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책돌이 편지에서는!
- [그럴 땐 이 문장] 지겨울 때 혹은 혼란스러울 때
- [편집자는 딴짓중] 노작가의 거침없는 발랄함
- [이주의 시선] 하나의 시선이 말하는 많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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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움과 지겨움의 비율을 맞추려 해요. 작가 생활 끝까지 가져갈 고민이죠.”
지난주 토요일, “ 최민석 작가와의 만남”에서 다작의 비결을 묻는 한 독자의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답이 제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대화 속 작가님의 한 마디와, <기차와 생맥주>에 나오는 한 문장이 겹쳐 들리는 건 아마 혼자만의, 이번만의 경험은 아닐겁니다. 그럼에도 이 말과 문장을 여러 번 곱씹는 건 삶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는 더욱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합니다. 뭔가를 배우기도 하고, 그간의 습관 중에서 버릴 것을 찾기도 하죠. 이러한 변화엔 혼란스러움이 따라옵니다. 혼란스러움을 피할 순 없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혼란스러움이 과하면 힘들어 변화하기를 포기하거든요. 그래서 리추얼,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함을 찾아나서는 것 아닐까요. 반대로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 지겨움을 느꼈더라도 '도파민 중독인가' 자책하기보다는 비율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위안 삼아 봅니다. 농구를 할 때면, 한 발을 붙인 채 남은 한 발을 이리저리 돌려 공격할 곳을 탐색하는 것처럼요.
님의 현재 삶에서 반가움과 지겨움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나눠져있나요?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니, 애초에 무엇을 해야 할지 의문스러울 때, 이 질문과 문장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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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회고전(~8.28까지)을 다녀왔습니다. 화가나 ‘개념미술’이 낯설었음에도 전시회에 간 것은, 검색된 작품들이 너무 예뻤거든요. '이토록 알록달록에 진심이었나' 되새기며 열심히 보고 찍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자동차 도색한 것처럼 색이 너무 매끈하게 빠진 거죠. 프린트물인가 싶어 설명을 보니 ‘알루미늄에 아크릴’이라 돼 있었습니다. 보통은 캔버스천에 그리잖아요. 그런데 화폭을 바꾼 건, 색상을 처음 그대로 보존할 방법을 찾다가 나온 선택이라고 합니다.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자화상(위의 사진)은 디지털 캔버스에 그리고, 검은 윤곽선 사이사이의 색 배합을 다르게 지정해서 한 작품에 수백만 가지의 색상 조합이 나오도록 했답니다. 디지털 세대가 출현했으니 예술도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라고요. 이런 노력 덕분이겠죠, 70년대 작품이 마치 지금 것인 양 모던한 멋을 풍기는 것은.
한편,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저 혼자 숙연해졌습니다. 이분이 80대거든요. 슈퍼스타가 된 예술가라면 이제 기존 스타일을 고수해도 될 텐데, 계속 노력 중인 겁니다. 이분의 절친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AI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냥 하지 말라>에서 말하는 ‘현행화’란 단어가 떠오른 건, 직업병일까요? ‘현재’를 유지하는 게 혁신이라던 말이 어떤 뜻인지, 노작가의 거침없는 발랄함을 보며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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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시선'에 비비안 마이어를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한 사람의 시선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인물, 건물, 사물, 풍경, 셀피 등 그녀의 시선이 머문 그 순간의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비비안 마이어를 보여주고 있었달까요. 이 전시회에서는 270여 점의 사진과 영상 및 음성 자료, 그녀의 소품 등을 볼 수 있는데요,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필름으로 10만 통, 사진으로 15만 장. 생전에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고 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는지 하고요. 전시를 보러 가기 전 그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다뤄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분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영화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를 보면 그녀의 작품을 영화를 함께 보시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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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평소 전시회 관람을 즐기시나요? 어쩌다 보니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전시회를 두 군데나 소개해 드렸습니다. 전시회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경험하고 그때 얻은 영감을 잊지 않으려 기록해 둔답니다. 앞으로도 님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 전시나 공연이 보이면 다녀올게요. 님도 알고 계신 일정이 있다면 책돌이에게도 알려주세요.
책돌이 편지는 매주 수요일 오전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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