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어제까지 분명 사랑했던 대상이 오늘 불쑥 미워질 때, 가장 싫어하는 누구누구의 그 어떤 모습이 내 안에서 불쑥 튀어나올 때, 의심의 여지 없이 차디 찬 이성으로 처리한 일이 훗날 곱씹어보니 ‘내가 왜 그랬지? 그때 나는 꽤나 뜨거운 감정 덩어리였군’ 싶었던 때. 이러한 예들은 나를 중심으로 관찰되는 모순의 것들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수많은 일에 서늘한 의심의 촉을 세워보면 아마 여러분은 잠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사람은 잠을 자 두어야 하니, 그렇게 우리는 자기만의 방, 아니 자기만의 현실 공간을 매번 부수고 다시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막 오픈한 박승혁 작가의 의심 보따리 전시를 비롯해 ‘2021년 6월 팩토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 드립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 팩토리는 어떤 모습인가요. 업데이트를 위해, 새롭게 보기 위해, 달라진 모습의 팩토리로 어서 걸음 해주시길!
 

✉️ 전시 / Doubt Is My Boyfriend
2021. 6. 16.- 7. 4.

오랜만에 개인전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생각하는 사물과 환경에 강박적으로 강요되는 사회적 관념을 두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박승혁 작가의 개인전이 6월 16일(수) 팩토리2에서 열립니다. 

“ (나의 작업의) 일부는 의미의 해체 혹은 재조합 등을 통하여 익숙하되 결함을 가진 모호한 사물의 형태를 띤다. 그것들이 곧 익숙한 것, 중첩된 것, 낯선 것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그곳이 나에겐 가장 현실적인 공간이다. (중략) 모든 작업은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끊임없이 의심을 발동시킨다. 이는 단지 무언가를 낱낱이 밝히거나 구별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시작으로, 관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되 사라지지 않고 분리된 채 자리하는 ‘관습’과 ‘의미’ 그리고 ‘언어’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확장하기 위함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특정 주제에 몰두해 오랜 시간 준비한 두괄식이 아닌, 그간 마주해온 사건과 생각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이들이 한 데 모여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언어를 지켜보는 미괄식의 전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람자 각자만의 관습화된 의미들이 이번 전시와 작품들을 통해 어떠한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고 확장되는 사고를 가질 수 있을지. 날카롭고 서늘한 의심의 눈초리를 가득 품고 전시장을 찾아주세요.

전시명  Doubt Is My Boyfriend
기간  2021년 6월 16일 (수) - 7월 4일 (일)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1시-19시 
작가  박승혁 Seunghyuk Park
그래픽디자인  김유나
도움  김보경 
주최주관  팩토리2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 리뷰 / Coming Home to Seoul

핀란드 헬싱키에는 팩토리2와 비슷한 크기의 공간, 로컬(Lokal)이 있습니다. 이곳은 헬싱키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이자, 그들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오리지널 디자인 오브제를 소개하는 숍이기도 합니다. 로컬은 2018년부터 해외 곳곳의 전시, 아트 & 디자인 페어에 참여 후 다시 헬싱키로 돌아오는 작품을 맞이하는 <Coming Home> 전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로컬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전시에 함께해온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마치 먼 길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처럼 환대해 주는 것이지요. 

로컬은 팩토리와는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이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친구의 관계로, 2016~2017년 <타이포크라프트 헬싱키 투 서울(Typocraft Helsinki to Seoul)> 전시를 공동 기획하여 핀란드와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잇고 그들의 작업을 서로의 공간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가오는 7월,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의 지역성을 가득 담고 있던 헬싱키의 로컬과 서울의 팩토리가 만나 <Coming Home to Seoul> 전시를 엽니다. 로컬 고유의 온도감을 지닌 아름다운 오브제를, 서울의 '집'에서도 함께 따뜻하게 맞이할 예정이니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 바랍니다.

✉️ 에디션 / 온라인 숍 오픈- Seamless Flow(심리스 플로우)

지난 네 번째 뉴스레터를 통해 팩토리의 본격적인 온라인 숍 활동을 전해드린 바 있지요.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일상에서 우리의 손을 자주 거치는 소품도 그것을 경험하는 행위가 우리 삶 속에서 시간을 더해갈수록 풍요로워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전시 공간 속 눈으로만 보던 작품이 생활 속 나만의 물건이 되어 유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며, 그렇게 생활 속에서 차차 축적된 감상과 사용의 경험은 여러분만의 더욱 섬세한 일상의 세계를 만들어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 예술과 일상의 경계 없는 교감,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은 팩토리 에디션이 추구하는 메시지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크리에이터와 작업을 소개하도록 할게요.

✉️ 리뷰 / 타인의 삶2 Traces (흔적)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
『타인의 삶 2』의 출간기념 전시 <Traces>가 6월 9일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었습니다. 팩토리2 전면 유리에 비친 목차를 시작으로, 노란색 벽을 따라 책 속에서 열두 창작자가 기록한 '흔적'을 전시 공간에 하나씩 기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에게는 타인과 공유하는 시간과 그 교류가 만드는 변화를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타인의 삶 2』와 연계 상품은 팩토리 온라인 숍 및 국내 여러 서점에 입고 되었으며, 7월 새로운 장소에서 팝업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타인의 삶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타인의 삶 @thelives.ofothers

✉️ 팩토리2 친구들

이번에 인사드리는 친구는 이경희입니다. 친구들은 뫄리아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2018년 콜렉티브로 팩토리2를 동료들과 운영했고, 더 앞서서는 정림건축문재단에서 다종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에디터와 기획자를 겸하며 성인, 유아, 고양이, 강아지의 양육인으로 생활 중입니다. 팩토리2에서는 지금 읽어보시는 뉴스레터의 글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20대 후반 지도교수님께 불려가 논문 초고를 앞에 두고 원 없이 혼나던 때가 있었고, ‘세상 덧없다 혼자 살다 조용히 떠나자’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다른 이의 글을 매만지는 에디터가 되었고, 생각해본 적 없는 양육세계를 체험 중입니다. 사람 일은 예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새기며, 순간순간 눈앞에 와르르 펼쳐지는 양육과 업무에 큰 탈이 없으면 두 발을 뻗고 자며 세상 행복해합니다.

 이경희 @dear.dearrr

✉️ Serendipity

올해 뉴스레터에서는 2018년 말, 갤러리 팩토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글로서리 북, 『Serendipity』 중 뉴스레터 소식과 함께 전하면 좋을 키워드를 하나씩 보내드리고 있지요. 사이클(#1), 협업(#2), 서촌(#3)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최근 크게 심호흡을 하고 오픈한 온라인 숍에 맞춰 ‘에디션(EDITION)’ 꼭지를 전합니다.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