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대표 정동윤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오랜만에 찾아온 맥집자입니다.

올해 유유는 책 출간 속도를 조금 늦추고 해 보지 않았던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유유책을 구독하는 독자님들께 ①단단한 유유책 한 권, ②책이 다루는 분야 전문가의 편지 한 통, ③담당 편집자의 편지 한 통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보름에 한 번은 궁금했던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두 시간 남짓한 녹취록을 풀어서 뉴스레터 보름유유를 발행하고 있지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 있는데, 그래도 좋은 건 독자님들을 직접 만날 다양한 통로를 저희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시작한 여러 가지 일들로 독자님들과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고 싶어요! 그러니 유유책과 뉴스레터, 저희의 활동이 재미있으시다면 좋아요도 마구마구 눌러주시고 멀리 널리 갈 수 있게 공유해 주세요.

오늘의 인터뷰이 역시 책의 다양한 통로를 찾고 만드는 사람입니다.

전자책·오디오북 출판공동체 롤링다이스를 운영하는 정동윤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 대표님! 저 이 인터뷰 되게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전자책·오디오북 시장을 잘 모르면서 괜히 경계하고 조금 부정적으로 볼 때가 있다는 걸 가끔 느끼거든요. 전자책 만들고 유통하는 일도 출판일이니까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사람들이 유독 전자책(업무, 시장, 독자 등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도 느꼈어요. 그렇잖아도 작은 파이를 더 잘게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대표님이랑 해 보고 싶었어요.

← 아, 네.


『독서신문』에 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잖아요. 몇몇 출판사 대표님들이 sns로 공유를 해 주셨는데, 그 글에 사람들이 댓글 단 걸 봤어요. “그래도 나는 종이책이 더 좋아!” 보통 이렇게 다셨더라고요. 롤링다이스에서 전자책 제작이랑 유통 일을 시작한 이후로 늘 겪는 일이에요. 전자책 매출이 늘면 종이책 매출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가끔 계신데……

→ 아니지 않아요?

← 네, 아니기도 하지만 종이책이 저자에게 인세, 출판사에 매출을 가져다주듯이 전자책도 인세와 매출을 발생시킵니다. 같은 책으로 같은 이익을 내는 거니까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어요. 지금은 베스트셀러도 종이책 판매량과 전자책 판매량을 합산해서 집계하니까 판매량에 따른 노출 효과 측면에서도 불리할 게 없고. 결국 하나의 콘텐츠가 얼마나 다양한 루트를 타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가닿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접근하면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접근 방식이 조금씩들 다른 것 같아요.


→ 그리고 아마 전자책리더기를 사용해 본 적 없는 독자들이 불편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 그럴 수도 있겠네요.

→ 저는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사면, 출판사에서 부록으로 찾아보기를 제공하지 않아도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이 단어가 이 책의 어느 위치에 나오는지, 몇 번 나오는지, 어떤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진짜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잖아요.

← 맞아요. 장점이 많죠. 리포트 쓰는 대학생 독자도 전자책의 색인 기능을 많이 활용하고, 논문 쓰시는 분들한테는 특히 더 효율적이에요.

→ 편집자는 가끔 ‘이 문장 출처가 이 책인 건 확실한데, 이 책의 어느 부분에 나와 있는지는 몰라’ 같은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거든요. 근데 책 만들면서 팩트체크는 무조건 해야 하니까 초교나 재교 볼 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막 뒤진단 말이에요. 한도 끝도 없어요😂😭 그럴 때도 전자책으로 찾으면 1분이 뭐야, 순식간에 끝나요.


←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 판매량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전략적으로 전자책은 좀 기다렸다가 낸다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면 전자책을 노출하기가 더 어려워져요. 종이책이 전자책 영향을 받는 경우는 적어도, 전자책은 종이책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종이책이 잘 안 팔렸을 때 한참 뒤에 전자책을 내면 전자책은 더 안 팔릴 가능성이 높아요.

저도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잖아요? 가끔 책을 책으로만 팔기에는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더 많은 독자, 더 다양한 독자를 만나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든 기존에 책과 접점이 없던 분야의 플랫폼에도 다리를 걸치고 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전자책이 되든 오디오북이 되든 원소스, 즉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게 바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제가 느끼기에, 이제 전자책까지는 종이책이랑 다르지 않게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꽤 많은데 오디오북은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책에는 반드시 읽기라는 행위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요. 오디오북은 일단 읽는 책이 아니라서 저도 처음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생각이 아직 제대로 정리된 건 아닌데……

←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디오북?

→ 저 정말 한참 듣고 다녔는데, 이상하게 어떤 건 귀에 쏙쏙 박히고 어떤 건 왼쪽 귀로 들어오자마자 오른쪽 귀로 나가 버리더라고요. 책 본문을 읽는 식의 ‘낭독형 오디오북’이 있고, 책 내용을 강연 형태로 읽어 주는 ‘강연형 오디오북’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그 차이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 분야에 따른 차이였나요?

→ 아니요. 분야도 아니에요. 대체 이게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하면서 몇 달을 들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어느 날은 문득 뭐 이렇게 무의미한 고민을 하고 있었나 싶은 거예요. 책도 어떤 건 잘 읽히고 어떤 건 안 읽히잖아요. 똑같은 거구나 싶었죠.


← 오디오북 주로 언제 들으세요?

→ 운전할 때요!

← 재밌는 사례가 있어요. 윌라에서 언제 오디오북을 가장 많이 듣는지 이용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더라고요. 결과 보고 저는 아, 그렇구나. 내가 생각했던 거랑 비슷하구나 싶었는데, 보시면 운전 > 대중교통 이용 > 운동 및 산책. 이 네 상황에서 사람들이 오디오북을 가장 많이 이용한대요. 공통점이 있지 않나요?

→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 이동이 동반될 때요. 이 이야기를 같이 들으시면 더 재미날 거예요. 코로나19 시작되면서 재택근무가 늘었잖아요. 그 시기에 국내 음원시장 이용량이 감소했어요. 사람들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하는 시간이 주로 이동할 때라는 거죠. 음악이랑 비슷한 거예요. 사람들이 음악 듣듯이 오디오북을 듣고 있어요. 고도로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걸 하면서 곁귀로 듣는 사람도 많고.

→ 아……?! 일상에서 음악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책으로 메울 수도 있게 될 거라는 말처럼 들려요.

← 그럴 수 있죠. 오디오북 시장이 점점 열리고 있어요. 지니뮤직에서 밀리의서재를 어떻게 보면 인수한 거잖아요. 주된 이유 중에 하나가 오디오북이었을 텐데, 그럼 이제 ai 스피커로 음악이나 영화 접하듯이 책도 접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 그렇겠네요?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됐을 때 장점이, 제 친구 중에 책 안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아예 읽을 마음이 없는 친구도 있고 읽을 시간이 없다는 친구도 있는데, 어느 날 보니까 걔네가 밀리의서재는 이용하고 있더라고요? 진짜 책을 듣기라고 하려고 가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걔네가 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걸지……

← 그러니까요. 저도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이 책 한 번만 읽어 보라는 얘기 진짜 많이 하고 다녔거든요. 귓등으로도 안 듣는데, 그 친구들이 밀리의서재에 가입이 돼 있는 거예요.

→ 설마 책 들으려고요?

← 아니요. 오디오북을 당장 듣는다는 건 아닌데, 사람들이 책 살 마음은 쉽게 안 내도 구독료는 쉽게 결제하잖아요? 최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 영화·드라마 서비스 하나. 이것저것 보고 들으면서 책에도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아, 근데 이런 얘기도 하고 싶었어요. 저 평소에 전자책 제작 의뢰할 때 대표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잖아요. 답을 너무 잘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왜 예전에 제가 전자책에도 차례 페이지 넣어달라고 말씀드렸을 때, 해 줄 수는 있는데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셨잖아요. 디자인이 들어간 차례 페이지는 아니더라도 상단이나 하단 클릭하면 차례는 언제든지 볼 수 있고, 그럼 불필요한 페이지 안 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도 있을 텐데, 그 사람들한테는 최소 다섯 번에서 열 번을 클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주는 거라고. 그렇게 이해시켜 주셔서 전자책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씩 높아져요.

← 그렇죠. 종이책과 전자책은 담고 있는 건 같아도 장단점은 각각 다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전자책에는 하이퍼링크 기능이 있잖아요? 종이책에 심어 놓은 QR코드가 전자책에서도 QR코드면 독자한테는 최소 두 개의 스마트기기가 필요해요. 근데 그걸 하이퍼링크로 바꿔 놓으면 본문에서 바로 다른 화면으로 이동할 수 있죠. 지도나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도 그 부분을 하이퍼텍스트로 설정해 놓으면 클릭하는 순간 바로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요.

→ 우와, 이런 거 꿀팁이네요. 제작 의뢰하면서 데이터 전달할 때 부탁드리면 되는 거예요?

← 네. 그리고 표지에 별색을 썼다면 별색 번호도 알려 주셔야 해요. 별색 번호를 모르면 표지 색깔을 종이책이랑 같게 구현할 수가 없거든요. 본문에 삽화가 있으면 최대한 해상도 높은 파일도 함께 전달해 주세요. 전자책의 삽화는 클릭하면 커집니다.


→ 편집자 입장에서 오디오북 제작이 결정됐을 때 어려운 점이 한 가지 있어요. 오디오북 원고! 저자가 쓰는 게 가장 좋은데 그걸 탈고하고 퇴고하고 출판까지 다 마친 저자한테 또 요청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말이야 하면 되는데, 마음이 아픈 거죠. 보고 또 보고 늘였다가 줄였다가 다시 쓰고 어쩌고 해서 편집을 마친 원고를 다시 보고 줄여야 하는 거잖아요.

← 그렇죠.

→ 책에 따라서 어떤 건 400매였던 초고를 500매로 늘려서 완성하기도 하고, 어떤 건 600매였던 초고를 400매로 줄여서 완성하기도 하거든요. 그럼 거의 200매를 쳐낸 저자한테 절반, 아니 반에 반으로 줄여달라는 말을 해야 하는 건데, 도저히 말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어쩌면 어떤 저자 선생님들께는 첫 오디오북이 괴로운 경험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어요.

← 네, 쉽지 않죠. 근데 아마 아실 거예요. 매체도 변하고 독자도 변하고 시장도 변하고 있는 걸 우리가 다 알잖아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은 각각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고, 그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당사자한테는 당연히 여러운 거고, 제가 저자라도 저한테 그 일이 닥치면 똑같이 어려울 것 같아요.

→ ㅋㅋㅋㅋㅋ


→ 저는 전자책 이용하면서 얻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엄마의 독서를 보게 됐다는 거예요. 엄마가 나이 드시면서 노안이 와 버렸으니 종이책만 보시기는 어려워하시거든요. 전자책은 글자 크기, 자간, 행간, 글자 모양, 색깔까지 다 조절할 수 있으니까 정말 편하게 보세요. 한 달에 몇 번씩 제 아이디로 로그인하셔서 보고 싶은 책을 사서 보시는데, 그러니까 두 사람이 산 책이 한 책장에 섞여요. 말이나 메시지로 주고받지 않아도 저는 엄마가 요즘 어떤 책을 보고 계신지 알 수 있고 엄마는 제가 요즘 어떤 책을 보는지 자연스럽게 아시게 돼요. 이게 저한테는 좀 감동적이더라고요. 엄마한테 권하고 싶은 책은 그냥 사서 전자책장 속에 넣어 놓으면 말 안 해도 엄마가 한 번쯤은 열어 보고. 저 어렸을 때 엄마도 저도 책을 엄청 좋아하거나 많이 읽지 않아서, 이런 경험이 새롭고 정말 좋았어요.

← 좋네요.


←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이 시장이 정말 너무 좋고, 책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책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게 너무너무 좋아요. 20대 때 책 보고 독서모임하고 저자 강연회 쫓아다니던 게 제일 많이 했던 일이거든요. 출판사에서 일하기 3~4년 전부터 『기획회의』를 보고 있었어요. (정말요?) 그러다가 문득 책 관련 일을 해 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울출판예비학교(SBI)를 알게 돼서 마케터로 일을 시작한 거거든요. 그렇게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일은 더 해 보고 싶고, 생각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장이라는 걸 출판 일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한테도 많이 말해 주고 싶어요.

다음 보름유유 예고🌓

새롭고 신선한, 그런 작가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미행스러운’ 작가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도서출판 유유
uupress@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