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아웃” 발리를 바꾼 10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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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인도네시아 환경운동가 믈라티 위즈슨
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세계리더스보전포럼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출신 믈라티 위즈슨 양이 비닐봉투 사용 금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8 세계리더스보전포럼 제공
“음료수나 몸속에 흐르는 피에 조그마한 플라스틱이 떠 있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그래도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싶으세요?”

3일 ‘2018 세계리더스보전포럼’이 열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믈라티 위즈슨 양(18)은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란 그는 13세인 2013년 ‘바이 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BBPB)’이란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비닐봉투 소비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위즈슨 양이 비닐봉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자란 환경 때문이다. 위즈슨 양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해양오염이 심각하다. 쓰레기 처리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비닐을 소각하거나 아무데나 버렸고, 결국 상당량의 비닐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중학교에 들어간 위즈슨 양은 각자 가방을 갖고 다니면서 왜 비닐봉투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현재 40여 국가가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실천하는데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BBPB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위즈슨 양은 한국 정부가 11월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165m² 이상)에서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는 데 대해 적극 찬성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건 분명 좋은 시작점”이라면서 “다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시민과 산업계 등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선 플라스틱 산업이 430억 달러(약 48조 원)에 달해 정부가 쉽게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BBPB 설립자로 활발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위즈슨 양은 정부 규제가 시민들에게 공감을 얻으려면 언론 캠페인과 교육 캠페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정부가 20초짜리 TV 광고 등을 통해 왜 비닐봉투 사용이 나쁜지,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2만여 명의 학생과 논의해 비닐봉투 사용에 대한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위즈슨 양은 교육을 통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주인공이다. 그는 “정글 한가운데 위치한 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으며 어떻게 하면 환경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비닐봉투 사용을 줄인 시민이나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도 비닐쓰레기를 줄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즈슨 양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나 상점에는 세금을 적게 물리는 방안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발리에선 물건을 구입한 뒤 자신의 가방에 넣어 가는 소비자에게 도장을 찍어준다. 일정 개수 이상의 도장을 모으면 10% 할인쿠폰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닐봉투 사용 억제는 매일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하나의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며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너무 늦어버리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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