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 Moon, 을지 스트레치필름 블루/

안녕하세요, <중심잡지>의 에디터 릳(a.k.a. RD)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정신을 차리니 벌써 3월도 중순, 새해의 1/4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계획했던 일들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볼만한 시기인 것 같아요.

<중심잡지>도 올해 새롭게 계획한 콘텐츠들을 이제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독자님들이 어떻게 보아주실지, 자못 기대가 되기도 해요. <중심잡지>는 올해 매주 금요일에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더 재미있고 알찬 이야기들을 들고 찾아오도록 할게요! 

이번 호에는 2021년 새롭게 시작한 바까의 [작가의.노트]가 새롭게 선보입니다. 매 주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작가가 스스로에 대해 일문일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재미있게 보아주세요. 그럼 <중심잡지> 18호, 시작합니다!

#WR Moon 

Pigeon, 2020, Oil on canvas, 116.8 x 91 cm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존재해 온 예술가들은 규정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다. 예술가들은 심리적 유대 안에서 동조할 수 있는 준거집단이 명확하지 않기에, 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버티면서 맞닥뜨렸던 내외부의 이물감들은 쌓이고 뭉쳐 결국 오묘한 빛을 내게 된다. 십여 년 동안 프랑스에 거주했던 WR Moon 작가가 복합적인 매체를 통해 뿜어내고 있는 빛을 관찰해보자.

작품 속에 나오는 ‘비둘기’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표현된 작가의 형상물이다. 유화로 채색된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색이 변하는데, 유화 속 기름이 빠져나와 캔버스의 나머지 하얀 부분을 오염시키며 원래의 빛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 얼굴에 주름이 잡히듯, 여드름이 없어지듯, 작품은 서서히 시간을 담아낸다. 이 작품 안의 비둘기는 살아가고 있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현대’를 표현한다.

#을지 스트레치필름 블루

을지로 철의 거리를 걷다보면, 철제 가구들이 도로변에 무심히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풍경과 대비되어 반짝이고 있는 새 철제 가구들이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은 투명한 푸른 빛의 필름으로 감겨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스트레치 필름’입니다.

스트레치 필름은 현장에서 ‘방청랩’이나 ‘포장랩’으로 불리는데 LLDPE(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Linear Low Density Polyethylene)라는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이 소재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강도와 가공성은 물론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소재로, 비닐 제작에 특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음식을 포장하는 랩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특성은 조금 다릅니다. 다양한 금속에 대해 장기간의 방청(防錆 : 금속의 표면이 녹이 스는 것을 막음)이 가능한데, 외부의 먼지나 오염 및 수분으로부터 금속이 부식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또 잘 붙게 하기 위해 점착성(粘着性 : 끈끈하게 착 달라붙는 성질)이 있는데, 필름을 제거하면 끈적임 없이 즉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옷 중에서 스트레치 기능성 바지는 잘 늘어나서 우리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 특성이 있죠. 스트레치 필름으로 금속제품을 포장할 때 조금씩 늘어나면서 착 감기는 그 느낌, 그리고 제거할 때 끊김없이 깔끔하게 뜯어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을지로의 금속기술자들도 제품을 출고하기 직전, 필름으로 제품을 감쌀 때 비로소 완성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합니다.

을지로의 금속기술자들이 만들어낸 멋진 스테인리스 스틸 가구들은 세련된 빛깔의 스트레치 필름에 둘러싸여 을지로를 떠납니다. 가구들이 마침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귀하게 쓰이고 행복을 주는 사물이 되기까지, 스트레치 필름은 그 여정의 동반자이자 환상의 콤비가 됩니다. 흠집과 녹으로부터 철을 지키는 소중한 파랑 갑옷, 바로 이번 주 을지의.색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는게 많은 몰라입니다. 이번 주 을지예술센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소하지만 리얼한 소식! 지금 바로 보시죠.^^ 
첫 번째 소식 : 을지예술센터, 사무실 배치 변경했지만 마음에 들지않아 지인 앙탈

대부분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면 나 자신과의 약속으로 대청소를 마음먹곤 합니다. 을지예술센터도 예외는 아니지요. 지난 기획회의 안건으로 사무실 배치를 변경하자는 의견을 제안한 지인

맨 처음 을지예술센터가 만들어질 때 공간을 뚝딱뚝딱 직접 만들어냈던 바까는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공간의 효율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지인을 만족시켜야 하는 큰 시험을 마주하게 된 것이죠. 다음 날 바까지인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여 자리배치를 새롭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책상을 옮기고 배선을 새로 배치하던 바까는 그만 손목 부상을 입고 맙니다. 안 괜찮지만 괜찮습니다. 지인의 만족을 위해서라면요.

그러나 다음날 변화된 사무실 구조를 본 지인. 그녀는 분노 섞인 앙탈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사무실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온몸을 다 해 불만족을 표현합니다. 줄자를 미친 듯이 들고 다니며, 공간과 구조를 다시 고민합니다. 지인은 짱구입니다. 아무도 못말리지요. 

두 번째 소식, 몰라 책상을 두고 잔소리 심각

을지예술센터 사무실에는 책상이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사람들이 공존합니다. 특히 몰라의 책상은 상당히 더럽습니다. 하지만 몰라는 자신의 책상 위 물건들에는 모든 규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상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지인바까의 눈에는 몰라가 미덥지가 않습니다. 사무실 배치를 새로 하면서 몰라의 옆자리 짝꿍이 된 바까몰라의 책상이 더욱 거슬렸나봅니다. 

“쌓여있는 문서들을 알맞게 정리하면 업무를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해체주의를 추구하는 것 역시 포스트모더니즘에 걸맞고 창의력의 발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넌 정말 멋진 예술가야.”라며 바까몰라에게 한 마디 건냅니다. 

몰라는 황당함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바까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인이 다가와 또 한 마디를 보탭니다. “거봐 몰라, 책상 정리 좀 하라고 했지!!” 몰라는 두 시어머니 사이에서 앞으로 어떻게 사무실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고달픈 몰라.

Ep.05-2 나 사실 외계인이야! + 청계상영회 도슨트 풀버전

지난주 유쾌했던 《청계상영회 온*오프라인》전 도슨트 맛보기에 이어~~ 풀버전의 도슨트를 준비했습니다! 아니 진지하게 도슨트를 하려고 했는데, 에그머니나 몰라가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지 뭡니까~어쩌면 지구를 넘어서 우주인들까지 모두를 위한 도슨트를 하는 마음씨 착한 몰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어보시길 바라요!

         ☺ 전시명을 클릭하시면 전시정보를 보실 수 있어요!

# 다음호에.만나요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중심잡지>가 작년과 다른 콘텐츠, 다른 디자인으로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필자들과 함께 열심히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혹시 바뀐 <중심잡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고 싶은 것들이 있으시면, 아래의 피드백 버튼을 꾸욱 눌러주세요!

이제 낮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자칫 옷을 두껍게 입고 나온 날에는 땀이 나기도 할 지경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부터 느껴지지요. 갑자기 거리에서 반팔과 반바지를 목격할 때는 깜짝 놀라곤 합니다.

모쪼록 환절기 조심하시고, 날이 화창하게 맑은 날에는 을지로도 한번 들러주세요. 을지예술센터에서도 곧 새로운 전시가 시작될 예정이랍니다. (한창 뚝딱뚝딱) 그럼 오늘도 여기까지,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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