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독립언론' <시사IN>의 자존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

시사IN 사회팀의 김연희 기자입니다.

 

일주일마다 기사를 쓰지만 님께 드리는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묘한 기분입니다☺️

 

저는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취재(코로나19 기사 모아 읽기)를 담당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주간지의 힘을 실감했던 2년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대부분의 기자들처럼 문과 출신이고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의료나 보건, 과학 분야 취재는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당시 편집국장이 저를 코로나19 담당으로 찍었던 배경에는 과학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는 업데이트가 덜 된 오래된 정보가 (그마저도 당시에는 잘 듣지 않았는데 말이죠) 작용했던 것으로 압니다.

 

2020년 설연휴를 끝내고 돌아와 아직 ‘코로나19’라는 명칭도 얻지 못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고 무슨 기사를 내보내야할지 고민했던 기획회의가 기억납니다. 데스크건, 고참 기자이건, 연차가 낮은 기자이건 다들 그야말로 ‘뭣이 중한지’ 모르는 상태였지요. 제가 발제했던 아이템도 여러 개가 까였는데요, 지금 와서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만약 발제가 통과되어서 그 기사를 썼다면 두고두고 창피한 기억으로 남았을 테니까요.

 

어느 언론사든 간에 코로나19 만큼 코로나19 보도도 새로웠지만 주간지는 더욱 난감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확진자 1명, 1명이 발생할 때마다 아주 큰 뉴스거리였거든요. 시사IN이 다른 언론사처럼 그런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룬다면 독자님들에게 배송되었을 때는 이미 오보가 되어 있겠지요. 또 코로나19 보도는 정부 브리핑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사IN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 출입사도 아니고, 데일리하게 발생하는 뉴스를 다룰 수도 없었어요.

 

저희는 방역당국자의 입, 확진자의 동선, 보도자료에 카운트되는 감염자 수 등 대부분의 언론에서 집중하는 곳과는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 백신을 개발하는 기술과 원리, PCR 검사에 대한 궁금증, 우리 몸의 면역체계, 돌연변이가 의미하는 것 등을 취재했습니다. 2년간 함께 코로나19 보도를 하고 있는 사회팀 변진경 팀장은 보건의료계 전문가들과 ‘주간 코로나’를 연재하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코로나19 재난 속에서도 우리가 준비하고 대비해야할 것, 그리고 지켜야할 가치들을 짚어냈습니다. (관련 내용은 <가늘게 길게 애틋하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일주일이라는 호흡은 남다른 취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보다 긴 취재 시간이 주어졌기에 논문을 찾아 읽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가려내고, 직접 찾아가 1~2시간씩 과외인지 취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IN의 코로나19 기사가 팬데믹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가는데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이는 모두 주간지라는 특성 덕분입니다. 그리고 스마트폰만 켜면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길고 깊은 호흡의 가치에 동참해주시는 독자님들 덕택입니다.

 

편지를 받으시는 독자님들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리셨던 분도 계시고, 코로나19로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혹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에 이 메일을 읽는 분들도 있겠네요. 모두 고생하셨다고, 지친 마음과 몸이 어서 회복되시길 바란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떠나신 분들을 위해서는 저도 함께 명복을 빌겠습니다.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겪은 적 없는 분이라면 혹시나 확진이되더라도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두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목격하고 있는 것처럼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무척이나 거셉니다. 인구의 상당수가 코로나19에 걸릴 거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제시되었고 실제 유행 속도는 이를 뛰어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 ‘2022 오미크론 시나리오: 성문 밖으로 나가시겠습니까?’). 앞으로 우리에게 알맞은 자세는 ‘코로나19에 절대 걸리지 않겠다’가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려도 침착하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준비란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죠. 저는 집에 있는 상비약들을 체크하고 진해 거담제를 사두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려 7일간 격리하게 되었을 때 식료품은 어떻게 조달할지, 그외 필요한 물품을 집 앞에 놓아줄 지인은 누가 있을지도 궁리해보았어요. 1인 가구인데 사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제 보건소와 구청에서도 일대일로 확진자를 케어할 여력이 바닥난 상태지요. ‘당근 마켓’ 같은 앱을 통해서 격리된 이웃이 다른 동네사람의 조력을 받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는 아파트에 코로나19에 걸려 격리 중인 분이 계신데 갑자기 건전지가 필요해졌다면 당근 마켓에 이 내용을 올리는 거죠. 그걸 본 저는 퇴근길에 건전지를 사서 그 집 앞에 두는 겁니다. (돈은 계좌이체로 받으면 되려나요?)

 

2020년, 2021년 우리 삶에는 꼭 따라야할 지침들이 있었습니다. 확진자가 되었을 때, 밀접접촉자가 되었을 때,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모두 정부에서 정한 매뉴얼이 있었지요. 2022년은 다를 겁니다. 정부에서 정해준 단일한 지침들을 해체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를 대하는 법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익혀야합니다. 국민 인식조사를 해온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님이 인터뷰에서 위드 코로나는 “골치 아픈 것”이라는 표현을 써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납니다.

 

팬데믹 3년차에도 희망찬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니 조금 울적해지네요. 그럴 때마다 2020년 8월에 만났던 김연수 작가의 문구를 들쳐보곤 합니다. “예년과 다른 여름입니다. 말 배우는 아이처럼, 우린 또 배워 나갈 겁니다. 여름의 끝까지, 지치지 마시길 바라며”라고 소설가는 썼더군요. 지금 시점에서는 ‘여름’ 자리에 ‘봄’을 넣어 읽는 것이 제격이겠네요. 소설가의 말에 격려의 마음을 보태봅니다. 서로를 보듬으며  '골치 아픈 시간'을 통과하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한걸음, 한걸음 내딛은 우리들의 기억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2022년 2월

김연희 올림
‘미디어 리터러시'는 기르기 까다롭습니다. 더디지만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뉴스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시사주간지는 뉴스의 맥락을 읽는 힘을 길러줍니다. 분초를 다투며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와 차이를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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