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에디터의 농촌 이야기를 담습니다.
22년 7월 31일 / 웹진 5호
사담 사담
   같이 사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평소 표현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사람이 표현을 크게 하는 날이면, 나는 덩달아 "뭔데 뭔데"하며 따라가서 보고 듣는 사람이다.

  무지개가 떴단다. 무지개가 뜨면 뜨고 아님 마는 건데 옆에서 하도 "무지개다!" 하니까 나도 그 무지개에 시선이 닿은 것이다. 얼떨결에 사진까지 찍고 한참을 바라 봤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말이 이럴 때도 통한다. 5분 전에 봤던 하늘에는 없던 무지개였다.

  그 사이 노트북 펼쳐진 책상머리에 앉아 타이핑 하는 나를 일으켜 세운 친구 덕에 흔치 않은 풍경을 담았다. 석양 빛에 섞여 핀 무지개는 한편의 동화와 같았다. 하루 끝단에 받은 선물이었다. 내일은 같은 일상이라도 조금 다른 맛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나갈 계획을 세웠다.(22.07.30)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늘 남방이나 가디건을 챙기는 편이고, 우산은 차에 있으니 굳이 볼 필요가 없다. 물론 선택 없는 뚜벅이었을 때도 그랬다. 당일 아침 눈을 뜨고 창밖으로 확인하는 편이지 미리 일기 예보를 보고 준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야외에서 행사를 해야 한다거나 일로 사전 준비가 필요한게 아니라면 일기 예보는 내 삶에 주요 점검 요소는 아니다.

   밖에 나가 콧바람 쐬며 글을 쓸 작정이었다.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아침부터 비가 한껏 내린다. 나갈 생각을 하니 축축해질 내 발이 신경쓰였다. 오늘은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걷고 싶었다. 두 손이 가볍고 싶었다. 그래서 우산을 쓰고 걷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7월의 끝날에 웹진 발송으로 한달의 마감을 하고 8월의 전야제를 집 거실에서 하게 되었다. 

   비가 내리면 왠지 몸도 마음도 침잠해진다. 자연스럽게 내면 깊은 곳을 마주하게 되고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뛰는 맥박을 잡으려 호흡도 반복하게 된다. 내 심장박동이 남들보다 잘 들리는 편이다. 쿵쾅 쿵쾅 거세게 들리던 소리가 후하 후하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 잦아들면 마음의 안정이 찾아든다. 오후 4시, 내 집중도가 높아지는 시간이다. 이 때부터 자기 전까지의 시간이 잘 챙김 받는다면 좋은 결과물이 빠르게 나온다. 지금도 그 시간이다.(220731)
   여행 중 [농부친구, 구독] 웹진 구독자인 친구에게 받은 카톡 내용 중 일부이다.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내 안일함을 몇 개의 물음표로 돌려받을 때의 기분은 참 아찔하다. 9일간의 국내 여행 중 이 톡을 보고 바로 전화를 건 이유는 변명으로 식은 땀을 말려보기 위함이었다.

   지난 웹진(5월; 4호 https://stib.ee/u8J5)은 '어떠했냐고' 소회를 물었다. "너의 혼돈이 한눈에 보인다"고 친구는 말했다. 옳타구나 싶었다. "내 손끝이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 풍요의 마음을 선물하겠다는 말 대신 그 혼란이 여실이 보여질 것 같아 무섭다"고 했다. 친구는 늘 그랬듯 웃으며 단호했다. "향주야 난 그럼에도 네가 계속 써야 한다고 생각해"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번 여행은 당진살이 1년을 회고하는 시간이고 이 기간을 통해 7월은 웹진을 발행할거니 기다리라고 했다. (22.07.10)
    이 글을 읽고 있을 구독자님들의 7월이 궁금하다. 나의 7월은 별일로 가득했다. 사람들에게 별일 없이 잘 지내는지 묻고, 그들 또한 내게 별일 없는지 묻곤한다. 예전엔 별일이 어떤 안좋은 일 또는 집안의 대소사 정도로 생각했다. 헌데 요즘은 매일이 별일이란 생각이 든다.

   생사의 길에서 매일 먹고 싸고 자고 가고 오고 모든 것을 문제 없이 하고 있다. 거기에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을 찾아나가고 그 길에서 힘 받아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한 일상은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 감정 롤러코스터를 하루에도 수십번 탄다. 그래도 그 과정을 '오늘의 별일'로 치하하고 별 하나 주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들어 다시 단어 사전 찾기를 시작했다. 별일(일)을 찾아보니 '나눌, 다를 별'자를 쓰고 1. 드물고 이상한 일 2. 여러가지로 별다른 일 3. 특별히 다른 일로 풀이된다. 비슷한 말로는 별사(別事)가 있고 같은 별은 같은 뜻에 '일, 직업, 재능 사'를 쓴다. 풀이는 별일의 3번과 같다. 

   어제와 오늘이 정말 같을까? 돌아보면 같지 않다. 다 다르다. 자칫 방심하면 '다람쥐 쳇바퀴'라는 비유를 내게 적용하곤 한다. 그 생각을 다시 곱씹어 보면 반복된 내 생각이 만들어 낸 감정적 결과물이었다. 그 마음이 한해 두해 쌓이면 매일이 무미건조하고 별볼일 없는 하루가 되는 것이다. 똑같은 24시간이라지만 DNA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삶 속 하루 1분 1초가 같을리 만무하다. 거기서부터 이미 별일의 시작이다. 하루를 시작했다면 이미 특별함이 시작 된 것이다. 
   우리 아빠는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만 잘 살겠습니다." 한해를 시작할 때 "올해만 잘 살겠습니다." 하고 기도하면 사는데 문제 없다고 한다.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는데 무병장수를 기도하는 것 보다 올해만 오늘만 잘 살자는 마음가짐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 또 한해를 잘 부탁하고, 별탈 없이 다음날 눈을 뜨면 그 하루를 즐겁게 살면 되는 거라고 말한다.

   살아갈수록 무심코 흘려들었던 어른(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의 말들 중 되살아 돌아오는 언어들이 있다. 이렇게 다시 스며든 어른의 언어는 감사의 태도를 갖게 한다. 

  지금 쓰고 있는 웹진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서툴어 보이더라도 계속 쓰려는 이유는 하나다. 이게 나의 길을 풀어줄 것 같은 암묵적인 확신같은 것이 있다. 나의 언어를 찾고 싶고 그렇게 나의 길을 견고히 닦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웃집처럼 놓아지길 바란다. 단어 하나 하나의 사포질을 거듭해 만든 내 길에는 어떤 향이 나고 모양세가 날지 궁금하다. 시간이 지나 확인 할 길은 이 길 뿐이란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늘 쓴 글이 죽맛이 나든 밥맛이 나든 보여질 수 있는 글이든 자물쇠를 잠궈둬야 하는 글이든 쓰고 있다. 
유튜브로 올리겠다고 영상만 엄청 찍고 편집할 엄두 못내고 캡쳐해서 사용 중..
    7월의 시작은 나 홀로 아래 지방을 돌며 시작했다. 6월 말일부터 7월 첫 주까지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이건 먹으러 가야지!' 하는 음식도 없다.

   내가 자발적으로 이동하고 여행의 결심이 설 때는 오로지 '사람' 덕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여행하길 권하거나 그렇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떠나거나 둘 중하나다. 만날 사람이 없는 곳으로는 여행의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다. 그런 내가 지도를 폈다. 떠날 마음은 확실한데 아무리 지도를 봐도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출발 이틀 전,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생각해서 지역을 정했다. 서천-광주-목포-여수-함양-경주.  첫번째 만남은  [농부친구, 구독] 1호 웹진(https://stib.ee/KCp4)주인공인 서천 벽오리 자연양계 유정란 박대수 농부님을 시작으로 유튜브나 인스타로 보던 분들께 DM을 보내서 약속을 잡았고 지방이라서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났다.
[예고] 서천 / 치킨런 목격
  8월 첫 주 발송 될 웹진은 서천 '치킨런 목격'담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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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나요?

비오는 7월 31일 밤입니다.
5호 구독자 여러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과도기 웹진에는 안정기도 반드시 찾아옵니다.

점점 더 풍요로움을 안겨 줄 수 있는 곳으로
오래 볼수록 더 사랑스러운 웹진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멋진 8월 출발하세요! 
"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해 씁니다."
- 로컬에디터(Local Edi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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