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 보내는 서른일곱 번째 흄세레터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흄세의 편집자 '세'입니다. 벌써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이 네 번째 시즌을 맞았다는 소식과 함께, 독자님들의 관심과 사랑 덕에 무럭무럭 커가고 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흄세레터도 다시 시작되어야겠죠? 이승우, 염승숙, 김화진 소설가와 남다은, 손희정 평론가의 글을 보내드리기에 앞서, 흄세의 편집자들이 짧은 편지를 띄웁니다. 💌

님께


저는 두 개의 다이어리를 씁니다. 집에서 쓰는 예쁜 다이어리에는 감정과 생각을 휘갈겨요. 그 내용이 어찌나 구구절절한지, 제가 갑자기 감옥에라도 잡혀가게 되면 그 다이어리부터 불태워달라고 할 거예요. 반면 회사에서는 사은품으로 받은 다이어리에 원고 마감일, 편집 일정, 회의 일정 등을 메모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가 호기심에 열어보아도 아무런 타격이 없을 정도로 딱딱한 내용뿐이죠. 그런데 딱 하루, 한 페이지 빼곡하게 사색을 늘어놓은 날이 있어요. ‘결정적 한순간’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이었어요. 만약 누군가 연애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갖게 됐다면, 그에게 ‘결정적 한순간’은 언제일까? 모든 것의 시발점인 첫 만남? 대판 싸운 다음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던 점을 다름으로 받아들인 순간? 서로가 그리는 미래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별한 순간? 지난 연애를 반추하다 어떤 깨달음을 얻은 순간? 모든 순간이 좋아서, 좋지 않아서, 적당해서... 결정적 한순간이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에요.

 

소설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통해 ‘결정적 한순간’, 그러니까 선택과 변화의 순간들을 되짚어보는 일은 그래서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소설 바깥의 순간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의미가 선명해지지만, 그 안에서는 좀 더 빨리 알 수 있잖아요. 어떤 만남이 인간을 성장케 하는지, 어떤 경험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지, 어떤 선택이 어떤 길을 걷게 하는지를요.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순간조차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4의 테마는 ‘결정적 한순간’입니다. ‘다른 존재가 되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삶의 결정적 한순간’이라는 근사한 카피를 달고 있는 이번 시즌에서는, 인생의 갈림길이나 선택의 순간에 놓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다섯 편의 소설을 소개합니다. 각각의 작품 모두 읽는 재미는 물론, 살아가는 데 큰 힌트가 되어줄 거예요. 그럼 우리 매주 금요일에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눠요!

-편집자 '세' 드림
💙'결정적 한순간'을 테마로 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4의 다섯 작품을 소개할게요😊
여행자와 달빛  세르브 언털 | 김보국 옮김

국내 초역.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남편 ‘미하이’의 옛 친구가 나타나고, 급격히 과거의 기억으로 빨려 들어간 미하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에르지’와 다른 기차에 오르는데……. 유혹의 순간을 지나야만 닿을 수 있는 ‘자기만의 삶’ 앞으로 서서히 독자를 잡아끄는 기묘하고 독특한 소설입니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황유원 옮김

팔십사 일 동안 고기를 낚지 못해 ‘운 나쁜 어부’라 낙인찍힌 노인 ‘산티아고’가 거대한 청새치 한 마리를 잡으려 벌이는 사투를 그립니다. 단순하고 사실적인 이야기와 문장들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기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죠. 원문의 호흡을 존중하고, 서술문과 대화문 간의 차이를 부각해 리듬감과 긴장감을 살려 새롭게 번역했습니다.
 🎁 EVENT 🎁
아래 버튼을 눌러 흄세레터를 읽은 감상을 남겨주세요.
매주 '휴머니스트 세계문학'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선물로 드립니다.
*당첨자는 다음 호에서 발표합니다.
흄세(휴머니스트 세계문학)
boooook.h@humanistbooks.com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23길 76(연남동)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