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개론] 🍃어제저녁으로 뭘 드셨나요?
구독자 학생은 어제저녁으로 뭘 드셨나요? 저는 어제 배달 앱으로 피자를 주문했어요.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안 오는 거 있죠? 답답해서 앱에 10번이나 들어갔어요. 음식이 언제 나오는지, 배달 노동자가 어디쯤 도착했는지 계속 확인했죠. 이런 경험 다들 있을 거예요.

배달은 우리 삶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음식 배달부터 장보기, 택배와 퀵서비스까지. 이젠 배달이 안 되는 것들이 없죠. 거리에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배달 노동자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요.

어떤 사람은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자율성이 커졌다고 해요.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배달 노동자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로 그려내는 사람도 있어요.

이번에 다룰 논문은 배달 앱 노동자들의 시간에 관해 분석한 연구인데요. 연구자는 기자회견이나 세미나, 인터뷰 등 현장 연구뿐만 아니라 오픈 카톡방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서 배달 노동자들의 삶을 관찰하는 연구방식을 활용했어요. 함께 알아보시죠!
하나.
 현대인은 기술 발전으로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착각에 빠져있어요. 배달 산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죠. 배달 앱 기업들은 이렇게 말해요.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식당 주인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배달 노동자는 많은 콜(호출)을 쉽고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연구자는 새로운 연결망 속에서 사람들의 시간이 더 부족해졌다고 해요. 기술을 활용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 통제가 어려운 상태가 되면서 우리의 삶은 오히려 더 분주해졌죠.

둘.
 연구자는 배달 노동의 시간 취약성 문제를 지적했어요. 배달 노동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구성되는 노동으로,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일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해요.1) 배달을 시작하면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더 많은 배달 콜을 받아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신호위반이나 과속을 하게 되죠. 그러나 배달 앱 업체는 노동 수행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책임지지 않아요.2) 오히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높은 프로모션으로 노동자들이 위험한 조건에서 더 많이 일하게 만들죠. 위태로운 노동 환경 속에서 오토바이 대여비, 보험료 등의 비용은 노동자에게 전가돼요. 최근엔 배달 AI 시스템 개발로 자동 배차 및 이동 동선 추천이 가능해지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 자율성도 줄었어요.

셋.
 하지만 연구자의 관찰 결과, 배달 노동자들은 배달 업체의 통제가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어요. 어뷰징3)하는 동료 노동자를 고발하는 등 서로 적극적 감시자로서 역할하는 이유예요. 전업과 비전업(부업으로 배달하는 사람들) 노동자 간 윤리적 위계를 구성해서 비전업 노동자를 재미로 배달하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로 규정하기도 하죠. 더 나아가 배달의 시간을 늦추는 타자를 제거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될 수도 있어요.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 제한이나 엘리베이터 등 수많은 사물이 포함되죠. 연구자는 이런 행태가 도시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약자에 대한 혐오로 쉽게 전이될 수 있어 우리 사회의 존중과 배려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해요.
1) 영국의 노동 사회학자 휴스(Huws)는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의 특성을 ‘로그드 노동(logged labour)’이라고 했다. 우리는 언제 어느 정도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수락’을 누를 준비한다. 즉, 우리는 영구적으로 로그인되어 있다. 표준화된 단위로 쪼개지고, 온라인으로 연결되고, 미래 분석을 위해서 녹화되고 있는 점에서 우리의 노동은 삼중으로 '로그'되어 있다.
2) 미국 경제학자 윌리엄 카프(William Kapp)는 <사기업의 사회적 비용(The Social Costs of Private Enterprise)>(1971)이라는 책에서 “기업들은 인간, 환경, 건강과 안전을 위한 비용을 제삼자, 즉 노동자들과 사회 전체에게 전가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익을 내는 방법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3) 배달 앱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구 집중 해부 시간!
초로기가 여러분을 대신해 논문 저자를 만나봤어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채석진 교수님과의 대화를 들려드릴게요.
🌱 Q. 논문 기획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미디어 인류학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인류학적 접근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특히 디지털 미디어 사용과 삶의 취약성의 관계에 관심이 많죠.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된 플랫폼 노동이 시간의 차원에서 어떻게 삶의 취약성을 강화하는지 알고 싶어서 논문을 기획하게 됐어요. 
🌱 Q. 플랫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주세요.

현재 플랫폼 산업의 형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죠. 우선 ‘일’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해요. 그리고 경제적 이익 창출의 이면에 우리가 감당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죠.

🌱 Q. 배달 앱이 배달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있을까요?

조리부터 배달까지 배달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이동 경로 서비스는 소비자가 마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배달 노동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대해서 무관심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앱에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까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환상이 결국 우리 모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Q. 교수님은 배달 음식을 자주 드시나요? (ㅎㅎ)
저는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해 먹고, 가끔 외식합니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주문을 한 뒤 직접 픽업해와요!
논문을 읽고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빨리빨리'가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 하루 정도는 '느긋느긋'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10/3) 개천절은 휴강하려고요! 저도, 여러분도 '느긋'하게 공휴일을 즐기며, 시간의 여유를 가져보아요.🍃
구독자 학생의 삶의 속도는 어떤가요?
아래 오늘 강의 평가하기와 함께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배달 노동에 연구가 더 궁금하시다면?
🎓 채석진 교수님 🎓이 추천한 이 논문 읽어보세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위해 준비했어요.
열정 넘치는 학생은 보충 공부하세요! 강요 아님! (ㅡuㅡ)
여러분이 알고 있는 좋은 포럼이나 세미나,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재밌는 연구 자료나 학자가 있다면 제보해주세요!
초록(Abstract)
chorok@chorokchorok.com

다음 주 더 재미있는 연구를 들고 올 건데 정말 드랍(수강 철회)하실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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