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기관, 재생에너지 투자비중 확대… 한국도 한전 포트폴리오 다변화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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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사 브라운 IEEFA 수석 컨설턴트 / “해외 석탄투자 국가보증으로 수익 / 기술발달로 재생에너지 단가 감소 / 글로벌 투자 2017년 2%↑ 2798억달러” / “한국전력 외국인 지분율 30% 육박 / 리스크 관리 학점 매긴다면 C등급 / 산은, 투자관련 감시기능 확충 필요”
“신재생에너지 개발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풍력이나 태양광 등의 발전 단가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고, 재생에너지 관련 펀드 수익률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를 진지하게 살펴 볼 때입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멀리사 브라운 에너지금융 수석 컨설턴트는 “한국의 선도적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들이 이뤄내는 진전이 한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속도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립에 투여되는 정부의 보조금 등에서 비롯된 오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씨티그룹(Citigroup)의 아시안에쿼티리서치 상무이사 겸 부국장을 지낸 그는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서 15년 이상 활동해 온 투자 전문가이자, 신재생에너지 분야 관련 베테랑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단순히 ‘환경보호’라는 명분만이 아니라 투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에너지금융 수석 컨설턴트인 멀리사 브라운이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와 한전의 핵심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 산업은행의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는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과 한전의 핵심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 KDB산업은행의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는 국제 연구기관의 분석을 제시하며 변화를 촉구했다.

―다수의 한국 기업이 현재 개발도상국의 화력발전소 건설 공사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석탄 투자가 안정적인 수입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해외 석탄 투자는 국책수출신용기관의 철저한 보증 하에 이뤄진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 볼 가능성이 매우 낮다. 다시 말해 국가 보증 덕분에 안정적 수익처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석탄을 땔감으로 쓰는 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석탄 기반 화력발전소 건립은 협상부터 완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점도 투자 측면에선 부정적이지 않나.

“현 추세대로라면 재생에너지 개발 단가는 지금 수준보다 현격히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몇 년 후면 아무도 사지 않을 기술을 서둘러 판매한다는 비판도 있다. 장기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수익 올리기에 몰두하다가는 가까운 미래에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이 2008년 약 7억달러(약 7900억원)를 투자해 완공한 인도 문드라의 석탄발전소는 지금 시장에 1루피(약 15원)짜리 매물로 나와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용 단가가 어느 수준으로 떨어졌는가.

“전력 1메가와트(㎿) 생산 비용이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50달러 수준이다. 이어 가스가 60달러, 석탄 통해서 만들어 낼 경우엔 102달러 정도가 든다. 가격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비용 경감의 가파른 추세다. 2009년만 하더라도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지금의 7배 이상인 350달러를 웃돌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단가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은 결코 뒤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산업은행, 국민연금 등은 한전과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쪽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탈석탄, 신재생 에너지 투자와 관련한 포트폴리오 조정 사례는.

“세계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해에도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은행, 보험, 자산운용 등)들이 석탄에너지에 대한 투자 철회를 가속화하거나 대출 채권을 서둘러 매각하는 등 에너지 관련 투자포트폴리오에 대한 과감한 조정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 투자의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올해 석탁발전소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스페인의 다국적 금융그룹인 BBVA, 소프트뱅크, 블랙록자산운용 등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또 취리히보험, 스위스리보험, 니폰생명보험, 다이치생명보험 등은 석탄기반 사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규모는 어느 정도 늘었나. 일각에서는 실용성 문제로 투자를 주저하는 것으로 안다.

“올해 유엔이 발표한 에너지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난해 글로벌 투자는 전년도에 비해 2% 늘어나 2798억 달러(약 315조원)를 기록했다. 57%는 태양광, 37%는 풍력 발전에 투자됐는데, 작년 한 해만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신규설비가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발달로 이를 활용한 에너지 발전 단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태양광의 균등화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는 75%나 하락했다.”

―한전을 포함해 한국의 에너지투자 계획에 학점을 매긴다면.

“한전의 외국인 지분율이 30%에 육박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면서 전력 회사들이 장기적인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경향이 있다. 한전의 이사회 구성을 봤더니 임기가 2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승인감사위원회의 임기도 2.4년에 불과했다. 여기서 리스크 관리와 관련한 미스매치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불신이 강하다. 에너지 컨설턴트로서 나는 한전의 공시수준과 장기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관련한 전략 측면에서 C등급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전 지분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에너지투자 리스크 관리는 어떤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C+에서 B- 사이다.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한 10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5666억원(2016년 승인 기준)을 공급했다. 에너지 효율 향상, 폐기물 에너지화, 온실가스 감축시설 투자, 열·에너지 절약 서비스 등에 대해 총 2조8000억원 규모의 대출 및 투자를 승인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노력하고 있는 점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하지만 이는 한전의 연간 탄소 배출량의 1%가량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전이 신재생 에너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의 감시 기능을 좀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 멀리사 브라운은?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에너지금융 수석컨설턴트 ●씨티그룹(Citigroup) 아시아 주식 리서치(Asian Equity Research) 상무 이사 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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