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편집장 인터뷰

우리 사회는 몇 차례 환경의 역습을 당했다. 가습기 살균제, 여성용품, 화장품, 물티슈 등 일상 용품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 다중이용시설, 회사 사무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반(反) 환경 물질들이 검출된다. 여기에 바깥으로 나가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등 곳곳에서 반환경적인 것들과 마주한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에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친환경 기업과 친환경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해본다. [편집자주]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오경 기자] ‘완전히 아름다운 세상’보다는 ‘조금 더 나은 지구’를 위한 작은 발돋움을 내딛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잡지 ‘오보이!’의 김현성 편집장이다.

◇ 100%는 무수한 1%가 모여 만든다

패션사진작가이자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은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가졌다. 이상보다 현실을 좇는 그는 100%에 도달하는 것이 의미있는 것이 아니라, 설령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달성하려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는 자세로 세상을 대한다.

‘오보이!’는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잡지다. 패션사진작가가 동물과 환경을 위한 잡지를 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직업 자체가 소비를 조장하는 일이기도 하고, 종종 가죽으로 된 제품을 찍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과 동물복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패션과 문화에 대한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오보이!’가 ‘환경전문잡지’ 혹은 ‘동물복지에 대한 잡지’가 아닌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문화잡지’로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 있어 오보이를 집어들었다가 환경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오보이!’를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내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라고 말한다.

그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에게 이게 맞으니까 이렇게 해야 돼’라는 식의 명령과 강압적인 태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작은 관심을 환기하고 작은 실천을 유도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패션사진작가인 그는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드는 의미’에 더 가치를 둔다. 100% 온전하게 환경과 동물을 지킬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만큼 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기에 그가 속한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 작더라도 확실한 ‘실천’을 한다.

그는 “하루에 도축당하는 동물의 숫자나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한 끼 채식하고 한 철 에너지를 아끼는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모피광고는 지양하고 있으며 유행을 좇는 의류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의 옷들을 주로 촬영한다. 화보의 경우도 화려하거나 연출된 세트장에서 억지스러운 표정연기를 요하는 사진보다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단순함을 담은 타임리스 의류의 화보를 선호한다.

이처럼 ‘오보이!’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현명한 소비’에 대해 말한다. 김 편집장은 “물론 안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오보이!’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좀 더 신중한 소비생활이 무엇인지,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려 힘쓴다”고 말했다.

‘오보이!’는 ‘방송매체 혹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잠재적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혹은 마케팅에 휩쓸려 물건을 구매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값싸고 수명이 짧은 소비로부터 오는 행복이 아닌, 오랫동안 한 물건을 간직하고 사용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오보이!' 김현성 편집장.(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 문제는 ‘정답’이 아닌 ‘선택’으로부터

김 편집장은 갈등, 논쟁 등 모든 문제의 출발이 정답이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진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선택으로부터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난을 하거나 꾸짖는 등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내릴 때, 옳고 그른 것보다는 ‘더 나은 것’을 좇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빠’ 혹은 ‘소는 먹는데 개는 왜 못 먹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틀리다’고 외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 같은 말을 한다. 이 때문에 정답과 오답이라는 이중의 잣대로 이들을 설득하려 하거나, 그들에게 가서 꾸짖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문화라는 이유로 나쁜 문화를 계속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문화라는 이유가 주장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논리는 아니다. 인류애적으로, 또 상식적으로 크게 봤을 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문화라는 결론이 난다면 이를 바꿀 수 있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좀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건 우리 문화야’라는 문장으로 방어하려는 태도는 논리적이지도 못할뿐더러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보이!’가 독자들에게 환경과 동물복지를 말하는 방식도 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동일하다. ‘오보이!’는 보다 완곡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이 세상의 못난 부분을 부각하기보다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실천하게끔 유도한다.

또 이 같은 유도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이 생명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보이!’의 역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 오보이에 실린 내용을 보면, 부정적인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서 부정적인 글이라는 것은 김현성 편집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글을 말한다. 그는 “항상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지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방법이 ‘변화’를 도출해내는데 보다 높은 가능성을 가질 수는 있어도, 강경하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제 스타일이다. 비록 효과가 미비하고 그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좀 더 확실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특히 동물이나 환경이슈의 경우, 이 같은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 혹은 동물복지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백날 그 중요성에 대해 외치더라도 ‘나는 네 말에 반대해’라든가 ‘나는 관심없어’라는 말이 되돌아오는 순간 상황은 종료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는 혁명 혹은 갈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소통 방식, 더디더라도 명확한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동물과 환경이슈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오보이!'.(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오보이!'.(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해

세상에는 옳고 그른 것도 없고 온전히 좋고 온전히 나쁜 것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진리로 이끌고 나가서는 문제해결에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게 김 편집장의 생각이다.

편집장일때도, 사진작가일때도 늘 동물복지를 생각하고 환경을 보호하려 애쓰는 그가 채식을 한 지도 수년째다. 그는 “채식을 하면서 너무 엄격한 잣대로 본인을 압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부터 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다’던가 ‘100% 채식만 의미 있다’고 여기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제풀에 지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진보적이거나 바른 행동을 하면 별종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고, 고기가 먹고 싶어질 때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바꾸려면 서로 답답하겠지만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그는 상대방에게도 채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만적이라든가 의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등의 비판을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하고, 그 한계를 넘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나를 계속해서 한계 이상으로 푸시하다보면 포기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줄이려는 태도’ 혹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최선이 곧 문제해결의 첫 단추라는 것이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칭하는 김 편집장에게도 물론 ‘이상’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생명체가 고통받지 않는 것.’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욕심은 인간이 해낼 수 없는 꿈이기 때문에 성취할 수 없는 것을 이루려 타인까지 괴롭히기보다 이를 받아들이고 내 능력의 범위 안에서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편집장은 진지한 시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더라도 심각한 태도로 임하지는 않는다. 환경·동물잡지라기엔 흥미롭고 패션잡지라기엔 ‘착한’ ‘오보이!’가 10주년을 맞이한 것도 그의 이 같은 유연한 자세가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을 두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물 흐르듯 내버려 두는 스타일인 그는 “치열하게 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치열한 사람이었다면 ‘오보이!’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물론 현실적인 계획들을 마련하기는 하지만 쉽게 절망하고 좌절하고,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욕심으로 목표를 이루려고 덤비지 않는다”고 했다.

'오보이!'.(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오보이!'.(권오경 기자)2018.9.29/그린포스트코리아

◇ 패션사진작가 김현성, ‘고통없는 세상’에 초점을 맞추다

패션사진작가 김현성의 카메라는 ‘고통없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해와 갈등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그는 인생을 살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그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동물을 보호하고 지구를 보호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적인 안락함을 추구하기보다 지구의 환경과 동물의 복지를 위하는 그이기에 인생의 기쁨과 쾌락보다 분노와 슬픔을 많이 가졌을 것 같지만 김 편집장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확한 시선을 가졌다. 그는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좌우명, 신념따위를 만들어 본 적도 없다”면서도 “단 한 가지 생각하고 사는 것은 고통스러운 생명을 보는 것이 괴롭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보이!’가 10년을 맞이하기까지 가장 보탬이 됐던 것또한 그의 마음에 자리한 이 같은 ‘이타심’ 덕분이다. 그의 시간과 생각, 실천, 노력들은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수렴했다. 김 편집장은 “이타심이라는 것은 누군가 주입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내면에 형성되는 것 같다”면서 “내가 가진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오보이!’를 10년동안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 또는 가족의 행복,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을 바란다. 그건 나한테도 동일하다. ‘오보이!’를 통해 동물복지와 환경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타심에서 우러난 일이기도 하지만 타인 혹은 동물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에 결국엔 내가 좀 더 행복해지고자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2019년이면 ‘오보이!’는 10주년을 맞는다. 김현성 편집장은 창간기념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 중이다. 우선 환경재단과 함께 독자들로부터 고양이 사진을 받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양이들의 사진들은 잡지에 소개되며 오는 11월에 이 사진들을 엮어 동영상을 만들고 서울극장에서 ‘고양이 영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roma2017@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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