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톡으로만 소통하다 이렇게 직접 보니 반가워요(웃음). 어떻게 지내셨어요?
타투를 졸업하고 작업실을 구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거, 잘할 수 있는 거 하면서 생계도 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에 있어요. 이를 위해 알바도 하고 있고요.”
 
- 졸업이라면, 타투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교 같은 곳이 있는 건가요?
“(졸업은) 저희끼리 하는 말이에요. 졸업은 선생님이 이제 혼자 해도 된다라고 허락했다는 의미로 보면 돼요. 타투가 현재 법제화가 안 돼 있어서, 수료증이라든지 자격을 증명해 줄 수 있는 라이선스가 없거든요.”
 
- 그럼 타투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직접 선생님(수강을 겸하는 타투이스트)을 찾거나, 학원에 가서 배워야 해요. 저는 선생님을 찾아 연락드렸어요. 처음에는 몸의 굴곡 등에 맞춰 사람 피부에 들어갔을 때 예쁜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워요. 그다음 머신으로 선이랑 칠하는 걸 배워요. 번지거나 깊게 들어가지 않도록요. 마지막이 실습인데, 대상을 찾아 그분과 도안 상담을 한 후 실제로 작업을 하게 돼요. 이 과정들을 거쳐 선생님이 오케이하시면 졸업을 하게 되죠.”
 
- 실력을 갖추면 독립하는 거군요.
그런 셈이죠(웃음).”
 
- ‘하자작업장학교를 나오셨어요. 탈학교를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나오고 대안 초등학교를 다녔어요. 중학교 나이 때 홈스쿨링을 했고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길에 계속 있었던 거죠. 어떤 결심을 해서 탈학교를 한 청소년, 청년들과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일반 고등학교에 갈까, 대안학교에 갈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하자센터에서 탈핵에 대한 워크숍을 들었는데, 강의 듣고 토론하며 '이런 걸 더 배우고 싶다, 세상에 대한 걸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할 수 있는 게 하자작업장학교인 것 같아 입학했고요. 졸업은 안 하고 수료만 했어요.”
 
- 스스로 탈학교를 선택한 건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 군요.
고등학교 갈 때는 이제 저도 머리가 컸다고 해야 될까?(웃음) 저는 대학에 뜻이 없었어요. 일반 학교는 대학에 가기 위한 어떤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뜻이 없는 저한텐 갈 이유가 없었어요. 대신 다른 걸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일반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때가 마침 세월호 사건이 있던 때라 더 그런 욕구가 있었어요. 이런 일들에 대한 슬픔이나 생각 등을 나눌 수 있는 장소,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 매달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다뤄주셨어요. 폭넓은 사회적 시야를 키울 수 있었던 기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안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제 생각이나 가치관 등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도 분명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배웠던 가치들은 아직도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청년정치 와글와글웹툰을 연재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학교를 수료한 이후에는 사회 이슈나 정치에 대한 얘기를 나누거나 배울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웹툰을 연재하면서 '이번 달에 어떤 주제를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더 유심히 듣게 되고, 친구들의 생각을 더 많이 물어보게 되고요. 연재를 시작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와글에서 웹툰을 그리면서 내가 성장하고 있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껴요. 제 웹툰에 사람들이 관심 가져 주시는 것도 뿌듯하고요.”
 
- 와글과 함께 하는 일이 도움이 되신다니 기쁘네요(웃음). 웹툰은 이전에도 그려본 적이 있나요?
"그려본 적은 없고, 웹툰이랑 만화 보는 걸 좋아했어요. 특히 저희가 웹툰 세대잖아요. 어릴 때부터 웹툰을 접하기 쉬웠죠. 그렇다 보니 처음이지만 어떤 식으로 그리면 되겠다는 감각이 조금은 있지 않았나(웃음).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캐릭터 그릴 때 저랑 친구들을 참고하기도 했어요.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그릴 때도 있고(웃음).“
 
- 웹툰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져놓으셨군요(웃음). 한편의 웹툰이 완성되기까지 하린님 만의 준비 과정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마감 2주 전부터 친구들이랑 했던 대화나 그달에 관심 있게 생각했던 걸 떠올려요. '이번 달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지?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었지? 이런 기사를 봤었지?'. 그중 가장 관심 가는 주제를 정해 와글과 논의 후 확정하고 관련 기사나 칼럼을 참고해요. 처음에는 제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기사랑 통계 위주로만 봤는데, 어떻게 보면 강박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다른 사람들 칼럼과 글도 참고하고 있어요.”
 
- 내용이 더 풍성해지겠는데요?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웃음)”
 
- 웹툰을 그리는 과정도 궁금해요
주제를 정하고 자료 참고가 끝나면 스토리를 짜요. 보통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 써봐요. 그다음이 그리기. 미리 써놓은 스토리 라인 보면서 이 문장을 그림으로 만든다면 어떤 게 독자한테 꽂힐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제 안에 여러 검열 들을 거쳐 그림을 완성해요.”
 
- 주로 어떤 검열 과정을 거치세요?
주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사건에 대해 그릴 땐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그리려고 해요. 고 이선호 씨의 경우 사건 자체가 굉장히 끔찍하지만, 그걸 그대로 담아내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됐어요. 그냥 '끔찍하다'로만 끝나버리면 안 되지 않을까. 사건 자체가 자극적이게 되는 건 지양하고 싶어요. 어떤 게 문제고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지가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 그 외에도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주제 선정이나 스토리 짤 때 친구들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관심 있는 주제였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그려요.”

하린님 웹툰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 같아요(웃음)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 어느덧 1년 넘게 웹툰을 연재하셨어요. 그렸던 웹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차별금지 ‘청년 노동자의 산재를 다룬 웹툰이 기억에 남아요. 차별금지법 하면 대체로 성소수자를 먼저 생각해요. 물론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들의 권리도 보장하지만, 사실 모두에게 좋을 수 있는 법이잖아요. 소수자의 위치가 딱 규정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웹툰을 그릴 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면접 같은 일상적인 주제로 차별금지법을 다뤘는데, 이런 이야기를 웹툰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산재에 대한 건 두 편을 그려주셨어요.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와 평택항 이선호 씨. 저한테 크게 와닿는 주제였어요. 주변에 일하는 친구들도 있고, 저도 알바를 오래 했거든요. 그렇다 보니 내 또래인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일하다 죽고 있고, 그게 내 친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감정이 이입됐던 것 같아요. 그리면서 슬프기도 했고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와글과 함께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혹은 와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 또래 친구들, 청년들에게 정치라는 주제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청년정치와글와글 웹툰같은 가볍고 쉬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고, 정치를 생각하거나 정치를 이야기할 때 대의 정치만이 아닌 일상에서의 정치가 무엇인지 와글이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치라는 주제의 문턱이 청년들한테, 친구들한테, 저한테 조금은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함께 웹툰을 그리며 그런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