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좋아하실 것 같아요." 

 라디오 이야기로 오프닝을 열었으니, '책 처방 라디오'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처음 민음사TV 채널을 알게 되었을 때 '회사 채널이 재밌어 봤자 얼마나 재밌겠어!' 하고 봤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하는 두 편집자님의 토크를 아주아주 애정합니다💛 라디오에서 사연을 받고 그에 맞는 선곡을 하는 경우가 많듯이, 이 영상도 사연을 받고 그에 맞는 책을 처방해주는데요. 귀엽고 공감되는 사연도 많고, 또 홀린 듯이 구매하고 싶어지는 책들도 많아서 너무 좋았던 영상이었어요. 

  취향이 견고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좋아할 법한 것을 잘 찾아내는 사람. 모두가 나의 취향을 알고, 취향으로 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런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더라고요. 여전히 '취향'은 저에게 중요한 키워드지만, 어딘가 알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저런 것도 좋아하네?'처럼 취향을 종잡을 수 없는 사람. 잡식 취향을 가진 탓에, 앞으로 사랑에 빠질 게 무엇인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 

장기하와 얼굴들 해체 이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또 좋아하는 뮤지션의 드럼으로. 곳곳에서 멤버들의 이름이 보이면, 괜히 반가우면서도 또 그립기도 해요. 그래서 오랜만에 마지막 앨범을 들었는데, 이 곡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뭐하러 그렇게 높이 오를까" 같은 가사를 들으면, 요즘은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도전하려는 걸까'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일희일비할 거라면, 차라리 도전하지 않는 게 나을 텐데. 그렇지만 술이 깰 걸 알면서도 취하려 들고, 외로워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려 하고,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려 하고. 오래도록 기억될 따뜻한 순간을 위해서, 그냥 무작정 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사서 고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이 노래를 찾아들으려고요. '어차피 사람 사는 거 다 그래~' 말해주는 기분이 든달까요. 관객들과 함께 떼창하는 라이브가 더 뭉클한 구석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