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여는 뉴스레터에 아름다움을 가득 담아 보낼 수 있어서 기쁩니다. 팩토리2는 지난해 마지막 날 가졌던 ‘20주년 기념 파티’의 여흥을 정돈하고, 핀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레나타 쉬름(Renata Schirm)의 전시 <Myriad>를 이어갑니다.
빛과 유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관계를 선보이는 레나타 쉬름은 반사되는 빛의 정확한 형태를 유리 오브제로 구현합니다. 본 전시는 한국 서울의 겨울빛, 그리고 공간에 배치된 작품의 반사에 주목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리 조각이 만든 정교함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과 빛을 뿜어낼 본 전시와 작품을 팩토리2에서 이번 기회에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정해민
"저는 제 작업에서 형태를 표현하는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단순한 색채나
유리가 반사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형태 말이죠. 이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그 모호한 지점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 작품을 보는 이는 작품이 가진 빛, 색, 모양, 형태,
그리고 다시 빛으로 돌아와 더 관심을 기울여 볼 수 있겠지요."
사진.  정해민
🅠 본인 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유리의 자유로운 성질에 관심이 있어 소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초기에는 자연스러운 형태와 움직임을 통해 유리를 형성하는 형태를 탐구했습니다. 녹은 덩어리로 작업하면서 몸의 움직임과 액체 유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죠. 유리 작업은 마치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르게 포착된 제 신체를 고유하게 기록한 결과물로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리라는 재료의 광학적 성질까지 확장해 포괄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것이 매우 매력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요. 유리는 표면에 빛이 반사될 때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인데, 특정 각도와 조명에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럴 때는 보는 사람이 몸을 움직여 다른 각도로 이동해야지만 볼 수 있죠. 고체인 유리를 관찰하는 데 관람자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필수 요소입니다.
🅠 작품의 디자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글래스 퍼(glass fur pieces)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빛을 반사하는 페인팅 작업과도 같죠. 리아 러그(rya rug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구조적인 면에서는 러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리아 러그의 전통과 계승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작품들을 퍼(fur) 조각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유리 소재의 본질에 대한 그간의 사색이 제 작업세계로 자리잡을 만큼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모피와도 같은 표면을 가진 저의 작품들은 제겐 마치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광학 유리는 빛의 조건에 따라 변하는 추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죠. 생동감 넘치는 표면과 변화하는 빛, 움직임을 통한 시각적인 변주에 저는 끝없이 매료당합니다. 유리는 인공적인 합성 소재이지만 저에게는 진정성 있는 자연 재료로 비칩니다. 그러다 보니 소재를 두고 논하는 ‘정통성’이 매우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는 오늘날 우리가 재료를 분류하는 방식과 연관된 과거의 추억이기 때문이죠.
사진 제공. Renata Schirm
🅠 본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아마 ‘다음에 만들어지는 것’일 거에요. 저는 항상 앞으로의 작업과 협업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작품 중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완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작품 중 일부는 분명 제게 중요한 이정표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작품은 대개 더 깊은 통찰력과 영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그것을 만들 때 제 안의 무언의 깨달음이 있던 것이지요.
🅠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진정성입니다. 작업이 이론에만 바탕을 두는 것보다 재료를 출발점으로 삼을 때 진정성을 갖기 쉽습니다. 그런데도 작업 과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매우 많죠. 그래서 저는 제 작업이 계속해서 덜어내는 일종의 청소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작업 대상이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그리고는 그때그때 다가오는 아이디어가 현실에 닿지 못하면 제거하죠. 저의 예술적인 작업은 대부분 제 감정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에요. 친환경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제 개인적인 원칙일 뿐이에요. 작업에는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균형에 관한 것이지요.
사진. 정해민
"제 작품이 특정한 오브제를 반영하고 있는지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저는 다른 것과 연결 지점이 없는 것을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뿐이며, 그것을 소유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작품이 빛을 잘 담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제가 유리를 만드는 행위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진 제공. Lokal
레나타 쉬름은 헝가리에서 태어나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유리 예술가로서, 크래프트맨십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작업한다. 그는 15년 넘게 유리로 작업을 해왔으며, 2010년 알토대학교 졸업 이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다양한 국제 전시회와 박람회에 참가하였다. 레나타는 2018년 오르나모 상(Ornamo Prize)을 수상하였다.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테크닉과 본인의 작업 과정 속에서 끝없는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작가에게 유리는 빛과의 복합적인 관계성과 무한한 시각적 가능성을 지닌 소재이다.
전시명  MYRIAD
작가  레나타 쉬름 Renata Schirm
장소  factory2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15)
기간  2022.12.16.(금)-2023.1.7.(토)
오프닝  2022.12.16.(금) 오후 6시
관람 시간  화-일요일, 11-19시 (월요일 휴관)

기획  팩토리2 (factory2)
협력기획  Lokal (in Helsinki)
진행  김보경, 이지연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
기물 제작  김보람
설치도움  손정민
주최  팩토리2 (factory2)
후원  frame contemporary art finland, Visek, Finnish Cultural Foundation
SNS @factory2.seoul  / 홈페이지 factory2.kr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유나킴씨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