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빅테크 규제 이유는 독점의 폐해입니다. 시장 편익을 빅테크들이 독식하다보니 중소기업은 성장하지 못하고 빈부격차가 확대된다는 것이죠. 너무 커진 빅테크의 영향력을 줄이고 이들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와 미국 차량 공유 기업 우버는 디디추싱 전체 지분의 3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당국도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고요. 일단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은 '디디추싱 효과'로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입니다. 결국 중국 당국에 굴복한 디디추싱 사례가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다른 중국 기업들에 확실한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 6월 30일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직후부터 집요하게 디디추싱에 상장폐지 압력을 넣어왔습니다.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 직후 이 회사를 상대로 인터넷 안보심사를 개시하고, 디디추싱 관련 앱의 신규 다운로드도 금지했습니다. 또 중국 당국은 회원을 100만명 이상 보유한 자국 인터넷 기업의 해외 상장 때 인터넷 안보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외신에서는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을 국유화하려고 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중국 당국은 정보 안보를 근거로 뉴욕상장 폐지를 종용했고 결국 디디추싱은 중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뉴욕 증시 상장폐지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에 자신들이 확실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홍콩이나 본토 증시에 상장하라고 유도하고, 실제 디디추싱도 홍콩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디추싱의 발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찰 조사를 거부하는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시킬 수 있는 '외국기업문책법(HFCAA)'의 세부 규칙을 확정한 지 하루도 안 돼 나오기도 했습니다.
세부 규칙에는 먼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기업 연례 보고서에 △정부 기관이 소유한 주식의 비율 △정부 기관과 기업의 재정적 이해관계 여부 △이사진으로 등록된 중국 공산당 간부 이름 등을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찰 조사를 3년 연속 거부하는 중국 기업을 미국 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같은 외국기업문책법은 지난해 회계 부정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수조 원대 손해를 끼친 중국 '루이싱커피'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PCAOB의 회계 조사에는 50개국 이상이 협력해왔으나 중국과 홍콩 두 곳만 조사를 거부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외국기업문책법은 증시에 상장된 모든 외국 기업에 적용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디디추싱의 결정은 중국과 미국 당국의 '양수겸장'에 의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한 대형 기술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디디추싱 이후에도 적잖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향한 중국 당국의 견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에 대한 견제에 나섰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서방세계 국가들도 중국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분위기입니다. '빅테크 규제전쟁'은 2022년의 흥미로운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