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너의 편지 속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극을 받는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만들기 위한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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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 to 한아임
2022년 10월
 

아임!

너의 편지 속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자극을 받는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자극! 
나에게 최근은 음악 권태기(?)라고나 할까. 그런 시기인 듯하다. 뭐랄까, 들을 음악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물론 "이 세상에 들을 만한 좋은 음악을 못 찾겠어! 다 별로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귀에 어떤 음악적인 것을 때려 박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지.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즐거움과 행복감보다는 적막함이나 고요함, 혹은 우리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세상의 소리들과 화이트노이즈를 원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지.
그런 와중에 너가 메일로 보낸 '고양이 그림'의 비트테이프스러운 앨범은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음악을 만들 때, 가사나 멜로디가 없는 음악들은 많이 참고는 하지 않는 편이다. 아, 오히려 참고만 한다고 하는 게 맞을까? 그런 음악들을 들으며 어떤 영감들은 얻을 수 있지만 내 음악을 만들 때에는 어쨌든 '멜로디', 혹은 '목소리'를 얹으려는 생각이 디폴트 값으로 깔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가사가 없는 음악만 담긴 앨범 전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 물론 재즈는 제외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어쩌면 음악 권태기가 아니라 '멜로디' 권태기였을지도? 아니면 '가사' 권태기? 아니면 '보컬' 권태기?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자주 찾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물론 이 앨범의 음악은 아무 생각 없이 듣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재즈의 이론들과 사운드의 결합들로 완성되어졌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고 싶을 때 찾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리듬 섹션으로만, 혹은 리듬 섹션이 주가 된 음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굳이 조용한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언어로 된 메시지(가사)와 목소리가 있는 조용한 음악보다도 마음의 안정을 줄 때도 있다. 가끔 인간의 언어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일 때가 있는데 이 또한 그런 것의 일종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런 희한한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악기 연주를 너무 잘하는 사람을 보면, "와, 저 사람 악기 연주 진짜 잘한다! 사람 목소리 같아!"
노래를 너무 잘하는 사람을 보면, "와, 저 사람 목소리가 무슨 악기 같아!"

악기 연주와 보컬 각각에게 있어 최고의 칭찬은 각자 반대의 것의 경지에 오르는 것인 거다!
이는 마치,

식당에 가서 "여기 너무 맛있다! 집밥 같아!"
엄마가 해준 밥을 먹으며 "엄마 너무 맛있어. 팔아도 되겠는데?"

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음악 장르 중에는 재즈 보컬이 주로 하는 스캣이 이런 측면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재즈 보컬은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것에 특화되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이 떠오른다.
미국에 살 때, 처음 바비 맥퍼린을 접하고선, 금방 다른 음악으로 돌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당시에는 입으로 저런 소리를 낸다는 게 음악으로 느껴진다기보다는 오히려 코미디(?)처럼 다가왔던 것 같다. 나름 충격이었던 것이지. 내가 듣던 재즈 보컬 같지도 않고... 제3세계 음악 같기도 하고... 그냥 입으로 대충 소리 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냥 10초만 들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마 그사이 15년 정도의 시간 동안 나도 (지식이 늘었다기보다는) 여러 경험을 하고 여러 음악을 들었으니 그 대단함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거겠지?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유명 패션 브랜드의 실험적인 패션쇼를 보면 웃음만 나오겠지만 패션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아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아는 만큼 느껴지는 것이니까. 
어쨌거나, 바비 맥퍼린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고 지금 들어보면 목소리 하나로 모든 것을 해내는 아티스트다. 너가 기차 경적을 얘기하며 리듬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때에도 이 사람이 떠올랐다. 
입만으로 만들어내는 (자기 몸뚱아리를 치는 손도 있지만) 저 엄청난 리듬감을 보거라. 그러면서도 노래(중저음과 고음까지!), 트럼펫 소리, 베이스 소리, 그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아! 왜 고등학생이었던 오막은 바비 맥퍼린을 지나쳤던 것일까! 재즈의 본토에서 이를 온전히 느꼈다면 더 좋은 기억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이 사람이 내는 소리 하나하나가 너가 너무나 좋아할 만큼 다 쓸모가 있구나! 낭비되는 소리가 단 하나도 없다. 바비 맥퍼린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까 위에서 했던 Instrumental 음악에 관해 소개해주고 싶은 아티스트가 생각났다.   

김태준. (영상이 없어서 링크로 대체한다)

너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자고 했을 때, 혹시나 나중에 게스트가 온다면 내가 추천하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다. 나의 친한 친구이자 형이기도 한데 이 아티스트는 보컬이 없는 음악을 만든다. 위는 기존의 곡을 리믹스한 음악이긴 하지만 자기 곡도 만드는데, 기회가 있다면 항상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아는 가장 음악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앨범을 준비 중이시긴 한데, 얼른 나와서 더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너가 저번 편지에 언급했던 Four Tet 음악이 너무 좋아서 내가 이 형에게 추천해줬더니 어떻게 Four Tet을 모르냐며 나를 간첩 취급했다...
갑자기 다른 얘기를 하자면 (그냥 갑자기 얘기하고 싶어졌다) 최근에 지인이 단편영화를 찍어서 거기에 음악을 만들어주게 되었다. 영화음악을 만든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아, 그래도 2년 정도밖에 안 됐구나? 어쨌든. 영화음악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냥 음악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것과는 방법과 느낌과 집중해야 할 것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영화음악의 역할을 딱 단순하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서사 앞에 있을 것이냐 혹은 서사 뒤에 있을 것이냐인 것 같다. 단순히 뭐 음악의 볼륨을 최!!대!!!!로 올려서 그 데시벨로 서사를 찍어 누른다거나 엄청 빵빵한 구성의 오케스트라 음악을 작곡해서 웅장웅장최고웅장하게 영화에 입힌다고 해서 서사 앞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 하나만 쓰더라도 어떻게 쓸 것인지, 기존 음악 사용방식과 비교해 어떻게 비틀 것인지 등등을 따졌을 때 이 역할이 나눠지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부분의 많은 음악들이 씬 뒤에서 쓰인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경우 관객들이 서사에 몰입해서 음악은 있는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한다. 이번 작업은 안타깝게도(?) 그런 쪽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당당히 서사 앞에 설 수 있는 음악을 만들 때 더 흥미롭더라. 그리고 그런 작업일 경우 상대적으로 더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Jon Brion은 그런 쪽에서 너무나도 탁월한 영화음악 감독이다!
최근에도 대중 음악 쪽에서 여러 프로듀서나 래퍼, 아티스트들이랑 함께 작업을 하면서 또 놀라운 결과물들을 내고 있지만 그의 진가는 영화음악을 할 때 나타난다. 
특히 나는 <펀치드렁크러브>의 영화음악을 정말 사랑한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를 미친 듯이 뛰놀며 동시에 균형을 유지하는 봉준호 감독의 역대급 균형감각처럼 Jon Brion 또한 특히나 이 영화에서 서사 앞과 서사 뒤 그 사이의 균형을 미친 듯이 잘 유지한다. 물론 영화음악은 이렇게 음원으로 듣는 것과 영화를 보면서 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경험이지만, 역시나 음원만으로도 그 미친 듯한 균형감각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세계대전 속 중립국 같달까...
이런 영화음악에 관해서는 나중에 더 기회가 있으면 길게 길게 이야기하고 싶다. 나중엔 Jon Brion 얘기만으로도 편지 한 통을 쓸지도 모르겠다. 
조성진의 연주는 쓸모없는 감정 하나 없이 지나침이 없다.
Bobby McFerrin의 노래와 목소리 연주는 어느 하나 낭비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Jon Brion의 음악은 엄청난 균형 줄타기를 하며 영화 속에서 그 쓸모를 200% 다한다.

고 신해철 선생님이 어느 강연(?)에 나와서 그런 얘기를 했다. 성공과 관계없이 우리 한 명 한 명은 각자 인생 그릇을 제각각의 모양으로 빚어내는 것만으로 소중하다고.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읽은 것은 아니고) 어느 논문을 읽은 지인에게 그 내용을 들었는데, 모기는 생태계에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맞는 말 일지도!!!!


- 쓸모 있고 싶은 오막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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