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여성 캐릭터를 소개합니다' 특집 3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3 여.캐.소 특집 3🙋‍♀️
 내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소개합니다
8월 26일 오늘의 큐 💡
Q. 님, 어떤 학원 다녀보셨어요? 🎹

"누구나 가슴 속에 여.캐(여성 캐릭터)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좋아하는 걸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죠. 인디즈의 자체치유 프로젝트. 오래도록 사랑해온, 혹은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픈 독립영화 속 여성캐릭터들을 소개하는 여.캐.소 특집! 마지막 시간입니다. 

님. 어릴 적 학원 많이 다니셨나요? 지금 무언가를 배우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 옛날로 돌아가보면, 보습학원, 주산학원, 속독학원 등등! 지금에는 보기 힘들어진 학원들도 있죠. 혹시 예전에 한문학원 다녀보셨나요? 음, 아니면 피아노학원은요? 아마 피아노는 꽤 많은 분들이 배워보셨을 것 같아요.

오늘은 영화 <작은별> 속 피아노학원에 가고 싶은 어린 소녀 은별, 그리고 <벌새> 속 한문학원에서 또 다른 소녀 은희를 만난 영지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은별과 영지는 살아가는 시대가 다르지만, 어쩐지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두 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소개글을 읽으면 님도 각자의 속도대로 길을 밟아나가는 두 사람이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내 맘 속 숨어있던 은별을, 혹은 나를 달래주는 영지 선생님을 발견할 지도 몰라요 이미 마음 속에 있다면? 오늘 인디즈 큐 마지막에 있는 링크를 통해 이야기 나누어주세요! 

님, 부디 건강한 한 주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모두 건강하게 영화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요🙏

 〈작은별〉 은별을 소개하며
은별의 속도

내 동년배 친구들은 다 알 것이다우리 때 여자애들은 피아노를남자애들은 태권도를 주로 배웠다학교가 끝나면 얘는 체르니 악보를 들고 쟤는 빨간띠를 메고는 종종걸음을 했다무슨 통과의례처럼 그렇게들문화예술의 첫걸음을 초등학교 근처 학원가에서 뗐다김유빈 감독의 15분 남짓한 단편영화 <작은별>의 주인공 은별은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엄마와 단둘이 사는 형편은 넉넉하지가 않다하지만 어쩌지이미 학예회의 합창 반주자를 하겠다고 손을 들어버린걸은별의 방 후경에 보이는 마시마로와 아톰 인형은 은별의 세대가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것을 일러주는 듯하다그래서일까은별을 보며 나의 어릴 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돌이켜보면 그때 어떤 소녀들은 피아노를 정말로 치고 싶었다잘 치는 것보다 일단 칠 줄 아는 게 더 시급한 과제이기도 했다.

현란하게 손을 놀리는 친구들은 주로 반에서 한둘뿐이다대개는 그 주위에 슬쩍 끼어 가장 바깥쪽 높은 음만 잔잔하게 건드리고 만다그렇게 선망과 질투를 은밀히 학습한다그런데 <작은별>에서 인상적인 것은 은별이가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엄마에게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말하기도못 치면 어떡하냐며 걱정스레 묻기도 하지만그렇다고 친구들의 비소에 못 견뎌 안달이 나거나 울며 떼쓰지도 않는다오히려 조금은 느린 자신의 속도에 다른 사람들이 맞춰주길 바라는 듯그저 정확하게 한 음 한 음 짚어나간다횡단보도를 뚜벅뚜벅 걸어갈 때처럼.

은별은 빠르지 않은 소녀다건반을 닮은 횡단보도의 흰 부분만 밟을 때도연필을 깎아 엄마에게 쪽지를 쓸 때도이삿짐 사이에서 찾은 멜로디언을 연주할 때도 은별은 급한 적이 없다그 작고 조용한 등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아우라가 그 언젠가 우리에게도 있었으리라 생각하면 못내 애틋해진다드디어 학예회날카메라는 피아노 앞에 앉은 은별에게로 아주 조금씩천천히 다가간다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요 노을의 원박자보다 훨씬 느린 이 노래는 곡 본연이 갖는 정취와는 또 다른 차원의 감흥을 전달한다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박자대로 가지 않을 때마저도 떳떳한 아름다움은 존재한다유년을 빌어 제가끔의 속도를 역설하는 이 간명한 영화를 애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물론 거기에는 단단하고 당당한 소녀가 주인공이어야만 한다.

-인디즈 14기 이보라

 〈벌새〉의 영지를 소개하며
온전하고 찬찬한 시선을 따라
 
살면서 마주한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다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속 선과 지아최윤태 감독의 <야구소녀속 수인 등. 내 마음을 홀린 여성들이 많지만그 중에서 가장 꺼내고 싶은 인물이 있다바로 <벌새>의 영지다.
 
영지는 과열된 교육열과 경쟁이 즐비한 공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은희에게 등장한 하나의 위안이다그녀는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가족이라는 자들 역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은희를있는 그대로 바라봐준다온전하고 찬찬한 시선과 함께 말이다.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홀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공동체에 속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이단아 같이 종종 느껴진다적지 않게 그런 순간들을 겪다보면결국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결론 짓게 되기도 한다그래서일까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지만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은희의 곁에 존재하는 영지에 눈을 뗄 수 없었다얘기를 들어주고고개를 끄덕이고판단하지 않는 그녀에 마음이 이끌렸다내 옆에도 저런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은희가 부러웠고영지의 시선을 따라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매일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괜찮은 척묵묵하게 삶을 살아가는 척을 하는 내게영지는 가슴 깊이 들어왔다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그저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말로는 단순히 이야기할 수 없다. 쩌면 영지라는 인물이 뱉는 섬세한 말과 그 너머의 태도찬찬한 시선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영지를 보며 내가 겪은 감정의 경험은 꽤 크다그녀는 앞으로 걸어갈 나의 길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할 것이다인생의 힘든 순간에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영지이기에당신도 꼭 만나보길 바란다.
-인디즈 14기 김지원
당신에게도 있나요? 소개하고픈 여.캐!
인디즈가 지난 3주간 소개한 여성 캐릭터들. 잘 만나보셨나요? <칠곡 가시나들>의 주인공 할머니들, <메기>의 이경진 원장, <잘돼가? 무엇이든>의 지영, <우리들>의 선과 지아, <작은별>의 은별, <벌새>의 영지 선생님까지! 다양하고 다감한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우리 곁에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있었는지, 또 영화가 우리에게 어떤 위로가 되어주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님께도 마음속에 품은 독립영화 여성캐릭터가 있나요? 님의 두근두근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It's MY Turn! -여성영화인을 만나다' stage 1 굿즈인 슬라이드 그립을 보내드립니다. (너무 유용하다며 입을 모아 칭찬하는 바로 그 굿즈👍)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실행에 따라 더욱 강화된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더불어 음료 섭취 또한 당분간 자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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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영관 입장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입력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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