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할아버지와 BTS를 주목해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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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구운김 입니다.

  2021두유 노 클럽에 화려하게 입성한 오징어 게임과 꾸준히 지분을 넓혀가는 ‘BTS’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클럽 회원으로서의 위신을 드높이고 있습니다오징어 게임은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주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었고, BTS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현 시점 두유노클럽 이걸로 종결! (출처 : 더 타임즈)
  국내 상황과 다르게, 미국에서는 작년부터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미 오영수 배우는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그래미는 오미크론으로 연기되었지만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 보다 풍성한 관람을 위해 선택해 보았어요. 오늘은 2022년까지 이어진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어워드’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극장은 더 자주, 콘서트는 제발 가고 싶은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시상식, 아닌 척해도 신경 쓰이는 건
2. 골든 글로브- 스캔들의 대가는 혹독하다
3. 그래미 어워드- 일파만파 퍼져 나간 한 팝스타의 트위터
4. 그래미 어워드- 위켄드의 발언이 뜬 소리로 여겨지지 않은 이유

  👑  시상식, 아닌 척해도 신경 쓰이는 건

  본격적으로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 어워드(이하 그래미)’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대중문화 내에서 두 이벤트가 갖는 ‘권위’에 대해 짚어 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든-든-해지는 골든 글로브/그래미 어워드 트로피 (출처 : 좌측- Golden Globes / 우측- Getty Images)
  골든 글로브는 80년, 그래미 어워드는 60년 가까이 매년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이나 인물을 선정해온 시상식입니다. 골든 글로브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 ‘아카데미(오스카상)’의 전초전으로 불리며 후보 지명부터 수상까지 매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그래미 어워드도 가요뿐 아니라 재즈, 클래식 등 폭넓은 수상 범위와 장르 구분 없이 선정하는 본상(올해의 앨범/노래/레코드, 베스트 뉴 아티스트) 부문을 통해 유서 깊은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두 시상식이 오랜 시간 예술적 권위를 얻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상이나 후보 노미네이트는 그 자체로 화제성을 가지기 때문에, 후보와 수상자 모두 상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윤여정 배우가 2021년 아카데미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자, IPTV, OTT 서비스에서도 <미나리> 구매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고 해요. <미나리> 같은 영화가 아니더라도 대중적인 소구점이나 마케팅 여력이 충분치 않은 일부 예술영화들의 국내 개봉 시기를 영화제 수상 이후로 맞추려는 경우도 빈번하게 볼 수 있어요. 그래미 어워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진행된 그래미 어워드 이후, 수상자들의 앨범 판매량은 153%, 공연된 곡들의 음원 판매와 스트리밍은 각각 384%, 63%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서 깊고 권위 있는 시상식의 고질적인 한계일까요? 두 시상식 모두 보수적이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이번 논란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  골든 글로브- 스캔들의 대가는 혹독하다

  지난 1월 9일 <오징어 게임>의 ‘오일남’ 역을 맡았던 오영수 배우는 한국인 최초로 골든 글로브를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골든 글로브 무대에서 ‘O Yeong-Su!’를 외치는 순간을 볼 수 없었어요. 이번 골든 글로브는 실시간 생중계, 레드 카펫 이벤트, 후보 참석 없이 진행되었거든요. 시상식을 주최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이하 HFPA) 회원과 자선 사업 수혜자들만 옹기종기 모여 수상자를 발표하고, 골든 글로브의 SNS 계정에 피드를 올리는 방식으로 소식을 알렸습니다.  

오영수 배우님 축하드립니다!👏 (출처 : 트위터)
  올해 골든 글로브가 역대급 호젓한(망한) 시상식이 된 배경은 20212LA 타임지가 폭로한 ‘HFPA의 각종 스캔들’에 있습니다. LA 타임즈는 지난 2 ‘HFPA에 흑인 회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폭로하였고, 이로 인해 꾸준히 제기되었던 폐쇄성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외에도 협회 내부에서 불법적인 리베이트가 이루어진 정황, 제작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HFPA는 각종 스캔들의 중심에 섰습니다. 폭로 이후 배우, 제작사, 플랫폼, PR 대행사까지 HFPA에 등을 돌렸어요. 올해에도 총 27개 부문의 후보로 오른 넷플릭스는 유의미한 개혁이 있기 전까지 보이콧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아마존, 워너미디어와 같은 주요 제작사나 배우, 할리우드 스타를 둔 홍보 대행사도 시상식 불참했고요.

  HFPA가 개혁 의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폭로가 있은 지 3개월 후 위원회 내 다양성을 높이겠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내부 정책을 재정비하겠다 등의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 했습니다. 대단히 큰 변화가 예상되지도 않을뿐더러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기존 이사회가 내부 개혁을 진행해 봤자 라는 것이죠. 결국, 매년 시상식 중계를 맡아왔던 NBC 마저 이 정도 규모의 개혁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이유로 올해 방송 중계를 거부했습니다.

  회원단의 다양성 부족과 부패 이슈로 곤두박질친 골든 글로브는 결국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며 올해 시상식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수상 결과만 두고 보면, 영화 부문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TV 부문에서는 오영수 배우가 한국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LGBTQ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운 ⟪포즈의 미카엘라 제이 로드리게스가 트랜스젠더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개혁의 성과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골든 글로브의 명망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내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래미 어워드 일파만파 퍼져 나간 한 팝스타의 트위터

  그래미 어워드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작년 초 그래미 후보 노미네이트 과정에 대한 구조적인 의혹이 제기되었고, 골든 글로브만큼은 아니지만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거든요.

  논란이 불거진 것은 더 위켄드(이하 위켄드)’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래미는 부패했다는 말을 남기고, 이후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내 비밀 위원회가 있는 한 그래미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보이콧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래미는 부패했다. 당신들은 나와 내 팬들, 업계의 투명성에 빚진 거다” (출처: 트위터)
  이는 위켄드가 2021년 그래미 본선과 장르 부문 통틀어 후보 지명을 하나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요. 당시 위켄드는 앨범 ‘After Hours’를 통해 평단의 호평뿐 아니라, 수록곡인 ‘Blinding Lights’로 대중적인 성공까지 거두었거든요. 올해에도 위켄드는 후보에 올랐지만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음모론처럼 들릴 이 비밀 위원회의 존재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CEO아티스트 개인의 인지도로 인한 편향을 방지하기 위해 후보 지명 위원회(Nomination Review Committee)를 운영하고 있다입장 발표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사실상 후보가 추려진 후 최종 확정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CEO의 발표 이후, 그래미에 불만을 품고 있던 저스틴 비버, 키드 커디, 케이티 페리 등 역사상 가장 많은 아티스트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2021년 그래미는 수상보다 논란이 기억에 남는 역대급 그래미였어요.

  😑 그래미 어워드 위켄드의 발언이 뜬 소리로 여겨지지 않은 이유

  ‘위켄드를 비롯한 그래미 보이콧 아티스트들의 행보를 단순히 후보에 지명되지 않은 사람의 볼멘소리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간 그래미가 편파적으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비난을 여러 차례 받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에요.

  일부 가수들과 리스너들은 그래미의 편파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어요. 첫 번째로, 그래미는 흑인 음악이나 일부 비백인 가수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중적/예술적 성취가 뛰어나더라도, 일부 아티스트들은 본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소극적이는 것이죠.

  그래미 개최 이후 역대 ‘올해의 앨범’ 수상자를 살펴보면, 백인 가수는 약 72%, 흑인 가수는 약 20%로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젊은 층을 중심으로 힙합, R&B 등의 어반’ 장르가 활발히 스트리밍 되기 시작한 2010년대에도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가 수상했던 2019년을 제외하면 흑인 가수의 수상은 전무합니다2010년대 대중음악계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켄드릭 라마위켄드드레이크비욘세 등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016년 그래미에서는 비욘세와 아델이 올해의 앨범 외에도 다양한 본상 부문에서 대결구도를 이루었습니다그 관심은 시상식 이후 Statista에서 비욘세와 아델의 역대 그래미 성적을 비교할 만큼 뜨거웠죠. 2017년까지 아델은 총 18번의 노미네이트를 받았고 그중 15번 수상했습니다. 비욘세는 총 62번 노미네이트, 22번 수상했고요. 이들의 노미네이션 대비 실제 수상 확률은 아델이 80%, 비욘세가 45%, 예상보다 그 차이가 현저했습니다

생각보다 현격한 실제 수상 확률 (출처: Statista)
  두 디바 모두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으로 꾸준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래미는 편파성에 대한 지적을 피해 가기 어려웠죠. 
  두 번째로, 그래미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개성과 별개로 피부색에 따라 장르 후보를 지명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단순하게 표현해서, 흑인 가수는 어반 컨템퍼러리, 백인 가수는 으로 후보를 지명한다는 것이죠.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많습니다. 2018,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그래미 불참을 선언한 드레이크2018년 한 라디오쇼에서그래미는 자신을 의도적으로 랩 부문에만 지명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2021년 그래미 보이콧에 동참했던, 저스틴 비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R&B 장르 부문으로 제출한 앨범이 팝 장르에 노미네이트되었기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고요.

“Changes가 R&B 앨범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저에겐 좀 이상하네요.” (출처: 인스타그램)
  저도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어반’이라는 단어70년대 중반에 라디오 DJ흑인 음악을 지칭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이후로 지금까지 하나의 장르를 나타내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어반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인종과 국경에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창작하는 시대인데, 과연 적합한 장르 구분인지에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위켄드가 문제 제기한 비밀 위원회는 그래미가 후보/수상자 선정 과정을 불투명하고 편파적으로 운영한다는 기존 인식과 겹쳐져 뜬 소리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유력한 아티스트들의 거센 비난에 레코딩 아카데미도 대대적인 쇄신에 들어갔습니다. 변경된 룰은 아래에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 올해의 앨범 후보는 노미네이트된 아티스트, 참여진 모두 수상 자격 부여
   후보 검토 위원회는 전면 폐지하며, 아카데미 회원 90%에 대한 자격 재검토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의 회원은 본선에 투표 가능
     장르 부문은 총 3개 부문 내에서 10표 행사 가능 (기존에는 15)
   - 베스트 글로벌 뮤직 퍼포먼스’, ‘베스트 뮤지카 어바나 앨범부문 신설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후보 검토 위원회를 없애 후보 선정에 투명성을 높이고, 실제 투표 시에도 회원 개인의 장르적 전문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조정한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제로 올해의 앨범 노미네이트에 아바, 존 바티스트,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 도자 캣, 브랜디 칼라일, 빌리 아일리시, 릴 나스 엑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포함되면서 그전보다 논란은 덜한 분위기입니다. 골든 글로브에 비하면 파격적인 룰 체인지가 있었지만, ‘한 번 지켜본다의 마음을 갖게 되네요. 전 일단 상 주고 나서 생각해볼게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  오늘의 콘텐츠 추천

Jon Batiste - 'Freedom'                                                                 
올해 그래미에서 최다 노미네이트된 재즈 아티스트
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세계적인 재즈 아티스트 ‘존 바티스트’가 최다 노미네이션 후보가 되었어요!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의 사운드트랙을 작곡 및 연주한 사람으로 처음 알게되었는데, 앨범까지 ‘우울한 코로나 시국 단비 같다’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 하네요. 
썸네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올해의 레코드 후보 ‘Freedom’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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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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