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자리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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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SNS에서 그림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연락 잘 안 하는 사람 특징'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었습니다. ‘연락이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안둠’, ‘연락이 없어도 딱히 서운하거나 외롭지 않음’, ‘뭔가 일이 생기면 연락할 거라고 생각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왠지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월간서른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다들 ‘내 이야기인 줄' 이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스무살이 되어 서울에 처음 올라왔습니다. 서울이라는 새로운 지역, 대학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때로는 험담을 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고 멀리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했는데, 어느덧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겁나고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고민해 본 적 없는 ‘인간관계'라는 새로운 키워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른이 지나고 나니, 한꺼번에 다가오는 다양한 복수의 인격체를 맞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나이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아마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특별해서, 파도처럼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왈칵 달려드는 새에 그 중 누군가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한꺼번에 만나기보다는 조촐한 자리에서 들뜨지 않은 분위기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1:1로 사람을 만나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자주 갖습니다. 그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상대의 소중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렇게 대접받길 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나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정성스레 들여다봐 주고 보듬어주길 원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돈만 내면 원하는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도 모두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도,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그렇게 들여다봐 주기를 원하는 것도 말이죠. 내가 가진 속도와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도 그가 가진 속도와 방법이 있을 테니 말이죠. 두 사람의 속도와 방법이 맞는 일이란 꽤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러니 마주하는 속도와 방법이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난다면 더욱 소중히 아끼고 마음을 나눠줘야 할 겁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내 양옆으로, 앞뒤로 지나치는 사람들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속도와 방법을 가진 사람이 언제 내 곁으로 다가올지 모르니까요.

나를 지나쳐간 모든 사람을 살필 수 없다면 다른 방법도 있을 겁니다. 편안히, 하지만 굳건히 스스로 내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어릴 적, 엄마를 잃어버리면 헤어지기 전에 만나기로 한 그 장소에 서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디에서 헤어지더라도 엄마와 약속한 그 자리에 가 있으면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과의 만남도 그러할 것입니다. 내 마음이 머물렀던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만 다시 만날 가능성도 높아질 테죠. 날 지나쳐 간, 스쳐 간 누군가가 뒤돌아 내 자리를 찾을 때. 내 자리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내가 변하면, 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나를 기억하고 찾아온 그 사람이 날 찾지 못할 테니까요.

연락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연락하면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연락이 오지 않는다고 낙심하기보단 내가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저 혼자 잘 놀면서 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님도 님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시길. 
그래서 언제 누가 찾아오더라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음주에도 그 자리에 계셔주실 거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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