특파원이 소개합니다. 이 회장이 대부 등장인물이 함축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모습을 꼼꼼히 봤다고 합니다. 이 회장은 정제된 표현 구사를 리더의 소양으로 여겼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주장은 일관성이 있습니다. 김 특파원은 한국 정부가 이 회장과 이 전 최고위원처럼 외교적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3. "문 대통령 도쿄올림픽에 안 간다"  
  청와대 담당 기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다음 달 23일의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북한이 불참하는 데다 일본이 홍보 지도에 독도를 그려 넣은 것 때문이라네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올 경우엔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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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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