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자주 생각했습니다. 남편 이상순 님과 의자를 만들었던 때였다고요, 보이지도 않는 의자 밑바닥을 열심히 사포질하는 그에게 “여기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 하자, 그가 답합니다. “내가 알잖아.” 그때 얻은 깨달음을 자신과 타인을 위해 전하는 이효리 님까지 포함해서, ‘내가 알잖아’ 정신은 <하이라이트 :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북스톤의 문장들>을 만드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책 한 권에는 허투루 적힌 문장이 없습니다. 그 문장 자체로도 감동적이기도 하고, 아예 새로운 페이지에 예쁘게 디자인해서 강조하기도 합니다. 별의미 없어 보이는 것도 다른 문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편집자는 지우려고 했지만 저자는 남겨두길 원했던, 그 반대의 상황을 지나 책에 실린 문장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이루는 수많은 문장 중 하나, ‘누가 알겠어’ 싶다가도 ‘내가 알잖아’ 하는 마음으로, 문장을 골랐습니다. 이미 읽은 문장이더라도 그 문장의 의미를 좀 더 곱씹어볼 수 있도록, 혹은 독자의 상황에 맞게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키워드도 달았습니다.
‘내가 알잖아‘ 정신은 사실 독자 분들이 SNS에 남겨준 문장들을 보면서 배운 것이기도 해요. 책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하게 얽혀 있는 내용 중 문장 하나를 똑 떼어낸다는 게, 서로 다른 문장을 나란히 놓기만 해도 기존과는 다른 의미를 만드는데 괜찮은 걸까, 편집자로서 고민이 깊어질 때면 문장은 삶 속에 있을 때 가장 가치있다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자, 편집자와는 다른 의미로 문장을 알아봐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큰힘이 되더라고요.
그러니 독자 분들도 ‘누가 알겠어’라는 마음 대신 ‘내가 알잖아’ 정신으로, 자신의 문장을 찾고 의미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하이라이트가, 그리고 북에디터가 저자에게 묻는 질문들을 담은 스포트라이트 노트가 독자님만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누가 알겠냐' 싶을 때 '북스톤이 알아준다!'라는 마음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