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경기자 #메르스 #바이러스

시사IN북 뉴스레터
5월 연휴를 앞두고 전국의 인기 숙소 예약이 동이 났다는군요. 한때 반값 아래로 떨어졌던 항공권 값도 정상화되고요. 꾹 참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던 이들은 이런 소식을 들으며 분노하거나 허탈해 하는 반응입니다. '벌써 이래도 되나?'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고요.

5년 전을 돌아보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메르스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한국사회를 할퀴고 간 뒤 전문가들은 경고했습니다. '금년 가을이든 내년이든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라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애써 무시했죠. 오랜 기간 불안감을 감내하고 살아가기에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니까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사IN>은 매주 금요일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소개해 드리는 책들이 초유의 팬데믹 시기, 삶의 중심을 잡아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전염병이 또 올 것이기에… 


메르스 사태 인터뷰 기획팀· 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펴냄 
 

“이번에 겪은 일을 그냥 잊고 지나가면 안 됩니다. 
금년 가을이 될 수도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고,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어요. 
의료는 물론이고 국가 시스템, 공공기관, 국민의 민낯까지 다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알았으니 이걸 바탕으로 다음을 대비해야 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가 말했다.
 
5년 전 반성이었다.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낸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돼가던 즈음이었다. 지승호 전문 인터뷰어와 의료인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감염내과 전공의, 임상 의사, 예방의학 전문의,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활동 의료인들은 서로가 겪고 느낀 메르스 사태에 대해 두서없이 의견을 쏟아내다가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역 중소병원장,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응급센터장, 인문의학자, 빈곤의료 운동가, 예방의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18명을 추가로 불러 모았다. 각자 자리에서 경험한 후회와 반성, 깨달음을 인터뷰해 책에 담았다. 이른바 ‘메르스 사태 최전방에서 돌아온 의료인들의 증언’이다.

이 책은 2016년 5월20일 첫 쇄를 찍었다. 메르스 전시(戰時)를 지나, 아무도 감염병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던 시기였다. 일상을 회복한 다음에는 처절했던 순간을 복기하는 일이 고통스럽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기자부터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나면 더 이상 코로나19 기사를 쓰기 싫다. 쳐다보기도 싫고, 그저 어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유혹을 떨쳐내고 공중보건 위기에 의료계와 사회의 대응을 되짚어본 의료인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5년 뒤 그보다 더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나마 ‘더 나은 처음’이 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서도 이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로운 전염병이 또 우리 앞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변진경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수학의 쓸모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더퀘스트 펴냄    

“AI 시대, 우리는 여전히 수학이 필요하다.”   

미국의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부터 중국의 바이두와 알리바바까지 글로벌 최대 기업이 수학과 코딩 부문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비서로부터 영상인식 알고리즘,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의 추천 엔진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의 AI 기술에 수많은 수학적 접근방법이 정교하게 들어가 있다. 
미국의 ‘수포자’ 학생들을 매혹시켰던 두 교수가 자신들의 강의 방식을 그대로 구현한 책인 만큼 수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세계에 충만한 불확실성에 대해 이럭저럭 괜찮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배우거나 AI의 기본 개념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감염 도시  
스티븐 존슨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  

“도시 문명을 위협할 상대는 두 가지, 핵무기와 전염병이다.”   

1854년 영국 런던 브로드가를 중심으로 콜레라가 창궐했다. 전염병학도, ‘세균’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제대로 된 처방 없이 수백 명이 단시간에 죽어나갔다. 
존 스노 의학박사와 헨리 화이트헤드 목사는 콜레라의 발원지를 찾아 나선 역학 선구자였다. 이들은 붐비는 거리와 빈민촌에 드러난 삶과 죽음의 패턴을 분석하고, 런던에 식수를 제공하는 회사의 자료를 모아 ‘감염지도’를 만든다. 그들의 공으로 브로드가의 펌프가 비극의 원인으로 지목된 순간은 공중보건사의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과학저술가인 스티븐 존슨이 1854년 8월28일부터 9월8일까지 런던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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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21세기에 모든 사람이 일할 만큼 일자리가 충분할까?’ 내 답은 ‘아니다’이다.”  

코로나19발 실업이 시작된 지금, 기술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걱정은 한가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은 경제와 노동시장을 바꾸고 있다. 이미 자동화로 인해 농업과 제조업에서 필요한 인력이 크게 줄었다. 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모든 사람이 일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베일리얼 칼리지 경제학과 선임연구원인 저자는 기술적 실업이 경제적 번영을 가져오리라 본다. 대신 그 번영을 어떻게 나누고, 기술 대기업의 정치적 힘을 어떻게 제약하며, 일거리가 줄어든 세상에서 삶의 의미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난관을 가져준다고 지적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비채 펴냄  
 
“도대체 버터밀크가 무엇이기에 책 속 아이들이 그토록 맛있게 꿀꺽꿀꺽 들이마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내게도 버터밀크는 중대한 미스터리였다. 아마도 분유에 매우 가까운 맛이 아닐까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곤 했다. 영미문학 번역가인 저자가 작품 속 존재하는 ‘문학적 음식’을 다룬 책의 목차는 메뉴판처럼 꾸려져 있다. 역시 제일 먼저 펼친 페이지는 버터밀크를 다룬 270쪽이었다. 앗, 버터밀크가 버터를 만들고 난 뒤 남은 액체라니! 톡 쏘는 냄새와 시큼한 맛이 특징이라는 대목까지 연달아 읽는 동안 “몸속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비밀의 화원〉 주인공 메리에 대한 이해도 자연히 깊어진다. 
어린 시절에는 다 알 수 없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어른이 되어 헤아려보는 경험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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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와 <외롭지 않을 권리>의 저자가 만났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가 진행중인 팟캐스트를 통해서인데요.

본래 <외롭지 않을 권리>를 쓴 황두영 작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동반자 법과 관련된 책을 쓰는 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책에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이기도 했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마지막 챕터('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내 가족입니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오죠. 

이처럼 서류에서 분류되지 않는 관계가 분명 현실에 존재한다. 

만일 내가 지금 어딘가 갑자기 아프거나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부산에 사는 연로한 어머니를 불러오기보다는 바로 곁의 동거인에게 보호자 역할을 맡길 것이며 
나 역시 간병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병원에서 서류를 작성할 때 그냥 '친구'보다 서로 더 책임과 의무를 지는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생겨난다면 우리와 친구의 경우를 다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생활동반자' 같은 건 어떨까.  

서로가 서로를 호명하며 마침내 만나고야 만 두 저자,
김하나×황두영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는 팟캐스트와 기사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 알고 계신가요?

서울의 동네서점 25곳이 뭉쳤습니다. 
서점지기들이 5월 한 달 동안 직접 25개의 북클럽을 운영한다는군요. 
30일간 서점지기들과 함께 '읽기 미션'을 따라가다 보면 <사피엔스>에서 동양 고전까지, <빨강머리 앤>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까지 평소 마음만 있지 읽을 엄두를 내기 어렵던 책도 가볍게 완독할 수 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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