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돋보이는 방법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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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코로나가 조금 완화된 이후, 미뤄왔던 만남을 조금씩 재개하고 있습니다. 여러 형태, 종류의 만남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30대가 넘어가고 나서부터는 4명이 넘어가지 않는 규모의 만남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고,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도 조촐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학동역 근처 양꼬치 가게에 갔습니다. 양꼬치에 하얼빈 맥주를 시키고 가지튀김을 시켰습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에 맥주로는 그간 밀린 아쉬움을 털어내기 쉽지 않아 연태고량주를 시켰습니다. 

독한 술은 그 높은 도수만큼이나 내 안에 쌓인 벽을 녹여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 안에 쌓인 이야기를 빙 둘러싼 ‘어색함’이란 벽을 목구멍으로 털어 넣은 연태고량주 한잔이 사르르 녹여주는 느낌입니다. 고량주 덕에 서로의 밀린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그 중에서도(술이 들어가고 난 뒤 살짝 취기가 오른 시점인지라) 왜 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 강혁진에 소개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리를 함께한 지인 중에 몸짓 읽어주는 여자라는 책을 쓴 이상은 누나가 있었습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방송에는 초창기부터 출연해 연예인들의 몸짓과 제스쳐를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했죠. 그런데 처음 방송에 출연이 결정되었을 때는 꽤 부담이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함께하는 출연자들이 워낙 쟁쟁했기 때문이죠. 이영자, 전현무, 송은이처럼 방송계에서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전문가로 초대되어 방송에 나가는 만큼 상은 누나도 돋보이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겁니다. 다큐가 아니라 예능 프로이다 보니 그저 분석만 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웃겨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겠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결국 방송에 나가기 전 결심한 게 있다고 합니다. 

‘연예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

웃기는 이야기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건 연예인들이 하도록 두고, 자신은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로 한 거죠. 괜히 잘하지도 못하는(술자리에서는 꽤 재미있게 구사하는) 개그를 어설프게 했다간 이도 저도 안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멘트가 뜸해지면 자연스레 이영자씨가 ‘상은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라며 집중을 시켜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했던 건 ‘잘 웃어주자'였다고 합니다. 

다른 출연진들의 대화와 멘트에 반응하고 잘 웃어주는 것이 함께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의 또 다른 할 일이라고 생각한거죠. 그 마음을 알아봤는지 편집을 해주시는 분이 유난히 상은 누나의 웃는 모습을 방송에 많이 넣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보는 사람들이 ‘저 웃는 사람 누구지?’라며 많은 댓글을 남기고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전참시에서는 하차했지만, 그 이후에 방송에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북미회담을 당시 SBS 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양국 정상들의 몸짓과 제스쳐를 분석했습니다. 최근에는 EBS 클래스e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몸짓언어에 대한 주제로 9부작에 걸쳐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돋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말 한마디를 더 해야 하나, 행동 하나를 더 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해서 타인의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은 누나의 선택은 조금 달랐습니다. 자신을 돋보이려고 과장되게 노력하기보다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하고,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킨 덕에 더욱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한 번 더 다짐합니다. 그와 동시에 타인에게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타인의 성과에는 손뼉 쳐주고, 타인의 재치에 웃음 지어주고, 타인의 슬픔에 함께 울어주어야겠다고 말이죠. 

님이 지금 그 자리에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님의 주변 사람들과는 함께 웃고, 울고, 손뼉 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지금 해오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님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르니까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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