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2022년 3월, 나란히 섬 45

지난 일요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모르는 번호가 휴대폰에 뜹니다. 전화를 받으니, 떠듬떠듬 "선생님, 어디입니까?"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지난해, 이주민 백신 접종을 진행하며 센터 가까이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들에게 위급한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개인 연락처를 알려주었습니다. "센터인데, 무슨 일이 있냐?"라 물었습니다. 하루 종일 몸살과 기침으로 고생을 했는데 나아지지 않아 전화했다 합니다. 발걸음을 돌려 이주민의 집을 찾습니다. 문을 사이에 두고 접선이 이뤄집니다. 

문고리에 위의 물품을 걸고, 휴대폰으로 자가검사키트 사용법이 담긴 동영상을 전송합니다. 양성이 나오면 당장은 상비약 외엔 방법이 없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비닐봉지에 담긴 키트가 문고리에 달립니다. 15분을 기다립니다. 결과는 다행히 한 줄, 음성입니다.

 

   H 씨가 오늘은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유행 상황은 누가 언제 감열 될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 증상이 약해졌다 하나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두려운 존재입니다. 사실 H 씨에게 이보다 더 무서운 게 있습니다. 방역 대응 관련하여 정부의 단속이 유예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불심검문이나 신고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습니다. 혼자 관공서인 보건소와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자가키트검사로 양성이 나오거나, 감염이 의심스러운 이주민과 일요일에 선별검사소를 동행합니다. 오미크론 확산 이후, 등장한 셀프 대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주민이 많습니다. 더욱이 미등록 이주민에게 스스로라니요.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은 미등록이주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바람일 뿐입니다. 한 이주노동자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이 관객과 대화에서 자신이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나 마흔이 넘었지만, 한국에선 열 살 아이와 같다 하더군요. 물론, 나이가 어린 사람은 설되다는 의미는 아닐겁니다. 이주민은 지낸지 몇년이 되어도 한국 생활에 서투르다는 비유일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유창한 한국어로 표현하는 이주민에게도 한국살이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불법'이라 낙인찍혀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민이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각자도생 시대에 혼자 서겠다며 세상에 나온 이주민이 있습니다. 미등록 상태인 미혼모로 3살 된 아이의 어린이집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어린이집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이가 3월 2일부터 어린이집에 등교하여 오늘로 한 달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전할 입학 선물을 고민하던 차, 한 후원자의 연락이 왔습니다. 이 후원자는 작년, 이 가정에 대한 지원을 고민하던 와중에 때마침 정성을 건네셨습니다. 주신 손길을 이 가정에 잇대겠다 말씀드리고 긴급생활비를 지출했는데, 올해도 때맞춰 후원해 주셨습니다. 작년에 지원했던 가정의 아이가 입학한 일을 알리고, 후원금으로 보육료를 내겠다 했습니다. 후원자와 이 가정이 인연이면 인연인지라 만나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시면 식사할 자리를 갖자 제안했고, 양쪽 다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혼자 살아야 하는 시대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다는 현실을 이렇게 눈으로 보게 됩니다. 후원자님들과 지지자님 덕분에 저희 센터가 혼자 설 수 없는 이주민 옆을 지킬 수 있습니다. 주시는 정성과 마음 허투루 흘리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혼자 서려는 이주민에게 전할 수 있도록 충실히 노력하겠습니다.

2월 후원자 명단
단체후원금
공덕교회, 삭개오작은교회, 서울제일교회 루터회, 아산에이전시, 우리정공, 청암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노회, 향린교회, 트립티

개인후원금

- CMS
Gudgeon Dan George, 강정범, 고유화, 길재형, 김경곤, 김광래, 김귀주, 김명종, 김병관, 김병호, 김봉미, 김연숙, 김영선, 김영옥, 김영호, 김유석, 김은숙, 김은희, 김익곤, 김준환, 김지원, 김현택, 김희숙, 남기창, 남혜정, 노미경, 명노철, 명노현, 박경태, 박상필, 박선희, 박우동, 박정미, 배창욱, 서동옥, 서미란, 서미애, 서은주, 석철수, 신광일, 신기호, 신상석, 신정민, 심영택, 안세원, 안은미, 염영숙, 오민석, 오상철, 오선희, 유광주, 이명주, 이미연, 이상임, 이애란, 이에리야, 이용관, 이용자, 이은아, 이은진, 이정희, 이준호, 임창헌, 장근혁, 장형진, 장혜진, 전창식, 전현진, 전혜향, 정금주, 정동영, 정영진, 정재헌, 조성근, 조성백, 조은아, 차경애, 차현숙, 채향숙, 최광수, 최은선, 최헌규, 한상희, 한수연, 한정숙, 현정선

- 통장입금
김수곤, 김영미, 이수빈, 윤보숙, 채수일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서기 위해 1997년 9월 2일 창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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