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입에서 내가 소화하기 쉬운 피드백을 얻기란 참 어려운 것 같네요. 일의 결과물을 받은 클라이언트의 반응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그만큼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끊임없이 셀프 피드백을 해. 잘하고 있는 건가, 재미있나, 더 하고 싶나 등등. 스스로 질문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점검하고 있어.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도 총평하고. ‘이 일은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다’거나 ‘이 부분은 좋았으나 이 부분은 힘든 점이 있었으니 다음에는 조심해야겠다’거나.

스스로 피드백을 하는 습관이 있으면 좋은 점은, 점점 더 나에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좋아하고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차곡차곡 데이터베이스를 쌓아가는 거지. 내 일의 만족감이 유난히 높은 이유가 이런 습관에서 오는 거 같아. 의외로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잘 안 하더라고. 

(스포) 그래서 툴킷으로 만들고 계신 거죠?

응, 정말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되거든.  조만간 공개할 거니까 이건 여기까지만 다루자. (웃음)

레디 입장에선 피드백 요청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어떻게 요청하는 게 편해요?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면 고맙지. 자기가 생각하는 어려운 지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정확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하면 좋겠어. 피드백을 주는 입장에서는 잔소리처럼 느껴질까봐 말하기 곤란한 것들도 있거든. 그런데 일을 함께해야 하는 경우엔 피드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물어봐주면 반가워.

요즘에는 협업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겐 피드백을 잘 주고 있나요?

같이 일하는 친구한테는, 성향을 고려해서 피드백을 주고 있어. 함께 일했던 친구 중에 사회초년생으로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었어. 참 성실하게 일해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에 갭이 있더라고. 그런 부분은 일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거 같아.

‘성향을 생각해서 피드백 해야 한다’는 말씀은 언뜻 알 것도 같아요. 생각하시는 나름의 기준이 있나요?

피드백을 공격적으로 받아치는 친구는 아닌지, 충분히 신뢰가 쌓여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나부터 피드백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싸우자는 의미로 전달되지 않게 해야겠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피드백 전달이 어려울 것 같은 아이들이 있어. 그럴 땐 피드백을 주기가 어렵지.

단, 자기 멘탈이 나가도 습득하고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친구라면 나도 용기내서 얘기해주려고는 해. 그러려면 심리적인 유대관계를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겠지? 나도 파악이 되어야 피드백을 알맞게 줄 수 있기도 하고.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이 아닌데 ‘나를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어. 잘 모르고 피드백 주는 경우도 있고. 모든 상황에 알맞게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긴 어렵잖아. 그러니 피드백을 다 수용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특히 너무 높은 기준 앞에서 자신감이 꺾이는 경우나 예의를 갖추고 말해도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피드백을 줘서도 안 되겠지만 이미 받았다면 오래 곱씹으면서 무리해서 소화 할 필요는 없다고 봐.

음, 맞아요. 그리고 이런 뉘앙스로 전달되는 피드백도 싫어요. 피드백에 착하고 말고는 없어서 그냥 팩트만 말해주면 좋겠는데, 끝끝내 자신의 선한 마음을 강조하며 독한 말을 전하는 거.

그냥 감정 빼고 팩트 중심으로 가는 게 제일 베스트야. 말하는 쪽에서도 피드백하기 전에 먼저 선을 딱 그어서 ‘팩트만 봐’라고 얘기하면 좋을 거 같고, 받아들이는 쪽도 이게 업무적인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는 게 깔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