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못하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와의 협업인가?
• 내게 맞는 협업 방식을 알아갈 좋은 기회인가?
• 협업의 목적이 분명해 함께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환경인가?
•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인가?
• 팀을 꾸리기 위한 투자로서 가치 있어 보이는가?

우리 모두에게는 감각이 있지만, 디자인 학부는 괜히 4년 과정으로 구성된 게 아닙니다. 다른 분야도 똑같아요. 학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 분야를 파고들기 위한 수많은 전문과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와 ‘좀 아는 사람’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협업을 합니다. 내가 못 하는 일을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쏟아 다져둔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죠. 레디는 그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레디를 처음 알았던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줄곧 그녀는 디자인과 관련해서 고민하고 있었고, 1년 뒤 부터는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디자인을 그렇게까지 안해도 물건은 팔리고, 로고가 없어도 내가 대충 타이포를 쓰면 돼. 포토샵 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분명히 디자이너는 내가 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내잖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어.”

레디는 감각의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말합니다. 영상 편집자 배희님과 함께 일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처음엔 혼자서 편집하기도 했어. 그런데 딱 봐도 퀄리티 차이가 나는 것 같더라고. 혼자 할 거라면 내가 영상을 배워야 하는데, 거기에 에너지를 쓴다고 그 퀄리티가 나올 것 같지 않았어. 내가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영역이면 당연히 남한테 맡기는 게 맞지.”

일은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릅니다. 불현듯 어떤 예감처럼 ‘앗, 곧 좀 더 큰일을 맡게 될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되는데, 참 신기한게 꼭 바쁠 때 일이 들어오더라고요. 내 열 손가락 중 여덟 손가락엔 일이 대롱대롱 걸려있고, 두 손가락 만으론 그 일을 처리하기엔 빠듯한 상황일 때 말이에요. 저는 그렇게 몇번의 기회를 놓치거나 없는 시간을 갈아넣어 일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일이 오기 전에 누군가와 함께 일을 나눠 할 수 있는 능력치를 만들어 놓자고요.

협업은 난 이만큼 쟤는 요만큼 양보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바라는 바가 있고, 좋아하는 업무 방식이 있죠. 연애랑 비슷합니다. 나랑 어떤 사람이 잘 맞는지도 중요하고, 내가 어떤 연애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중요하죠.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더 많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 협업을 시도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해보고는 싶었는데, 한 번도 안 해본 일이야. 그런데 그 일이 작지 않아서 누군가와 함께해야해. 갑자기 그런 상황에 닥치면 난 너무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

특히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다른 분야의 파트너가 눈에 보인다면, 합을 맞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분야마다 일이 진행되는 방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죠. 디자인이면 디자인, 기획이면 기획, 개발이면 개발, 각 분야에 맞게 일을 진행하는 오퍼레이션 루틴이 있습니다. 그걸 안다면 이후에 다른 비슷한 일을 맡을 때도 좀 더 유기적인 업무 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겠죠. 같은 분야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또 그만의 작업 방식을 알아갈 수 있을 거고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만, 함께하면 그 사람의 프로세스를 알아갈 수 있어. 이 사람이 가진 노하우까지도. 그럴 때는 내 수익을 나누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아.”

대학교 팀플을 생각해 볼까요. 나는 학점이 중요한데, 팀원 중에 몇몇은 학점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고 팀플을 하라니까 한다는 느낌으로 묶인 사람들이 몇몇 보입니다. 이들의 태도를 보고 있으면, 열심히 자료를 준비하다가도 열정은 싹- 사라지고 억울함이 울컥 솟아오릅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우리가 사회에 나와서 협업을 할 때도 이런 생각이 들면 그건 망한 겁니다. 발을 빼야죠. 함께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맡은 일에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올인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결과물이 협업 파트너의 성장이나 실적, 이익과 분명한 연관이 있어서 그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특히 업력이 서로 비슷하다면 상대도 나도 공평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어느 쪽도 억울하지 않죠.

“나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일은 협업하지 않아. 적더라도 분명하거나 그게 도저히 불가능하다면 퍼센트를 더 많이 받아야지. 내가 맡는 건 보통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거든. 내가 열심히 마케팅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쏟아부을수록 이 사람은 이득을 많이 봐. 그런데 내가 열심히 안 하면 이 사람도 돈을 못 가져가는 구조가 돼. 그러면 솔직히 속으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지. 그런 상황은 피하는 게 맞다고 봐.”

다행히도 우리가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돈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험과 레퍼런스도 따라올 수 있죠. 레디에게는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 손발이 맞는 대표님이 있는데요. 레디가 일을 시작하던 초창기엔 그분은 수익을, 레디는 포트폴리오를 챙기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서로 분쟁 없이 척척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고도 하죠. 결국 협업에 있어서는 각자 원하는 바가 뚜렷해, 서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겁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더해져서 단순히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결과물이 더 탄탄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파트너가 나보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더 많이 써 줄 수 있다면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지겠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풀이 나와 완전히 다르다면 결과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수 있고요. 또 각자가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다르다면 서로 겹쳐 보았을 때 서로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강의를 할 때도 이 사람에게 네트워크가 분명히 있는지, 모객력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지. 그게 아니라면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거나, 강의 기획 경험이 매우 많거나. 나보다 나은 게 있을 때, 혹은 나와 함께했을 때 뭔가 도움이 돼야 같이 하는 거야. 서로 보완 관계가 명확해야지.”

때때로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작업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될 때도 생길 겁니다. 그러나 일은 일이죠. 괜히 친분에 일을 시작했다가, 일이 이도 저도 안 되면 서로에게 실망하고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고요. 시작은 친밀한 관계였어도 함께 일하기로 한 이상 분명한 보완관계를 가져야 과정과 결과에 만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단호하게 말하는 건, 저도 최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디는 위와 같은 협업 방식으로 일을 했지만 모든 사람이 그 방식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던 건 아니라고 해요. 최근에도 논란이 좀 있었다고 하는데요. 레디가 이미 하고 있는 브랜드 기획을 함께 해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에서 왜 플러스알파인 디자이너부터 찾느냐는 거죠.

“나도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사장님이 지금 당장 필요한 직원 말고 나중에 뭔가를 함께 할 직원을 먼저 뽑고 있다는 얘기잖아. 하지만 난 분명히 그걸 할 건데, 지금부터 시행착오를 빨리 겪는 게 나을 거 같아. 언제까지 계속 고민만 하고 있기는 싫어. 난 이게 투자라고 생각해. 재무 관점에선 말도 안 되지만.”

레디는 이런 방식으로 협업을 하는 게 1인기업으로 살아 남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함께 일할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일은 잘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개인의 능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능력에 날개를 달아줄 사람들에게 투자를 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관계를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냥 필요할 때만 쓰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지 않는다면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그것도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죠.

저는 그 방식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왔고, 그 투자 방식을 오랫동안 바라봤는데 꽤 투자 포트폴리오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만해도 잘 자라지 않았나요? (혼자 흡족) 그런 이유로 저는 최근 레디의 디자이너 찾기 여정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함께 잘 할[자랄] 브랜드 디자이너 찾습니다. 투자 받고 싶은 사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