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기자 #바이러스행성 #칼짐머

[주말에 뭐 읽지]  2020-11-27 #35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시사IN 최예린  

바이러스학은 아직 초창기에 있다  

칼 짐머 지음, 이한음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2009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한 실험에 착수한다. 우선 실험 참가자 10명에게서 가래를 모았다. 이 가래에서 DNA 조각을 뽑아낸 뒤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실험 참가자들의 가슴에는 온갖 종류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었다. 그때까지 무균상태라고 여겨졌던 사람의 폐에선 한 사람당 평균 174종에 달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 가운데 90%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낯선 바이러스였다.

저자 칼 짐머는 이 실험을 소개한 뒤 이렇게 쓴다. “바이러스학은 아직 초창기에 있다.” 이 문장에 그냥 밑줄도 아닌 ‘물결무늬’ 밑줄을 그었다. 〈바이러스 행성〉을 읽은 건 코로나19 취재를 시작한 지 9개월째에 접어들 무렵이었다. 전문적인 과학· 의학 지식을 이해하고 기사로 쓰는 것도 어려웠지만, 동시에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과학이 ‘물음표’ 버튼을 누르면 답을 내주는 지식 자판기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발견의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바이러스학이 초창기인 이유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크기”와 관련이 있다. 소금 알갱이의 한 변에 피부세포는 10개, 세균은 100마리를 늘어세울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무려 1000개를 세울 수 있다. 1932년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고 나서야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라는 병원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제 우리는 원인 미상의 감염병에 에이즈, 에볼라, 사스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저자 칼 짐머는 〈시사IN〉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칼 짐머는 11월30일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기조 강연을 한다). “우리에게 비록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없지만, 우리는 최소한 우리의 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김연희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논리의 기술
유지니아 쳉 지음, 김성훈 옮김, 
열린책들 펴냄 

“증명하려는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해 있으면 그것을 증명할 수 없다.” 

스스로 ‘순수 수학자’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딱딱한 제목을 붙여 내놓은 책이지만, 펼쳐보면 예상과 좀 다르다. “너는 절대로 청소 안 하잖아” 같은 일상의 말부터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논란 등 익숙한 사례를 중심으로 다룬다. 책은 각 명제를 해체해 논리에 부합하는지 검증하고 항상 옳은 말만 하려면 어떤 기술을 사용하면 되는지 가이드한다. 저자가 논리라는 도구의 한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적인 말이 전하고자 하는 바에 귀를 닫아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 그렇다고 논리를 등한시하는 건 “자전거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로 자전거를 버리는” 격. 짧고 격한 말을 좇는 SNS 시대, 소통의 기본 규칙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책.
 
에드거 앨런 포, 삶이라는 열병
폴 콜린스 지음, 정찬형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 

“포의 재능은 시에서도 드러났다. 아니, 시에서 특별하게 드러났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1845년 발표된 ‘갈까마귀’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다. 시 속 주인공이 대사를 끝낼 때마다 까마귀가 대답한다. “이제 끝이야(Nevermore).” 미국에서 이 대사는, 대중매체에서 까마귀와 관련한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함께 딸려 나올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시를 발표하기까지 번번이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고, 발표된 이후에도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다.
‘갈까마귀’의 작가는 에드거 앨런 포. 추리·공포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시문학의 선구자로 더 유명하다. 한편 복잡한 사생활과 알코올의존증 문제 등으로 인한 ‘미친 천재’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 폴 콜린스는 에드거 앨런 포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의 굴곡진 인생을 돌아보았다.
 

마녀 엄마
이영미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엄마나 잘 살자.”  

독서와 철인3종을 즐기는 〈마녀체력〉의 저자가 이번엔 엄마로서의 성장기록을 책으로 냈다. 첫 책을 출간한 뒤 엄마나 주부로 살기도 바쁠 텐데 직장까지 다니며 언제 운동을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일단 양가 어머니의 헌신이 있었고, 그가 택한 최선의 부모 노릇은 “엄마나 잘 살자”라는 마음이었다. 
아이를 향해 불쑥 올라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걷는 법을 천천히 배웠다. 본인의 몸부터 단단해지고 넓은 세상으로 손을 내밀며 깊은 영혼을 지니는 데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아이를 키운 줄 알았는데 아이가 나를 키운 셈이다’. 
육아에 대한 조언은 차고 넘친다. 저자는 좀 다른 조언을 한다. 아이 삶에 쏟아붓는 에너지를 조금 거두어내라고 말이다. 

 책 자세히 보기 >>  

집을 쫓는 모험
정성갑 지음, b.read 펴냄  

“돈이 썩었는갑다. 염병을 한다.”  

15년간 여섯 번 이사를 했다. 엄마 집, 아파트, 빌라, 한옥…. 잡지사 기자와 디자인 매체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는 이사 다닐 때마다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했다. 남는 게 하나 없는 잦은 이사였다. 지인이 혀를 끌끌 차며 한 말이다.
부동산 투자 성공기가 아니다. 한번은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거의 산 가격 그대로 매물로 내놓았다. 매매 다음 달부터 아파트 값이 미친 듯이 뛰었다. 6억원가량 시세 차익을 눈앞에서 놓쳤다. 화병으로 얼굴에 열꽃이 피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사연, 상황, 위기를 헤쳐갔다. 지금은 서울 서촌에 1층 8평, 2층 6평, 3층 8평짜리 협소주택을 지었다. 돌아보니 “집을 찾는 모험은 나를 찾아가는 모험”이기도 했다. 다른 건축 에세이와 달리 이 책에는 사진 한 장 없다.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책 자세히 보기 >>  
책 읽는 독앤독

인천 책방산책

“꼭 책방을 해야 해? 밥집은 안돼?”

홍지연 대표가 낡은 주택가 놀이터 앞에 동네책방을 내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말렸다고 합니다. "꼭 책방을 해야 해?" 하면서요😨 4년이 지난 지금, 동네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책방 문을 밀고 들어와 마실 물을 찾습니다. 참고로 창 너머 나무가 보이는 곳이 바로 놀이터라네요😀

  신종 바이러스가 언론을 만났을 때

전 세계 모든 언론이 같은 주제로 기사를 써야 했던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 보도는 독보적이었습니다. 왜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보도에서 기억될 단 하나의 언론이 되었을까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이끈 칼 짐머의 이야기를 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들어보세요. 칼 짐머는 <진화><바이러스 행성><기생충 제국>으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과학 칼럼니스트입니다.

*일시:11월30일 오후 5시~8시
*중계방식:온라인 생중계(사전신청은 여기
확진자 숫자가 결국 500명을 넘어섰습니다. 거리에도, 지하철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오늘 소개해드린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을 처음 접한 2년여 전이 생각납니다. 당시만 해도 느긋한 마음으로 책갈피를 넘겼죠. 책 앞부분에 수록된 컬러풀한 바이러스 사진들을 보면서 감탄도 했습니다.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고 나서야 볼 수 있게 됐다는 이 바이러스란 놈들이 거의 추상화 뺨치게 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거든요.
 
<바이러스 행성> 번역본이 한국에 처음 나온 것은 2013. 그 뒤로 이 책은 여러 번 독자들에 의해 재발견됐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이미 눈 밝은 독자들은 이 책을 찾아 읽으며 메르스는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뒤늦게 책을 접한 저는 설마 메르스 같은 사태가 또 있겠어?’라고 방심하면서 화첩 보듯 이 책을 넘겼던 것이고요.
 
그리고 2020년. “지구에는 우주의 별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 2년 전에는 낭만으로 다가왔던 발문이 지금와서 보니 어찌나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지요...2020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기조 강연을 맡기로 한 칼 짐머는 미리 보내온 발제 영상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팬데믹은 진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요. 무슨 뜻일까요? "바이러스는 절묘할 만치 치명적이지만 몇 가지 가장 중요한 혁신을 인류에게 제공해 왔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은 11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될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잠시 시간을 내어 들러보시길요.  
  
뉴스레터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누르고 의견을 남겨주세요.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7곳과 함께 진행중인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 다양한 책과 책방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새로 합류한 친구책방 2곳 정치발전소(서울 마포구), 눈 맞추다(충남 서천)도 환영합니다😀

<시사IN> 뉴스레터를 아직 구독하기 전이라면 여기

💬 받은 이메일이 스팸으로 가지 않도록 이메일 주소록에 book@sisain.kr 등록해주세요.  
수신거부 원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주)참언론
webmaster@sisain.co.kr
카톨릭출판사 빌딩 신관3층 02-3700-3200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