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 번째 [에디터스]입니다.

<헝거Hunger>, <셰임Shame>,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그리고 <위도우즈Widows>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스티브 맥퀸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컨택트Arrival>, <시카리오Sicario>, 그리고 최근의 <듄Dune>의 공통점은? 모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여덟 작품의 교집합엔 에디터 조 워커Joe Walker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번 두 번째 [에디터스]의 주인공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디터 중의 한 명이기도 한 조 워커는 스티브 맥퀸 감독과의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중간에 그와 다시 뭉쳤던 <위도우즈>를 제외하고는 2015년 개봉한 <시카리오>를 시작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과의 작업을 현재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감독이 중심이지만 감독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어요. 에디터만의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팀이 함께 협업을 하는 분야죠.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나요?


<듄>에서 함께 일한 우리는 마치 리허설을 잘 마친 밴드 같았어요. 이미 수년에 걸쳐서 함께 일했기 때문이죠. 한스 짐머와는 그가 할리우드로 떠나기 전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작업했던 영화에서 함께 일한 게 처음이었는데, 그게 1988년이었으나 한참 되었네요. 


언젠가 한스 짐머가 그랬어요. “이 씬 이게 최고인가?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만일, 다른 상황이었다면 사람들이 그의 말에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뭐라는 거야? 저 사람은 그저 작곡가잖아”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우리 모두는 협력자였습니다. 게다가 실제 그가 맞았어요. 더 좋은 방법이 있었고, 교차편집으로 신을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상대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다른 인터뷰에서 당신과 한 방에서 마치 밴드처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당신과 드니 감독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주시겠어요? 


처음엔 촬영 장소가 있던 부다페스트에서 함께 일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L.A. 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서 코로나가 터졌어요. 사무실을 닫고 모두 자기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니 감독은 몬트리올로 갔고 원격으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그의 앞모습을 보는 데 익숙해져야 했어요. 편집실에서 앉는 자리 때문에 항상 그의 왼쪽 얼굴만 보는 데 너무 익숙했거든요(웃음). 사실 이건 제게 매우 흥미로운 이점을 안겨다 줬습니다. 그가 편집된 컷을 보는 동안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볼 수 있었거든요. 어떤 순간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감정을 갖는지, 그런 리액션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편집이란 건 일부는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입니다. 그중에서도 문제가 뭔지 찾아내는 게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죠. 이번 영화에선 사실 코로나로 인해 야기된 상황이 조금 도움이 된 게 있습니다. 두어 달 동안 특별히 다른 스케줄로 바쁘지 않은 기간이 있었고, 덕분에 많은 걸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책 전부를 담으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에릭 로스와 드니 감독이 책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했습니다. 제 생각엔 무척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영화에서 담을 수 있는 깊이와 디테일엔 한계가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영화와 책은 다릅니다. 좋은 예는 폴 아트레이데스에게는 아주 여러 이름이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성경에 신을 지칭하는 많은 단어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 생각엔 이건 작가의 의도예요. 책 속엔 아주 꽉 짜인 디테일이 있지만, 이게 반드시 영화적인 건 아닙니다. 제 생각에 전형적인 영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단순함과 경제성이에요. 편집에선 기본적으로 그것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책과 프랭크 허버트가 가지고 있던 상상력의 깊이도 늘 머리에 담아둡니다. 언제나 디테일에 신경을 쓰고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심지어 책의 두 챕터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죠.


책이 쓰이는 방식을 보면 정말 대단하죠.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재미있지만 영화적이진 않습니다. 영화적이라는 건 사람이 행동하는 걸 보는 것, 행위 자체, 단순함, 그리고 경제성입니다. 말하자면, 총이 있는데 그게 영화 후반에 쓰일게 아니라면 굳이 초반에 그 총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영화엔 그런 게 있어요. 프레멘 문화가 어떤 건지 셋업 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경우엔 총이 아니라 크리스나이프죠. 이걸 영화의 꽤 초반에 보여주는데, 이 나이프를 다시 보진 못합니다. 이런 건 영화나 책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 둘이 태생적으로 지닌 차이일 뿐입니다.

첫 번째 에디터스 컷Editor's Cut은 어땠는지 얘기해 주시겠어요?  


에디터스 컷은 앞으로 이어질 훨씬 긴 여행을 위한 디딤돌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네 작품은 데일리스만큼 좋을 수 없고, 에디터스 컷만큼 엉망일 수 없다"고요. 에디터스 컷은 에디터로서 앞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타임라인에 갖가지 것들을 올려놓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결과적으로 너무 길 수도 있고, 순서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에디터스 컷이 몇 분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최종 버전과 비교해서 아주 많이 길진 않았던 듯합니다. 타이트한 컷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이를 기반으로 잘 다듬는 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드니 감독과 여러 번 작업을 했는데, 이제 그가 영화에서 추구하는 페이스와 리듬에 익숙해지셨나요?


드니 감독과는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러너 2049>에 이어 이번 <듄>까지 네 번에 걸쳐 계속해서 함께 작업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많은 시간을 가까이서 함께 보냈죠. 같이 있지 않을 땐 서로의 머릿속에 있어요. 드니 감독이 그러는데 <듄>의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머릿속에서 계속 “그건 필요 없잖아요. 신을 좀 더 나중에 시작해요. 이건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듄>은 제게 있어서 리듬에 관한 큰 작업이었습니다. 전 요크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작곡과 편집엔 비슷한 점이 많아요. 중요한 건 페이스와 리듬이죠. 이 리듬이란 건 쿵쿵거리는 베이스 소리일 수도, 배우의 눈썹 움직임일 수도, 혹은 샷 길이에서 오는 리듬일 수도 있어요. 또 그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지질의 움직임일 수도 있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을 편집으로 이끌고 들어오는 건 언제나 내 야심입니다. 다른 작품에서 이런 부분이 잘 구현된 걸 보면 참 놀랍습니다. 편집에 음악성을 입힌다는 건 어렵습니다. 리듬이란 건 반드시 귀에 들리는 것만이 아니거든요. 아주 많은 다른 분야 팀들의 작업이 복합적으로 함께 어울릴 때 가능한 일입니다. 샷 자체의 리듬, 샷 컴포지션의 리듬, 그리고 샷의 속도의 리듬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 안에서 펼쳐지는 배우 연기가 지닌 리듬이 있죠. 또다시 여기에 이것과 함께 가는 사운드 효과가 있고, 마지막으로 음악이 얹힙니다. 리듬을 만드는 건 이렇게 여러 팀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합니다.


이 영화는 아주 흥미로운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섬세하게 시작해서 관객이 조금씩 등장인물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속이 붙으면서 아주 다이내믹해집니다. 페이스는 스펙터클과 내밀한 이야기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입니다. 단순히 짧고 타이트하게 만들기만 한다면 관객은 캐릭터에 공감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코로나 덕분에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할 시간이 좀 더 있었습니다.


스펙터클과 내밀한 순간들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제가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레이디 제시카가 집을 떠나 도망가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입니다. 안전한 집을 떠나 엄청나게 큰 위험을 마주하게 될 운명 앞에서 그녀는 매우 연약해 보이기만 하죠. 여기서 우리는 그녀의 뒷목을 집중하여 보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불안이 느껴집니다. 그때 오스카 아이작의 손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목을 만지며 그녀를 안심시킵니다. 이 샷 하나로 둘 사이의 믿음과 사랑을 알 수 있죠. 딱 한 샷요. 이 한 샷이 전체 씬보다 더 많을 것을 말해줍니다. 편집은 이런 샷들이 액션이나 대화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어떻게 객관성을 유지하시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말입니다. 우리 업계는 수많은 이유로 주말 휴식이 필요한데, 내게 주말 휴식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작품에서 잠시 멀리 떨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종종 이미지 좌우를 바꿔서 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이게 불편하기 때문에 그냥 저 혼자만을 위해서 해보는 거죠. 편집 후반 즈음에 이르면 이미지를 흑백으로 만들고, 좌우도 바꿔서 봅니다. 이렇게 하면 뇌는 이미지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고 영화를 새롭게 보게 돼요.


말하자면 속임수를 쓰는 거죠. 뭔가를 계속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영화를 편집하다 보면 이미 해놓은 것에 자꾸 집착하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그냥 그게 좋아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런 감정을 없애고 관객의 시점으로 봐야 해요. 에디터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상상의 관객을 언제나 내 옆에 두고 그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관객이 뭘 궁금해하지? 우리가 영화에서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했나? 우리가 영화에서 의문점을 제대로 제시했나? 이런 모든 중요한 게 에디터가 할 일입니다. 에디터는 데일리스Dailies를 가장 먼저 보는 복 받은 위치에 있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그래서 전 언제나 이런 모든 걸 머리에 담고서 편집에 임합니다. 


대화 씬의 편집 리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드니 감독과 전 종종 소리를 끄고 신을 마치 무성영화처럼 만들어서 봅니다. 소리가 없으면 사람들의 눈에 엄청나게 집중하게 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 바로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 표현을 따라 편집하는 일이에요. 


전 편집할 때 배우들의 연기 옆으로 비켜서 있으려고 합니다. 무슨 뜻이냐면, 제가 예를 하나 드릴게요. 하비에르 바르뎀이 연기한 페르만의 리더인 스틸가가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한 아트레이드의 리더인 레토를 만나기 위해 방으로 들어오는 신입니다. 아주 긴장되는 순간이죠. 하비에르 바르뎀은 방에 들어와 그에게 멈추라고 소리치는 경호원들을 무시하고 오스카 아이작에게 곧장 다가갑니다. 그가 테이블에 다가서고, 샷은 미디엄에서 미디엄 와이드 샷 정도의 크기가 되고, 그 안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은 모두를 천천히 돌아보고, 모두가 정지하죠. 다들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체 긴장합니다. 스틸가는 그 방에 있는 모두를 미워하는 듯 보입니다. 그때 갑자기 그가 테이블에 침을 뱉고 칼을 꺼내 들어요.  


이 신에 있는 모든 배우들은 훌륭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어느 순간, 어느 누구의 얼굴로든 샷을 바꿀 수 있었어요. 스틸가를 보며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는 폴의 얼굴 같은 것으로 샷을 바꿀 수도 있죠. 그렇게 했더라도 아주 멋진 신이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유혹이 큰 만큼 모두의 리액션을 일일이 보여주는 건 덜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제게 중요했던 건 샷을 그대로 유지하는 거였습니다. 배우들이 이 순간 보여주는 멋진 연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198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후 고맙게도 제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멋진 상차림을 받게 됩니다. 제가 배운 지혜는 언제 연기에 개입하지 않고, 연기가 그대로 동력을 받아 진행할 수 있도록 둬야 할지 아는 겁니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샷을 나눌 수도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등장인물이 뭘 느끼는지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인터뷰는 SlashFilm, Art of the Cut, The Credits에서 발췌되었습니다.
전 3월 네 번째 월요일(3월 28일)에 세 번째 [에디터스]로 다시 뵙겠습니다.
<듄>의 포스트 프로덕션 팀이 참여한 Q&A 링크를 드립니다.
비록 자막은 없지만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
오늘의 [에디터스]는 어땠나요?
좋았어요! 🤗음,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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