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저장될 3박 4일!

코로나19로 꼬박 3년 만에 다시 찾은 기타큐슈, 그곳에서 만난 조선가무단과 우리(남쪽) 문화 예술인과의 협업 공연은 함께 섞였다는 사실 그 자체로 완벽했다.

둘째 날 청상회, 셋째 날 호랑이86과의 만남은 새로움이었다. 이미 적지 않게 우리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일본에 왔고, 시민모임 봄의 이름으로는 2번째 방문이다. 그간 우리학교에 방문해 어려운 상황을 듣고 학생들과 짧은 만남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 사회에서도 우리의 뿌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젊은 동포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청년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누는 말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고, 부딪히는 술잔이 쌓여갈수록 우리의 우정도 함께 쌓여갔다.

다음 만남은 우리학교다. 처음 찾은 후쿠오카 초급학교는 예상과 같았다. 넓은 운동장과 대비되는 낡은 건물, 무상교육에 제외 이전부터 일본 정부의 우리학교에 대한 차별은 오래되었기 때문에 우리학교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했다. 불과 몇 개월 전, 등굣길에 조선인을 차별하는 문구의 찌라시가 뿌려진 것이다. 박광현 교장선생님은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차라리 분노하며 목소리라도 높였다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매우 담담했다. 담담한 말 속에서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이 반복되었을까. 그리고 자신의 세대에서도 경험해왔던 일이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만남은 아픈 역사와의 만남이었다. 오다야마 묘지와, 휴가 묘지. 강제로 끌려 온 우리 1세대 조상들이 당했을 그 고통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 조상의 혼이 깃들어 있는 그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리랑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지나간 3박 4일간의 여정 속에서, 내 머리속에는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왜 우리의 정치는 이 상황을 바꾸지 못할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