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에도 탈 디젤 바람 분다

가솔린 2.0ℓ 터보엔진을 장착한 지프 신형 랭글러. FCA코리아 제공

강한 힘과 높은 연비로 디젤엔진을 많이 사용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도 ‘탈 디젤’ 바람이 불고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화재까지 빈발하면서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의 SUV 판매량은 모두 29만194대였다. 이 가운데 디젤 모델은 20만5598대로, 전체 SUV의 70.8%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SUV 디젤엔진 비율 가운데 최저치다.

5년 전인 2013년 디젤 SUV 비율은 95.7%나 됐다. 하지만 디젤엔진을 사용한 SUV 비중은 매년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에는 75.8%까지 떨어졌다. 올 7월에는 70%를 겨우 넘겼지만 내년 이후에는 60%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SUV를 비롯한 모든 차량에서 디젤엔진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배출가스를 규제하는 환경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SUV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카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 수소차 같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투입하고 있다. 기아차 니로만 해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세 가지 ‘심장’을 소비자 기호대로 구입할 수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도 내놓았다.

전과 달리 가솔린엔진을 사용한 SUV 보급이 늘어난 것도 디젤 SUV 비중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과거 SUV는 오프로드 전용이 많아 강한 힘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토크가 상대적으로 큰 디젤엔진이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SUV 트렌드가 도심형으로 바뀌면서 굳이 강력한 토크가 필요치 않게 됐다. 힘보다는 정숙성과 진동 저감이 SUV가 갖춰야 할 새로운 ‘덕목’이 되면서 가솔린엔진을 사용하는 SUV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가솔린엔진도 부족한 힘은 터보차저 등을 이용해 보완함으로써 굳이 시끄럽고 진동이 심한 디젤엔진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 최근 급성장한 소형 SUV 세그먼트의 디젤 비중은 같은 기간 코나 21.5%, 트랙스 20.7%, 티볼리 27.4%로 준중형, 중형, 준대형에 비해 크게 낮다. 준중형 이상 SUV도 아직은 디젤 비중이 커지만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투싼은 5년 전 98.7%에서 90.9%로, 스포티지는 98.9%에서 88.7%로 디젤엔진 비중이 줄었다. 르노삼성차 QM6는 최근 3년간 디젤 비중이 최초 100%에서 가솔린이 나오면서 30.1%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연비와 강력한 힘을 내세우던 SUV 디젤 모델이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음과 진동 면에서도 가솔린 엔진에 비해 불리한 점이 단점으로 부각되면서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면서 “준중형 이상 모델에서도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모델이 추가될 경우 디젤 비중은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