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非과학적 탈원전 논란, 이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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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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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지구온도 상승 억제 청정기술로
IPCC, 미래원전도 리스트 올려
노벨경제상 노드하우스 교수는
탄소세 통한 기후변화 대책 강조
이념 기반 에너지정책 고집 말고
국익·민생복지 극대화에 초점을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서울경제] 50년을 에너지경제 분야에 종사한 필자는 지난 1년여를 절망의 늪에 빠져 있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념형 확신편향’ 시대에 탈원전에 관한 비과학적 논란을 멈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 학자들의 재빠른 변신에 경악하면서. 그러나 요즈음 필자의 절망감을 씻는 일이 연이어졌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인천 총회에서 오는 2100년 지구의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지난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체 없이’ 1.5도 이하로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문명의 지속가능성 위기 때문이다. 물론 1.5도 억제는 매우 어렵다. 2도 상승에 비해 비용은 3~4배나 많단다. 확실한 기술적 해법과 재원조달 방안도 아직 없다. 그러나 희망의 끈은 발견했다. 여기에 기후변화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의 거장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국 예일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를 탄소세 등의 경제논리를 통해 해결하는 동태적 통합모형(DICE·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을 개발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탈원전 논란이 부질없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탈원전 환경론자들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 에너지산업을 몽땅 ‘적폐’로 몰고 미성숙기술인 재생에너지의 무한 확대를 주장했다. 불확실한 미래기대를 가시적 이득으로 위장해 장기 국민부담을 유발한다. 심지어 공공 의사결정 체제를 장악하고 관련 사업의 이권 배분에도 일부 관여한다. 그러나 IPCC는 특정 기술의 절대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토지·도시·수송 부문을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 통합체계의 하부조직으로 인식한다. 여기에다 사회적 신뢰 등을 통한 ‘기술 외적’ 적응 대책을 강조한다. 노드하우스 교수도 경제·사회·문화적 갈등이 혼재한 ‘기후변화 카지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그의 저서에서 강조했다. 우리 원자력계도 ‘비과학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IPCC 보고서의 청정기술 리스트에 원전이 포함된 것에 고무돼 있다. 그러나 IPCC는 2030년 이후 저탄소배출원의 다양한 도입 시나리오에 원전을 포함한 것뿐 이다. 12월 유엔 당사국총회(UN COP)에서 확정된다. 물론 우리처럼 원전을 아예 적폐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현존 원전의 수월성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미래 원전에 주목한 것 같다. 서울 광화문 거리시위를 감행한 원전학계마저 진지한 학습보다 ‘내로남불’식 정치 행태를 닮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 간의 선전선동 경쟁은 보기 민망할 따름이다.

여기에다 현 정부는 탈원전정책을 ‘에너지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신재생 3020계획’과 ‘8차 전력수급계획’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태양광 확대 등 탈원전정책이 연 1조원 이상의 국민부담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2030년까지 50~200%까지의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평가들은 큰 방향 제시와 달리 세부 내용에서 논리적 결함이 일부 있다. 추가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과 대체를 거듭하는 동태적(dynamic) 에너지 시장의 여건을 고려한 고급논리 보완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의 지난해 동태적 모형연구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 수급불안이 가중되고 2035년까지 140조원대의 국민부담이 추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전력안보가치를 일부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확신편향형’ 정책 대결을 끝내야 한다. 이념과 기득권이 과학적 진리를 이기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국익과 민생복지 극대화를 위한 동태적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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