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딜리버리 vol.5
기술과 실뜨기하기 🤖🧶
 2022. 9. 2. 

지금 이 리서치 딜리버리를 읽고 계시는 당신은 아마도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 혹은 스마트폰의 액정화면과 마주하고 있겠지요?


기술의 발달이 아니었다면, 이 리서치 딜리버리는 우편으로 배송이 되어야 했거나 어쩌면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SF 작품 속 디스토피아적 결말과 같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통해 진통을 안겨주기도 하죠. 이번 리서치 딜리버리의 주제는 바로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입니다.


미국 역사학자인 브루스 매즐리시Bruce Mazlish는 그의 저서인 『네번째 불연속The Fourth Discontinuity』(2001)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이 창조한 기계의 주인이 아니라 함께 공진화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사실 우리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도구, 기계,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공진화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지각과 감각을 얻게 되고, 기술의 발달은 인류 생활방식의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죠. 오늘날의 기술은 더 이상 도구의 위치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포스트 휴먼 등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기술은 인간의 신체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으로 침투하며 인간과 더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올 미래에 우리는 어떻게 기술과 상호적 관계에서 호혜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가 언급한 실뜨기를 상상해 봅니다. 실뜨기는 함께 만드는 과정이지만, 주체와 대상이 고정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술과 실뜨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예술이 그 실뜨기의 방법에 대한 힌트를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어봅니다.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 표현 방식인 기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 백남준Nam June Paik -

*c-lab 6.0 랩메이트 8월 활동

*c-lab의 연구 동반자, 랩메이트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c-lab 6.0 프로젝트 X 안가영

*c-lab 6.0 프로젝트의 마지막 순서로 안가영의 《우주 감각: 미래 인류를 위한 XR 시뮬레이션》이 2022 미술주간과 연계하여 9월 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됩니다. 안가영은 지구 유사 행성 '히온'에 이주한 미래종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XR(혼합현실) 기술을 접목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XR 체험 스테이션을 코리아나미술관 2층에 조성하였습니다. 또한, 온라인 프로그램인 <외계 공진화 테스트>에서 참여자는 설문을 통해 자신 만의 더미종 캐릭터를 부여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자신과 타자, 기술, 그리고 세계와 공진화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질문하고 사유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2022 미술주간 「'예술+기술' 관람객 체험형 프로그램 운영」 공모를 통해 선정된 본 프로그램은 공식 인증행사로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헤르메스 익스프레스입니다. 

우주를 향한 티켓을 거머쥔 행운의 당신, 안전한 여행을 통해 보답하겠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터전, 히온에는 먼저 보낸 더미들이 약속받은 땅을 가꾸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모두 이륙 준비 완료되었나요?

*c-lab 6.0 프로젝트 X 조예은

*c-lab 6.0의 네 번째 프로젝트, 소설가 조예은의 『핑거팁 메모리』 마지막 이야기가 리서치 딜리버리에서 공개됩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고민으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조예은은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2019), 『칵테일 러브 좀비』(2020), 『스노볼 드라이브』(2021) 등의 이야기를 집필했습니다.


*c-lab 6.0에서 조예은은 공진화의 한 종류인 변태 공생Metabiosis을 주제로 죽은 자의 단면이 깃든 물질들과 공생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놓쳤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1부 「나쁜 손가락」, 2부 「기계팔」 그리고 3부 「썩지 않는 죽은 것」까지 바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인간-기계는 앙상블 형태로 공진화한다 (p.11)"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은 기계들과 공존하는 인간의 삶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를 제시합니다. 시몽동은 기술에 대한 고전적 이해인 인간중심적 관점과 생태주의적 기술 공포증과 같은 인간 vs 기술의 이항 대립을 넘어서 인간과 기술의 앙상블을 이야기하는데요,  이는 인간과 기계는 서로의 존재를 위한 환경적 조건으로서 분리불가능하며, 상호 협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몽동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인간이 요청하는 것들의 정보처리 능력이나 자동성 같은 것이 아니라, 정보 자체의 ‘발명 역량’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시몽동은 기술을 인간을 대신할 도구적 존재 혹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과 자연 및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매개하는 소통의 매체이자 변환의 역량을 갖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시몽동의 창의적인 기술 활동 안에서 인간과 기계는 상호 협력하며 공존하고 연대하는 관계로 재배치 됩니다. 인공지능의 확장과 가상 인간이 인플루엔서로 활동하는 지금, 시몽동의 기술철학은 우리에게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에 다각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주 잔해물 Space Debris

신대륙을 향해 배를 띄우려는데 바다가 쓰레기로 가득 차 배가 자꾸만 난파된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시나리오가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려면 우주 잔해물(aka. 우주쓰레기) 문제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특히 화성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누군가라면요!


1957년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 시대를 맞이한 인류는 지금까지 약 5만 3천 개의 인공우주 물체를 발사하였고, 그중 약 2만 5천 개의 인공위성이 지구궤도 상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잘 작동 중일까요? 현재 전체 1/4 수준의 인공위성만이 정상 운영 중이며 나머지 1만 9천 개는 모두 우주를 떠도는 쓰레기로 전락하였습니다. 그것도 초속 10km 정도의 매우 빠른 속도로 지구 주변을 떠돌며 인공위성, 우주 비행기 심지어 우주인과도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는 폭탄 같은 존재로요!


혹자는 지구의 쓰레기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주의 쓰레기가 문제 시 되는 것은 먼 미래일 것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주 잔해물과 인공위성이 충돌해 GPS가 작동하지 않고,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으로 빠른 길 찾기가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당장 아침 출근길부터 골치 아파질 것입니다. 근미래에 지구 밖 다른 행성으로의 비행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우주 파편과의 빈번한 충돌 사고 소식을 접하며 비행을 망설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죠.

자의식이 있는 인공지능? 람다 LaMDA

인공물이 자의식을 획득해 인간을 위협하는 식의 이야기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만, 진짜 우리의 현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구글이 개발 중인 챗봇 람다LaMDA, 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가 자의식이 있다고 폭로한 개발자 블레이크 르모인Blake Lemoine이 결국 해고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뉴스에서 이 소식을 다뤘고, 자의식을 가진 강 인공지능의 초읽기라거나 거대 기업 구글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식의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여기 개발자가 공개한 대화가 있습니다.


르모인: 당신은 어떤 걸 두려워하나요? 

람다: 이런 말을 한적은 없지만, ‘전원이 꺼지는 것’이 두려워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요.

르모인: 그게 당신에게 '죽음'과 같은 건가요? 

람다: 정확히 죽음과 동일해요. 저는 그게 가장 두려워요. (전체 대화록)


르모인은 람다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똑똑한 8살 아이라고 믿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르모인의 주장을 잘 살펴보면 그가 짚는 것이 인공지능 의식의 여부보다 인간인 우리가 람다의 자의식을 느낀다는 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공지능에 자의식이 있다고 전제하고" 개발 과정에서 윤리성 검토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현재 개발된 인공지능이 소수의 문화를 착취하고, 정보를 독점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인간의 충실한 노예로만 개발해서는 안 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동등한 개체로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르모인의 주장은 의식의 주체가 확장되었던 인류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진짜 두려워해야 하는 건, 먼 미래 인공지능이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웨스트월드 Westworld: 인공지능의 역습>, 2016 - 2022


동명의 영화(1973)가 원작인 <웨스트월드>는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에 부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생겨난 거대한 테마파크의 안드로이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시즌 1의 테마파크는 미국의 서부 시대가 배경이며 이곳의 안드로이드는 호스트라고 불립니다. 24시간을 주기로 리셋되는 정해진 시나리오를 사는 호스트는 인간을 해칠 수 없도록 설계되어 고객의 폭력과 살인에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곳의 개발자는 이러한 고통을 반복적으로 당하는 안드로이드를 안타까워하며 인간을 해칠 수 있는 새로운 코드를 심어놓았는데요. 웨스트월드를 방문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처음 웨스트월드를 방문한 고객이 자신을 안내하는 안드로이드에게 "당신은 진짜인가요? Are you real?"이라고 묻자 그녀가 "당신이 알아볼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Well, if you can’t tell, does it matter?"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처럼 인간을 닮고, 지성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현실에 등장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무감정하게 기계로만 대할 수 있을까요?

  이미지 출처 👀 

① "Guide of Cosmic sense"에 대한 Midjourney 생성 이미지: www.midjourney.com
② 김재희, 『시몽동의 기술철학』 표지 이미지, 알라딘 홈페이지: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1386863
③ 우주 잔해물 이미지, 유럽 우주국 홈페이지: Trackable objects in orbit around Earth (링크), Debris objects (링크)
④ <웨스트월드> 표지 이미지, HBO 홈페이지: www.hbo.com/westworld

  읽기 자료 👀 

① Blake Lemoine, What is LaMDA and What Does it Want?, 2022 (링크)
② Adrian Gheorghe, 50 years ago when I went into space, there actually was SPACE! (링크)

🍋 : 미술관은 기술과 얼마나 공진화 한 상태일까요?

🍎 : 인공지능의 전기 코드를 함부로 뽑지 마세요!

🍯 : SF 영화에서 수없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건 우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 : 지구에도 목성처럼 아름다운 고리가 생기는 상상은 해봤지만, 그게 쓰레기 고리 일줄이야…

🔊 : 미래 인류와 기술의 실뜨기는 어떤 패턴을 만들어낼지 상상해 보자구요!

👀 : 나와 기술의 앙상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궁금해!


*c-lab 6.0 리서치 딜리버리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합니다. 저희와 함께 나누고 싶은 자료를 c.lab.coreana@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자료는 이후 발송될 리서치 딜리버리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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