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38호

‘연길 어딜 가나 내게는/세 가지가 보인다 서점 시장 강물.’

_시 ‘붕우가’ 중에서

안녕하세요, 날개 편집자입니다😎


‘연변’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어릴 적 봤던 개그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연변 사투리를 흉내 내던 것이 생각나고요. 최근에는 백종원 씨가 <스트리트푸드파이터> 시즌2 마지막화에서 연변에 갔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즐겨 보는 유튜브채널 ‘원지의하루’에도 연변 여행 콘텐츠가 있는데요. 요즘 세대들에게 연변은 중국이지만, 한국말이 통하고, 한국음식 비슷한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그런데 중국스러운, 궁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호기심의 공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연변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심어드리고자 합니다. 연변으로 시작하여 연변으로 끝나는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를 통해서 말이죠.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는 박태일 시인이 중국과의 수교도 이루어지기 전인 1991년, 처음으로 연변 지역을 방문한 이후 꾸준히 연변을 찾고, 혹은 1년간 머물며 바라본 연변의 풍경과 사람을 담아낸 시집입니다. 그래서 이 시집은 온통 연변으로 가득합니다. 처음 이 원고를 만났을 때만 해도, 연변이라는 공간이 멀게만 느껴졌는데요. 이 책을 만들고, 북토크를 통해 시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장소, 기억해야 할 장소, 더 알고 싶어지는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럼, 지금부터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집 제목의 뜻

시집의 제목인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나그네’와 ‘안까이’는 함경도와 재중겨레 지역어로 남편과 아내를 뜻합니다.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을 뜻하는 나그네가 연변 지역에서는 남편이라는 단어로 쓰인다니 아주 흥미롭죠?(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걸까요!)

신혼 열 달 / 새벽 붕어 잡이 나간 나그네 / 어젯밤을 떠올리는 안까이 / 주걱 든 볼우물도 / 오그랑 그랑.
_시 ‘오그랑죽’ 중에서

☑백한 편의 시

박태일 시인은 2015년 연변에서 보낸 연구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변에 대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 모두 101편의 시를 실었습니다. 시의 내용은, 시인이 매일 걷고 뛰었던 연변 거리의 풍경, 국밥집과 헌책방의 주인장들, 발해의 유적지, 항일 독립운동가 이야기 등 다양합니다. 마냥 잘 읽히는 시집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토크에서 박태일 시인은 말했죠. ‘시는 어려운 것이다. 왜 어려운 걸 쉽게 읽으려고 하는가.’ 사실 저는 이 대목에서 한방 맞은 것 같았는데요. 요즘엔 워낙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다 보니, 책을 파는 입장에서도 ‘이 책은 재미있어요, 잘 읽혀요, 쉬워요.’ 이렇게 홍보를 한단 말이죠. 그런데 사실 책이라는 게 우리가 유튜브 영상을 보듯이 쉽게 쉽게 읽히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문학, 그리고 시는요. 한 줄 한 줄 한 단어 한 단어 곱씹어야 하는 시도 있습니다. 박태일 시인의 시가 그렇습니다. 북토크에 오신 한 독자는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 시를 읽어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라고 하셨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시도 있습니다. 연변 지역에서 쓰는 단어, 낯선 지명이 시를 어렵게 읽히게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두툼한 시집을, 낯선 지역의 이야기로 가득한 이 시집을 열어보시라 여러분께 감히 권하고 싶네요. 쉬이 읽히지 않는 시집, 어떤가요 도전 정신이 생기시나요?😊


“연변은 나에게 난처함이고, 슬픔이다.”

[박태일 시인과의 북토크 장면들]


편집자: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 하나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백 마리에 더 하나./오느라 가느라, 이순에 튼 물골이 만주에서 멀었다 멀리./그리움과 슬픔이 호두알처럼 갇혀 뒹구는 땅./한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온 연변, 연길.
저는 이 문장에서 연변에 대한 시인의  미안함, 아쉬움이 묻어난다고 느꼈습니다. 시인께서는 연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박태일 시인: 난처함이죠. 역사로서는 모두 잊혔고, 삶으로서는 모두 무너져버린 빚쟁이 심정입니다. 그 시대에 두만강을 건너 그곳으로 가셨던 분들이 삶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삶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연변의 사람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있긴 하지만, 다른 것에 대한 관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떻냐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연변에 갈 때마다 슬픔, 난처함, 빚쟁이 등의 감정이 떠오릅니다.
혹시나 연변에 계시는 분이 이 시집을 보게 된다면 나의 삶이 이렇게 다뤄지는구나, 내가 살아온 것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자: 교수님은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몽골에서 연구년을 보낸 후에 산문집 <몽골에서 보낸 네 철>과 시집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를 출간하셨죠. 연변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로 산문집으로 내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박태일 시인: 몽골에서의 목표는 사진집을 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진에 충실하지 못했고, 제 사진보다 훨씬 좋은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산문집에 사진을 넣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연변에서의 목표는 시집 출간과 공부였습니다. 이번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가 조금 어렵습니다. 시는 어려워야 합니다. 그래야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이 시집에 대한 해설집을 내고 싶습니다. 해설집을 통해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서 다 하지 못한 연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태일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은 북토크 라이브 영상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고 많은 개척 단지 가운데서도 안도현 장흥 도안골 / 합천군 예순 가구에 밀양군 마흔 / 사흘을 달려 안도역 기차에서 내린 날이 1938년 3월 25일 / 고향에서 보리밭 퍼런 고랑 보고 떠났는데 / 들판이고 산이고 허옇게 덮은 눈 / 춥다고 우는 아이 죽을 데로 왔다 장탄식 어른

_시 ‘깽그랑 깽깽 문 여소’ 중에서

편집자의 쪽지📝 
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sun의 아이템_이북리더기

독서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이북리더기! 가감 없이 2년 차 실 사용기를 말씀드릴게요. 이북리더기의 최대 장점은 가볍다는 것입니다. 휴대폰 무게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수십 권을 다운받아도 똑같은 무게이니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 분은 가방의 무게가 확 가벼워질 것 같아요. 대기화면 꾸미는 것도 재미있습니다.(제 화면 귀엽지 않나요?) 다만 느립니다. 제 기종이 좀 오래된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처음 책을 열 때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책이 있어도 이북으로 나오기까지, 플랫폼에 등록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결국 종이책도 사서 보게 됩니다. 종이의 질감이 여전히 더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병렬독서하시는 분께는 추천! 그외에는 글쎄요입니다. 

#라온의 아이템_손난로

요즘 저는 우스갯소리로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이 도라에몽 손난로라고 하는데요.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제가 어딜 가든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겨울, 공기가 따뜻해도 손만은 시려 고민하던 저는 처음에는 핫팩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핫팩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거기다가 비닐 포장지에 다 쓴 핫팩까지 쓰레기도 많이 생겼고요. 손은 시린데 매일 쓰기는 부담스럽던 찰나, 손난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작고 가벼운 데다가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 손난로는 충전형이어서 몇십 번, 몇백 번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둘 수도 있으니 필요할 때만 쓸 수도 있고요. 출퇴근길은 물론 사무실에서도 손이 시릴 때 쥐고 있으면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기분! 거기다 귀엽기까지! 겨울을 나기에 딱 좋은 아이템 추천합니다.

🎤행사 안내
<아이 캔 두 이모>
김우남 소설가와의 북토크
모르고 지나쳐 왔던 일상 속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김우남 소설가의 단편집 <아이 캔 두 이모>와 함께하는 북토크가 개최됩니다!
유튜브 채널산지니에서 라이브로도 만날 수 있으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달의 신간
뉴턴과 마르크스
도이 히데오 지음 | 이득재 옮김 |
20,000원

문이과의 진정한 융합을 위해 뉴턴과 마르크스를 연결하다.
저자는 뉴턴 역학과 마르크스 가치론을 하나의 논리로 묶어 문이과를 연결할 새로운 기술관을 제안한다. 문이과를 함께 볼 때 우리는 더 넒은 학문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내게 날아든 계절
인문학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지음 |
김성현, 이제훈 엮음 | 17,000원

‘청소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써 내려간 소설 24편을 엮은 짧은 소설집.
사계절만큼 뚜렷한 학생들의 개성과 톡톡 튀는 생각을 담았다. 이 책으로 어른은 청소년이 바라보는 세상을 발견하고, 청소년은 또래와의 소통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이다. 
한국수산지 Ⅰ, Ⅱ
농상공부 수산국 지음 | 이근우, 서경순 옮김 | 각 45,000원

한국 최초의 근대적 수산 조사서이자 인문 지리지인 <한국수산지>의 번역본. 전체 4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으로 제1권에는 조선의 지리와 수산, 제2권에는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의 지리와 주요 어획물을 기록하였다.
산지니에서 주변부의 담론에 귀기울이는 반년간 비평지 <문학/사상>의 구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과 구독 신청은 위 이미지 클릭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학/사상>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문학/사상>과 함께할 구독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시집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가 궁금해지셨나요?

피드백을 남겨주시는 분 중 한 분을 선정하여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를

선물로 드립니다. 

시인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대신 물어봐드리겠습니다!

시집에 대한 기대평이나 한줄평도 모두 좋습니다.


아래 버튼을 클릭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지난 호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소개합니다. 구독자님의 취향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작은 피드백에도 산지니 편집부는 들썩들썩인답니다:) 저희도 구독자 여러분과 내적 친밀감 마구마구 쌓고 싶습니다😁

👉 레터 열었다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시작해서 요즘 농구에 미쳐서 살고 있거든요! 산지니와 이렇게 또 내적 친밀감을 쌓아갑니다ㅎㅎ 저는 실내체육관과 야구장을 좋아합니다. 둘 다 에너지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찾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산지니 출판사
san5047@naver.com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140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626호 051-504-7070
수신거부 Unsubscribe
산지니소식을 받고 싶지 않다면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