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슈윈의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선에 놓여있어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해요. 누구는 그의 음악을 재즈로 생각하고 누구는 클래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일 유명한 작품 몇 개를 예로 들자면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와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Piano Concerto in F Major)’ 등이 있어요. 실제로 랩소디 인 블루는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사용되었고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곡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작품 배경음악에 등장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곡이죠. 

  거슈윈에게 뛰어난 선율적 재능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당시 할리우드 감독들 사이에서도 제일 선호도가 높은 작곡가 중 1명이었죠. 실제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재즈 요소를 클래식과 결합하여 자신만의 음악 어법을 보여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음악적 형식은 클래식을 따르고 거기에 재즈풍의 선율을 사용한 것이죠.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으로 생각해서 ‘라면’ 끓이는 법을 떠올려봅시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고, 분말스프를 넣고, 마지막으로 면을 넣고 거기에 흥얼거리는 콧노래까지 더하면 완벽하네요. 이게 우리가 전형적으로 라면을 끓이는 방법이죠. 그러면 이 방식을 음악의 ‘형식’이라고 치환해보고 ‘면’만 ‘선율/멜로디’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앞과 같은 방법으로 끓이고 라면 분말스프도 그대로 넣는 대신 우리는 재즈 선율이 필요하니 ‘라면’이 아닌 ‘소면’이나 ‘파스타면’, ‘메밀면’ 등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자, 라면 분말스프에 다른 면들을 대신했을 때 맛은 어떨까요?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대다수가 잠시 미간을 찌푸릴 것이에요. 오묘하면서도 낯설고 흥미로운 이 맛. 다시는 실험해보고 싶지 않을 맛. 사람들이 종종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나는야 멋진 요리사!’를 꿈꾸며 도전했다가 쓴맛을 보고 절망하여 겸허하게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도록 해주는 맛일 것이에요.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클래식과 재즈를 융합하여 성공적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거슈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어요. 단순히 결과물로 봤을 때 놀라운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실험정신과 발상 자체가 존경스럽네요. 한 가지 슬픈 점은 이러한 천재가 38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죠. 더 오래 살았다면 다른 방향으로 모차르트, 슈베르트처럼 더 많은 명곡을 남기고 갔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이 작품에 나타난 특징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장면을 표현하기 위하여 ‘꾸밈음’이 많이 사용되었다는 점이에요. 보통 음악에서 꾸밈음은 부수적인 장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곡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하나의 음악적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면에서 부수적이면서도 주된 장치가 된 꾸밈음이 이 작품을 더 유쾌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거슈윈의 뛰어난 선율과 함께 어우러진 꾸밈음을 느껴보면서 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꾸밈음은 말 그대로 어떤 음을 장식하기 위하여 꾸며주는 부가음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보통 수식되는 존재여서 장식된 음을 연주할 때는 기존의 리듬보다 빠르고 가볍게 연주합니다. 꾸밈음 종류는 다양한데 오늘은 거슈윈 악보에 나온 앞꾸밈음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앞꾸밈음은 쉽게 생각하면 어떤 음 앞에 붙어서 꾸며주는 음을 의미해요. 꾸밈음을 약간 비유를 하자면 이런 의미랄까요. 제 이름은 루바토입니다. 하지만 꾸밈음을 넣어보자면 ‘나는 멋진 루바토, 재밌는 루바토, 흥미로운 루바토, 재치 있는 루바토.’ 등으로 부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