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기자 #방구석_책읽기 #추천도서

시사IN북 뉴스레터 #11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이 화제입니다. 재난지원금을 어디에서 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도까지 나왔더군요. 재난지원금은 당연히 책을 사는 데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어 너무 불편하다'고요.

더 쉽고, 더 빠른 것만을 추구하는 이같은 흐름 이면에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병규 대표는 사람들의 활동이 위축될 때 가장 먼저 발길이 뜸해지는 곳이 서점이라고 말합니다. 마스크나 식료품과 달리 책은 필수 구매품이 아니니까요. 설사 책이 필요해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비대면 시대의 표준이 되어가면서 동네책방은 점점 설 곳이 사라지고 있죠. 이에 정대표는 다른 작가의 말을 빌어 답답한 심경을 이렇게 토로하더군요. "책방도 없는 동네, 그게 동네인가" 라고요.
 
이들의 절박함에 공감하기에 시사IN은 동네서점과 함께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책읽는 독앤독입니다(맨 아래 박스 참조). 이번 주말에는 재난지원금 카드를 챙겨 가까운 동네서점에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마스크와 적당한 물리적 거리는 꼭 챙기면서요. 작은 책방이라 내가 원하는 책이 없으면 어떡하냐고요? 주인장에게 주문하시면 됩니다. 주문한 책을 찾으러 다시 동네책방에 들르는 행동이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동네에도 따스한 생기를 불어넣을 것입니다.   


미드보다 재미있는 동양 고전이라고?  


사마천 지음/김원중 옮김
민음사 펴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 

평소에 독서를 즐기는 이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해왔던 대로 취향에 맞춰 찾아서 본다. 스마트폰만 쥐고 있기에는 시간 낭비 같은데 막상 책을 잡으려니 부담스러운 이들이 묻는 말이다. 〈사기〉를 추천한다.

‘아니 얇은 소설책도 버거운데 〈사기〉라니…’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기〉는 2100년간 동아시아 독서 시장에서 살아남은 ‘독한’ 고전이다. 검증이 끝난 상품이라는 뜻이다. 예상 외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인물 중심으로 짜인 구성 덕분이다. 인물이 중심이 될 수 없는 사건을 묘사하는 데에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소국의 재상이 강대국의 왕과 구슬 하나를 두고 펼치는 지략 대결은 한 챕터 분량이다. 2만명이 죽은 전쟁은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호흡이 늘어지지 않고 흥미를 붙이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 〈사기〉는 〈삼국지연의〉보다 더 현대적이다. 충효나 인의처럼 통일 왕국이 정립되면서 보급된 가치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 〈사기〉에는 충신도 있고 효자도 나오지만 ‘이런 사람도 있었다더라’ 정도로 소개된다. 저자가 더 부각하는 것은 재능이다. 누가 어떤 능력을 발휘해서 출세했고, 어떤 결함 때문에 패퇴했는지 보여준다. 묘사는 간결하지만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며, 동시에 교훈도 준다. 최신 미국 드라마처럼 가볍지만, 서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훨씬 깊다.

낯선 등장인물들이 부담된다면 비교적 익숙한 진시황이나 유방과 항우가 등장하는 〈본기〉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그 뒤에는 휘하 명장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열전〉을 읽게 될 것이다. 〈열전〉을 다 읽은 뒤 다시 〈본기〉를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가닥이 잡힌다. 이 정도로 유익한 킬링타임 수단이 또 있을까?

이상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나쁜 나라가 아니라 아픈 나라였다  
이승철 지음, 행성B 펴냄 

“‘자기 속박 사회.’ 일본을 알아가면서 내가 일본 사회를 규정한 첫 정의였다.”  

KBS 기자인 저자가 2016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쓴 일본 사회 르포다.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본 일본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예의 바른 듯하지만 경계 짓기가 몸에 배어 있고, 어지간해선 나서는 법이 없으며 집단성에 목을 매는 사회.’ 
일본에서는 어째서 시위가 잘 일어나지 않는지, 정부 신뢰도는 왜 이렇게 높은 건지 일본에 관해 한 번쯤 품었던 궁금증이 해소된다. 특히 이지메 문화부터 피해자 책임론, 과로 자살 등 어긋난 집단주의가 개인과 공동체를 말살한 징후들을 구체적 사례로 설명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동시에 한국은 과연 ‘아픈 나라’가 아닐까 비교하면서 읽게 된다.  

 책 자세히 보기 >>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은행나무 펴냄  

“전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  

전염의 속도는 예상을 뒤집었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기 시작했다. 감염자 수는 급격히 늘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애도의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전 세계 지도는 붉게 물들었다. 바이러스에게 국경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철저히 봉쇄되었다.
이탈리아 국적의 작가인 저자는 로마에 살지만, 더 이상 로마에 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무부가 정한 확인증을 소지해야만 아내와 교대로 식료품을 사러 나갈 수 있고, 쓰레기를 내다버릴 수 있다. 텅 빈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지나며 해방 대신 불안감만 느낄 뿐이다. 저자는 ‘전염의 시대’는 천재지변이 아니며, 과거에 발생했고 앞으로도 벌어질 일이라고 진단하며 현상의 이면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옳다  
이용덕 지음, 숨쉬는책공장 펴냄  

“이제는 나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2019년은 거리에서 보내다시피 했다. 서울요금소 캐노피에서, 청와대 앞에서, 대법원 앞에서,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농성이 145일간 이어졌다. 
빨간색 띠를 머리에 두른 중년 여성들은 거리에서 밥을 먹고, 잠을 청했다. 감정노동, 갑질, 고용불안, 성폭력을 견뎌왔지만 회사로부터 들은 메시지는 ‘계약 만료’였다. 여성·비정규직·서비스직 노동자 문제가 이들을 가로지른다. “우리 문제로 시작했지만 투쟁할수록 왜 싸워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톨게이트 노동자 A씨의 말이다. 
‘우리가 옳다, 직접고용 쟁취하자’라는 말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이자 서로를 위로하는 언어였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보낸 용감한 기록이다.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우치다 햣켄 지음, 김재원 옮김, 
봄날의책 펴냄  
 
“은혜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 인간 사회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노라는 부디 안심하길 바란다.”  

길고양이로 키울 작정이었는데 어느 순간 집 안으로 들어와 눌러앉았다. 고양이 ‘노라’는 노부부만 살던, 적적했던 집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그런데 사라지고 말았다. 신문에 고양이를 찾는다는 광고도 내고 벽보도 붙이고 전단지도 돌렸다. 무려 2만여 장이었다. 소용없었다. 노인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매일 밤 울었다. 노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노라를 기다리는 동안 이번에는 ‘쿠루’가 눌러앉았다. 어떤 존재의 빈자리는 다른 존재로 채워지지 않는다. 비워둔 채 살아야 한다. 노라를 잃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격렬한 감정을 ‘오랜 시간 글을 써온’ 작가로서 기록했다. 역자가 그러했듯 이 책을 만난 독자들 역시 앞으로는 반려동물 실종 전단을 그저 지나칠 수는 없을 테다.  

책 자세히 보기 >>


“동네책방에서 책을 사셨군요.
당신은 동네에 영혼을 불어넣으셨습니다.”

팬데믹 그 후, ‘독’립서점과 ‘독’립언론이 만났습니다. 동네가 살아나고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입니다.  

가까운 동네책방을 찾아 새로 나온 책도 사고, <시사IN>도 만나보세요.

*시사IN × 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전국 서점 23곳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시사IN북
book@sisain.kr

이번호 <시사IN> 뉴스레터 어땠나요?

<시사IN> 뉴스레터를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다면? 
이 링크를 복사해 친구에게 전달해주세요 https://newsletter.sisain.co.kr/

수신거부 원한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04506 서울시 중구 중림로 27 가톨릭출판사빌딩 3층 (주)참언론 TEL : 02-3700-3200 / FAX : 02-3700-3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