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엄청나게 흔하고도 쉽고도 적절한 단어가 있었는데 나의 어휘력은 정말 부족하기 짝이 없군... 나 자신에게 살짝 실망해버렸다.
싸이월드의 복구와 함께 나도 싸이월드에 들어가 봤다. 나는 오히려 나의 흑역사들을 보고 싶었다. 사실 내 기억에 딱히 흑역사가 될 만한 사진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보통 2000년대 초반의 흑역사 사진이라 하면, 2000년대의 유행과 패션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간 사람들이 남긴 사진들이기 때문이다. 그저 너드와 찐따 (좋은 의미로서의 단어로 써보려고 한다) 에 지나지 않았던 나는 교복 바지통 한번 줄여본 적도 없으며 염색 한번 한 적 없었고, 그저 단정한 옷들 (단정하다고 촌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을 입고, 나와 같은 너드 친구들과 몰려다녔기 때문에 '극단적'인 흑역사 사진은 없는 것이다. 어쩌면 너드로 다녔던 것이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오히려 다행일 수 있겠다. 아, 그렇다고 해서 아무 수치심이 들지 않는 '백'역사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것은 아니지.
너의 말처럼 요즘은 노스텔지어가 유행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도 어른들은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는 했지만, 지금의 시대처럼 모든 이가 그들만의 '그때'를 그리워하며 그 감성을 공유하고 트렌드가 되지는 않았었다.
80, 90년대와 다르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트렌드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연하게도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그로 인한 sns의 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할머니 기억에만 의존해서 내려오던 옛날이야기처럼 소수의 가까운 사람끼리만 공유하던 "그때가 좋았지-" 라는 제목의 구전동화가 지금은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실체화가 되고, 전파되는 범위조차 '우리 동네'에서 '지구'라는 행성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너가 이야기 한 것처럼 종종 우리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했던 과거까지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나에겐 아마 50, 60년대 미국이 그런 듯하다.
나한테 있어서 미국과 재즈는 너무나도 큰 영향을 주었다. 너에게 얘기했었겠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갔다 온 것은 정말 지금까지도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의 활동명마저 내가 살던 동네 이름에서 따왔을 정도니까.
그리고 거기서 처음 접했던 재즈라는 음악은 나에게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 정말 닳고 닳도록 들어서 홈스테이 당시 나랑 가장 친해진 Jamie라는 친구는 그만 좀 틀라고 말했던 음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