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박범계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의 공소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인연을 소환해 봅니다.
법무장관님, '공소장의 추억' 지우셨나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에서 둘째)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중앙포토]
 법원이나 검찰은 최순실 공소장에 붙어 있는 별지를 공개하십시오.” 2017년 11월 21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당 탄핵소추 위원)이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장윤선ㆍ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이날은 검찰의 최서원씨 기소일 다음 날입니다. 전날 최씨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됐습니다. 법원이 공개했습니다. 그 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묘사한 부분이 있어 온 나라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금의 법무부 장관인 당시 박 의원은 공소장 뒷부분에 붙어 있는 별지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별지에는 통상 범죄 행위를 요약 정리한 ‘범죄일람표’가 있습니다. 그곳에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입니다. 왜 법원에서 재판도 시작하기 전에 피고인의 공소장을 공개했느냐고 지적하는 말은 없었습니다.  
 
 한 주 뒤인 11월 28일 김영주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최순실에 이어 차은택 등에 대한 공소장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범죄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에 범죄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다른 어떤 조건도 붙을 수 없는 국민적 요구이자 국회의 헌법적 의무가 됐다.” 공소장에 적혀 있는 내용을 근거로 제3자(박 전 대통령)를 범죄 피의자로 단정했습니다.  
 
 또 그 다음 날인 11월 29일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검찰이 빼곡한 글씨로 30장의 공소장을 적시하면서 대통령을 공동정범, 때로는 주도적으로 지시한 피의자라고 했다. (중략)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 농단과 외교적 수치를 막고 국정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공소장은 최서원씨에 대한 것입니다. 그때의 추 전 장관은 공소장을 사실을 확인해 주는 문서로 여겼습니다. 그 역시 법원의 공소장 공개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서는 곳이 바뀌자 말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기소된 피고인이라도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 어제(5월 17일) 아침에 박범계 장관이 기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공소장 공개가 문제가 있다면서 한 말입니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도 받기 전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사실을 언론에 흘려 여과 없이 보도하게 해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 피해자를 만들어왔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4년 6개월 전에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할 때는 사실의 기록으로 여긴 공소장이 어느새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문서가 됐습니다.  
 
 박 장관과 추 전 장관의 주장이 오락가락해 진심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재판 전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것이고, 공소장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사람 모두 2016년 11월의 발언을 철회하고 당사자들과 국민에게 사과하십시오. 그래야 지금 주장의 진정성이 성립됩니다. 본인들은 ‘선택적 기억 삭제'로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다 기록이 돼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공소장 공개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때의 공소장 공개도 옳았고(법원이 하기 전에 검찰이 했어야 합니다),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공소장도 검찰이나 법원이 공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공소장은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이 범죄자를 재판에 넘겨야 하는 이유를 당사자, 법원, 국민에게 설명하는 공적인 문서입니다. 국가가 권한을 남용했는지, 범죄인을 봐줬는지를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주요 역할입니다. 이를 막는 것은 공화국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고 자신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추 전 장관이 지난해에 펼친 주장과 달리 미국에서는 기소 직후 공소장이 바로 공개됩니다.  

 박 장관과 추 전 장관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식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청년 노동자 이선호 죽음 잊지 말자”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일하다 23세의 이선호씨가 숨졌습니다. 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3일 뒤에 실종된 의대생 손정민씨의 사망과 달리 국민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죽음은 평등하다”는 말이 공유되며 이선호씨의 희생을 애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사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갑니다. 🙏
2. K-배터리 경쟁력이 위험하다 
 한국의 자동차 배터리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식이 한때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중국에 밀렸습니다. 10명의 전문가들에 물어 보니 K-배터리는 소재ㆍ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일본에 뒤집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3. 코로나로 흩어진 합창단 다시 뭉쳤다 
 국내 유일의 전업 민간 합창단이 있습니다. 서울 모테트 합창단입니다. 공연이 주요 수입원인데요, 코로나19 사태로 1년반째 활동이 중단됐습니다. 단원들은 공사장 노동이나 배달 일을 하며 버텼습니다. 그들이 다음 달 4일 다시 무대에 섭니다. 이들의 눈물겨운 스토리를 김호정 기자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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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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