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채식러의 채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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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메일은 4월의 에코티 <건강> 3주차 뉴스레터입니다. 궁금한 점이나 관련 피드백은 하단의 링크를 통해 언제든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1. ECOTY NEWS 🌱

안녕하세요! 초보 채식러, 올리브입니다 :) 채식을 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사실 이 정도로 빠르게 육식을 끊을 줄은 몰랐어요. 환경에 관심이 생기고 조금씩 공부를 하면서 언젠가는 채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죠.

사실 저는 채식에 대해 굉장한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왠지 채식인들은 굉장히 까다롭고, 예민할 것 같았고(아닙니다), 채식하면 건강에 불균형이 생길 거 같았고(아님), 풀떼기만 먹어야 할 것 같았죠(응 아니야). 그래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채식을 미뤄왔습니다. 사실 저는 채식이 곧 '포기', '희생'이라고 생각했어요.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었고, 채식을 하게 되면 많은 걸 감내해야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아무튼 비건>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고, 공장식 축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어요. 그리고 공장식 축산이 항생제 내성 발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임을 알게 됐죠. 그로 인해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도요.

사진 :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새프런 포어, 민음사

"저렴한 고기를 빠르게 받고 싶어 한다"는 게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초래하는지 아시나요? 우리는 빠른 성장, 빠른 산란,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동물에게 수많은 항생제를 투여합니다. 인간이 항생제를 복용하는 과정은 까다롭지만, 동물은 매 끼니마다 약이 들어간 사료를 먹고 있어요. 우리는 항생제로 범벅된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우리 몸속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죠.

공장식 축산은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기업도 선뜻 변하려 하지 않아요. 결국 그들을 변화시키는 건 우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왔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잘못된 방식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관심을 갖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큰 원동력이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저의 채식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채식을 시작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어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지, 또 건강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려드릴게요. 채식을 하면서 얻은 좋은 소스들도 공유하고 말이죠 :) 그럼 시작합니다!

*아, 공장식 축산이 뭐냐고요? 저번 주 뉴스레터에서 자세히 다뤄봤는데 구경 오실래요? :)

#2. ECOTY ISSUE : 채식, 편견 타파!🌱

🌱 Q : 채식이면 무조건 야채만 먹는 거 아닌가요?

A : 아닙니다. 예전에 발송 드렸던 3번째 뉴스레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채식에는 크게 8단계가 있습니다. 각자 어느 정도까지 동물성 식품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단계가 나뉘는데요. '프루테리언'과 '비건'을 제외하면 달걀, 유제품, 어류, 흰 살코기를 섭취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페스코'인 저는 육고기를 제외한 나머지를 먹습니다. 사실 저는 단계를 구분 짓지 않고 어떤 날은 비건, 어떤 날은 락토 오보 식으로 식사를 합니다. 그게 더 재미있거든요 :)

채식 중에서도 건강에 좋지 않은 채식이 있습니다. 바로 '정크 채식'인데요. 육식은 하지 않지만, 신선한 야채와 과일보다는 가공 음식을 주로 먹는 경우를 뜻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채식을 시작했을 때 이런 난관을 겪었습니다. 채식 레시피를 잘 모르기도 했고, 주변에 채식이 가능한 식당이 없었기 때문이죠. 요리를 해 먹긴 귀찮고 사 먹기도 어렵다 보니, 채식 라면과 파스타, 빵, 채식 버거 등을 먹곤 했습니다. 정크 채식의 문제점을 알게 된 이후로는 건강을 위해 자연식물식 위주로 식사하고 있어요 :)

🌱 Q.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나요?

A.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단백질은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에 많습니다. 사실 영양학적으로는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해요. 리얼푸드의 보도에 따르면 성인에게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40-50g 정도인데요. 현미밥이나 콩만으로도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고, 상추와 브로콜리 등 녹색 채소에도 많은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칼슘은 상추가 소고기 등심보다 많고, 지방도 동물성 지방보다는 견과류나 참기름, 들기름이 더 양질의 지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채식을 하면 비타민B12의 섭취가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김치나 김 등으로 충분한 양의 섭취가 가능해요.

문제는 식단의 구성입니다. 채식을 하면서 영양 불균형에 빠진다면, 식단을 잘못 구성한 것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가공식품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아무리 채식주의자라도 영양 불균형에 빠지기 쉽습니다. 베지닥터의 이의철 사무국장님께서 KBS '거리의 만찬'에 출연 당시 했던 말씀에 따르면, 건강한 채식법이란 반찬을 채소로 구성하되, 밥을 많이 먹는 것입니다. 채식의 부작용을 겪는 경우를 살펴보면, 고기만 안 먹고 밥은 그대로 먹거나, 살을 뺄 목적으로 시작하신 분들의 경우 오히려 밥의 양을 줄이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 Q. 채식하면 늘 배고프지 않아요?

A : 네, 사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고구마나 감자 등 녹말 음식을 먹으면서 포만감을 얻곤 합니다. 실제로 리얼푸드의 보도에 따르면, 현미나 고구마, 감자, 귀리, 통밀, 콩, 달지 않은 과일이 포만감을 자극하는 시간을 늘려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채식을 하면 살이 잘 안 찔까요? 저는 초반에 식단 조절을 잘 못해서 오히려 5kg가 더 쪘습니다(tmi).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 해도 식물성 지방과 당류를 과도하게 먹으면, 체중이 증가하거나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습니다.

🌱 Q. 채식하면 약해지지 않나요?

사진 : 러빙헛카페 인스타그램

A. 채식을 하면 약해진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 실제로 유명한 운동선수와 건강한 셀럽 가운데 채식주의자가 아주 많아요. 국내에서는 이효리 님(페스코)과 배우 임수정 님부터 시작해서, 인기 팝스타인 아리아나 그란데와 빌리 아일리시 등이 비건식을 실천하고 있어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 제작사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등장인물 중 12명은 채식주의자죠. (링크에는 언급이 없지만, 닉 퓨리 역을 맡았던 사무엘 잭슨이 건강 문제로 채식을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아이언맨 역을 맡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최근 채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근육질로 유명한 셀럽들이 채식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유지한다고 하니 '채식을 하면 약해진다'는 말의 '살아있는 반박 근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채식은 식단을 잘 구성한다면 오히려 많은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지방 채식 위주 식단은 심장마비 발생률을 85% 낮춰주며 암 발생률은 60% 낮춰준다고 합니다. 또 채식은 섬유질을 많은 음식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에 변비나 대장암, 직장암 등을 예방하는데 좋습니다.

🌱채식, 해보니 어때요?(채식 이후의 변화들)

주변에서 뭐라고 해요?

처음엔 사람들을 만나기가 두려웠어요.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그런 걸 생각하니까 피곤하더라고요. 실제로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어요. '왜 하는 거냐', '이건 먹을 수 있냐, 저건 먹을 수 있냐'부터 시작해서 '이건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나는 채식이 이해 가지 않는다'라는 소리도 들어봤죠. 처음엔 괜찮은 척,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들으면 불쾌해하더라고요. (아니 그럴 거면 왜 물어보냐고...)

사실 질문하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궁금하면 질문할 수 있죠. 다만 같은 질문을 계속 듣고 같은 대답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 지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왜?"라는 말이 아닌 대답을 들으면 놀라요. "그렇구나"라던가, "아 그래?"라던가, "멋있네"라던가 등등... 제 생각을 요하지 않는 대답들이 참 좋더라고요. 채식도 하나의 가치관으로 인정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당연하게. "아, 그렇구나"하고.

건강은 어때요?

저는 건강에 대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오히려 더 열심히, 골고루 먹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장염이나 변비가 사라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치킨이나 삼겹살을 먹었을 때 자기 전까지 소화가 안되고 꾸르륵거렸는데, 요즘은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잘 때도 편안합니다 :) 뾰루지나 여드름이 나는 횟수도 현저히 줄어들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위에서 나온 질문들처럼, 저도 채식에 대한 편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과연 내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등등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채식을 하면 할수록 재미있더라고요.

요즘 같은 경우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요리를 자주 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날마다 어떤 요리를 할지 고민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또 식재료를 보관하는 방법부터 효능까지, 음식을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고 난 뒤로 마음이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요리를 하는 재미와 식재료를 공부하는 재미가 저의 지속 가능한 채식의 비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저의 채식 레시피와 챌린지 후기를 에코티 블로그에 종종 올리려 합니다 :) 여러분 놀러 오실 거죠?!😀

🌱 지속가능한 채식에 반드시 필요한 것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고기를 먹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인류의 식습관은 자연스레 육식 중심이 되었고, 이제는 고기가 없으면 식탁이 헛헛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TV를 틀어도 고기가, 광고에도 고기가, 길거리에도 고깃집이 보입니다. 문득 저는 이 세상이 지금 고기 중독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름지고 자극적이며, 우리가 아는 익숙한 그 향과 맛에 길들여진 세상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먹는 것(혹은 먹는 행위)에 관심을 가질 뿐,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어쩌면 '누군가'가 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게 되고 또 보게 된다면, 우리는 충격을 받고 소비를 거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폴 메카트니가 이와 관련된 명언을 남겼죠. "도살장이 모두 유리 벽으로 되어있다면,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용기를 낼 엄두가 안 났습니다. '내가 과연 육식을 끊을 수 있을까?'. 돼지껍데기를 사랑했던 내가? 곱창 먹자며 엄마를 들들 볶던 내가? 뒤풀이엔 치맥이라며 단호하게 외치던 내가? 더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찝찝한데도, 여전히 저는 고기가 좋았거든요.

사진 : 저의 채식 일상들! 올리브 인스타 계정에 올리고 있답니다 :)

그래서 저는 천천히 육식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1달 후엔 일주일에 3번 먹지 않기, 또 그다음엔 주중에 먹지 않기, 또 그다음엔 아예 먹지 않기 순으로 말이죠. 동기부여를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성격인지라 여러 자료를 같이 접했습니다. 채식에 관한 책을 읽고, 다큐와 영화를 봤어요.

채식을 시작한 지 어느덧 7개월 차, 지금은 육고기 없는 삶이 조금 익숙합니다. 여전히 치킨 냄새는 참기 어렵지만, 막상 먹어 보면 예전만큼 맛있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신기했던 건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 맛이 기억 안 난다는 거? 기억이 안 나니 점점 찾지를 않게 돼요. 또 최근에는 브랜디와 채식 맛집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채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훨씬 더 즐겁고 뿌듯하더라고요 :)

지속가능한 채식에는 '적당한 타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재미를 느끼고 보람을 느끼기 위해선, 내가 하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지속가능한 삶의 첫 시작입니다.

#3. ECOTY RECOMMEND🌱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진 : <리틀 포레스트>, (2018)

리틀 포레스트는 제가 힘들 때마다 보는 영화 중 하나예요. 음식들이 하나 같이 무해하고 풍요로워서, 보는 내내 가슴 따뜻하거든요. 이 영화의 꽃은 음식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지가 포인트죠 :) 혜원은 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밭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줍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하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농작물과 주인공은 함께 성장합니다. 귀농 라이프를 꿈꾸게 만드는 본격 힐링 영화, 강력 추천합니다.

🌱[도서] 식사혁명

사진 : 풀무원 뉴스룸, 2019.08.23

내가 먹어 곧 나를 만드는 음식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음식이 되어 주는 대상, 음식이 되어 오는 길, 음식을 나누는 세상에 대한 태도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노블 다이어트'입니다. _p.9

이 책은 단순히 채식을 주장하는 책이 아니고,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좋은지를 알려주는 책도 아닙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로부터 어떻게 왔고,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건강한 환경을 어떻게 물려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책이죠.

저자에 따르면, 식습관은 오랜 시간 학습되고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책의 초반에서는 인류가 어떤 이유로 육식을 하게 됐는지, 육식이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자는 현재의 육식이 지구와 인류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었기에, 인류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식물성 단백질 식품과 대체 육류 등, 여러 담론을 정리해 보여주죠. 식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교양과학 책이라 내용이 쉽진 않지만, 먹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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