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vs 디즈니 vs 너티독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몇 년 전부터 IP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논했습니다. 하지만 IP 전략을 내세운 작품 중 많은 경우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습니다. 제 주위 몇몇 현직자는 IP는 결국 결과론적 해석이자 성공과 실패 모든 경우에 붙일 수 있는 의미없는 단어 아니냐라는 시니컬한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IP의 본고장, 미국은 어떨까요? 오늘은 IP를 내세운 주요 회사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체력, 재력, 인성력
오늘의 이야기
1. 워너브라더스 : 치트키로 버티면서 리부트를 노린다
2. 디즈니 :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놈 나와
3. 라스트 오브 어스 : 슈퍼스타 타이틀의 부활

4. 한국은 왜 없나요?

워너브라더스 : 치트키로 버티면서 리부트를 노린다

출처: unsplash

21세기 콘텐츠 비즈니스에 치트키가 있습니다. 아무리 작품성이 나빠도, 이 IP가 붙으면 최소한의 흥행은 해내는 마법을 부립니다. 미국에 국한하면 스타워즈고, 전 세계로 넓히면 포켓몬과 해리포터가 있습니다.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IP는 해리포터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작인접권*을 가진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세계관을 바탕으로 ‘위저딩 월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흥행성이 엄청 납니다. 최근 나온 시퀄들은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흥행만은 항상 우수했죠.

*저작인접권: 저작물을 일반공중이 향유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자에게 부여한 권리


그런데 비평가와 소비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해리포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오픈월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입니다. 발매 이후 단 2주 만에 1,200만 장을 팔았고, 8억 5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팬들에게는 그동안 꿈꿔온 위저딩 월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평론가들에게는 우수하게 구현된 실사 기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 주위엔 그동안 게임과 거리가 멀었지만, 이 게임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한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해리포터라는 무안단물로 목을 축이는 와중에 무너진 집도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바로 DCU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DCEU라고 불리던 DC코믹스 영화 프랜차이즈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한 제임스 건의 진두지휘 하에 DCU로 리부트되고 있습니다. 5개의 영화, 5개의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하는 DCU는 기존 주요 출연자들을 싹 다 바꾸는 과감한 리부트를 추진 중입니다. 높은 작품성으로 평가받은 조커와 더 배트맨은 별도의 유니버스로 운영하면서 DCU 리부트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워너의 화두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리부트입니다. 모두가 사랑하고 환호하지만, 유난히 영화 프랜차이즈로 성공하지 못한 DCU의 재기가 필요합니다. 두번째로는 OTT입니다. HBO와 HBO MAX를 포함하여 2022년 3분기 기준 총 9,500만 명의 구독자가 있다고 워너는 밝혔는데요, 따로 분리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HBO MAX의 구독자가 적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HBO MAX가 자리를 잡아야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기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워너브라더스의 기쁨과 슬픔에는 콘텐츠라는 본질이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닌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만 좋다면, 익숙한 영화가 아닌 게임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나오더라도 팬들은 환호합니다. 아무리 캐릭터를 좋아해도, 이야기가 별로면 팬들은 영화 티켓 구매로 화답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라는 본질에 집중하면 형태를 넘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이 보입니다.

출처: EPIC GAMES

디즈니 :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놈 나와

출처: DISNEY 페이스북

가장 뜨거운 기업이었다가 가장 짜게 식고 있는 기업, 디즈니입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디즈니의 IP 비즈니스는 품질 측면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의 미완성 CG와 오리지널 드라마의 낮은 완성도가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타 실사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죠. ‘믿고 보는 디즈니’라는 타이틀이 무색합니다.


구조도 문제입니다. 루카스 필름 및 마블 인수 등을 결정한 ‘구국의 결단’ 전문가 밥 아이거가 등판했지만, 이전과 구조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디즈니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중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디즈니 플러스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하고, 이를 위해 조직 구조도 바꾸었으나 수익성이 너무나 낮습니다. 구독자는 심지어 줄어들었습니다. 2023년 1분기 기준 디즈니 플러스의 ARPU (구매 유저당 평균 매출) 역시 2020년 1분기 대비 28%가량 낮아졌습니다. 낮은 요금제를 출시한 인도 지역의 가입자 증폭이 평균치를 낮췄습니다. 너무 싸단 이야기죠.


콘텐츠 시청을 넘어서 가입자에게만 특정 머천다이즈 구매 권한을 준다거나, 오프라인과 연계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이디이와 실험 수준에 국한됩니다.


물음표는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냐는 회의감이 들죠. 밥 아이거가 최근 자사 콘텐츠를 타 OTT에 파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결정난 바는 없습니다. 


앞으로의 화두는 기대감입니다. 우선, 마블 프랜차이즈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높여야 합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볼 수밖에 없지만 마블 영화는 선택입니다. 기대감을 높여야만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OTT가 비용 인상을 검토하는 가운데, 오리지널이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버림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개봉한 마블 영화는 물론, 오리지널 드라마인 쉬헐크와 미즈마블의 완성도는 ‘마블민국’이라 불리는 한국 시청자들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디즈니의 기쁨과 슬픔의 핵심에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대에 일찍이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용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습니다. 두발짝 늦은 디즈니는 그 구조를 버틸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와 달리 오프라인 사업도 있기에 연계 가능성을 말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건 없습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하는데, 코로나 19에 이어 연이은 흥행 부진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네요.

라스트 오브 어스 : 슈퍼스타 타이틀의 부활

출처: IMDB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전염병이 창궐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서바이벌 액션 게임입니다. 10년 전 첫 출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는 파트 2, 파트 1 리마스터 및 리메이크와 DLC를 포함해 단 5개의 타이틀이 나왔는데요, 무려 3,7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합니다. 심지어 모든 작품이 평론가와 게이머들에게 준수한 평가를 받으며,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전설의 작품입니다.


이 라스트 오브 어스가 올해 초 드라마로 나왔습니다. 원작 게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닐 드럭만이 직접 제작에 나섰고, HBO MAX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대박이 났습니다. 시즌 1 1화 시청자가 470만이었는데, 최종화가 무려 820만이었다고 합니다. 역대 최고 실사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나온 지 10년이 넘은 게임 시리즈의 매출을 다시금 올려주고 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왜 그리 많은 제작사와 평론가 그리고 플랫폼이 IP 다양화 전략에 집중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훌륭한 게임이 훌륭한 드라마로 나오자, 시리즈 전체 매출이 오르는 선순환을 발생시켰습니다. 본진이 조용해도, 앞마당 멀티에서 금광을 캐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모습입니다.

    한국은 왜 없나요?

    게임, 애니메이션, 음원까지 섬렵한 선진 IP 하얀마음 백구(출처: 애니맥스)

    이런 글을 쓰면 한국엔 왜 이런 시리즈가 없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크게 보면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인기도의 문제입니다. K드라마들은 그동안 한국 안에만 있었습니다. 넷플릭스가 들어오기 전까지 중국과 동남아 등을 제외하면 한국 드라마 보기가 어려웠죠. 그렇기에 인지도도 낮고, 인기도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꾸준히 제작을 이어나갈 만한 검증된 IP 자체가 없는 셈입니다. 옛날 드라마는 글로벌 팬들에게 먹히지 않고, 최근 드라마는 글로벌 팬들에겐 검증되었으나 이제 시작인 수준입니다.


    두번째로 선례의 문제입니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유통된 사례도 적었고, 역사가 있는 IP도 없다보니 잘 된 선례가 없습니다. 선례가 없으면 설득이 어렵습니다. 허황된 돈키호테식 전략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죠. ‘승리호’가 나름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추구했으나, 그 이후 이어진 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 시스템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블의 수많은 코믹스는 각자 다른 작가가 맡았습니다. IP는 마블에 귀속되고, 최초 작가의 공로를 인정하나 개별 코믹스는 각기 다른 작가를 붙여서 그리거나 만들어내죠. 미국 드라마도 시즌마다 각기 다른 작가를 붙이고, 회차마다 다른 연출 감독을 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닙니다. 한 드라마의 작가는 고정이고, 연출도 고정이죠. ‘스타 작가’라는 단어가 있는 만큼 작가의 힘이 강력하기에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동의가 없다면 시즌을 추가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OSMU, IP의 중요도에 대해 말했지만, 구현되지 않은 데에는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IP 기업들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기업의 미래가 더 화창하리라 생각하시나요? 한국에도 OSMU 전략이 먹히는 IP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후보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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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교양 가득하던 파이아키아에 예능인이 출연했습니다. 54분 내내 교양과 재미 모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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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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