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vät - 봄 내음
에세이·사진, 백솔

따뜻한 봄 햇살을 한창 기다리던 차, 갑자기 내리는 눈을 보며 잠시 좌절한다. 단단하게 얼어 있던 바다는 쩌억 하며 갈라지는 소리를 내고, 숲을 덮었던 눈이 다음 차례로 녹아내리며 끝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그렇게 차츰 막을 내린다. 4월 30일, 핀란드의 봄 축제인 바푸(Vappu)를 맞아 도넛을 튀기고 피크닉 준비를 한다. 모두가 겨울의 끝, 지난했던 학업, 노동의 날 등 저마다의 이유로 바푸를 기념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모인다. 머리 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받은 항해사 모자가 씌어져 있다. 빛바랜 졸업모자를 쓰고 나란히 걷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스럽다. 바푸 축제와 전야제를 기준으로 핀란드 사람들은 그 전과 후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겨울과 봄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5월 1일 이후는 일단 봄이라 치고 모두가 밝고 경쾌한 모드로 돌입한다. 봄이 온다는 것은 어쩌면 따뜻한 햇살이나 돋아나는 새싹과는 상관없이 때로는 마음먹은 이의 결단이 더 중요한 지도 모르겠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온도와 조도에서 겨울은 마침표를 찍었고, 나는 봄 내음 가득한 하루를 보낸다.
이이나 부오리비르타(Iina Vuorivirta)의 비노(Vino) 거울은 로컬 컬렉션의 아이콘적인 제품으로, 거울 중앙이 볼록하게 또는 오목하게 접혀 있다. 이 거울의 매력은 미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내가 볼 수 없는 공간의 일부도 비춰주는 것 또는 상이 반사되어 두 개로 맺히는 데에 있다. 프레임의 구리와 브라스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하여 더욱 독특한 미감을 발한다는 매력이 있다.
50일 남짓한 전시 동안 팩토리 뉴스레터는 14회에 걸쳐 ≪Coming Home to Seoul≫의 참여작가, 디자이너, 로컬 아트, 로컬 오브제 소개를 상세히 전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들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연소재에서 출발하는 만큼, 팩토리 뉴스레터는 로컬의 작업들을 한층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헬싱키에서 10여 년간 생활한, 그리고 본 전시에서 홍보와 번역으로 참여한 기획자 백솔의 에세이를 레터 시리즈로 기획해 보내드립니다. ‘Päivää(파이바)’ 레터를 통해 로컬 작업에 담긴 핀란드 곳곳의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 오랜 관습, 현대 핀란드인의 루틴, 계절, 색채, 시간성 등이 여러분에게 더욱 선명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 Päivää(파이바)는 영어의 ‘day’를 의미하며, 핀란드에서는 ‘좋은 날이야!’라는 뜻의 첫인사로도 쓰입니다. 
* Kevät(케밧)은 핀란드어로 봄을 뜻합니다.

팩토리2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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