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뉴스]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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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02. 오후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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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마리씩 구피 사냥, 닷새 동안 이어져
척추동물 중 새 이어 물고기도 먹이 목록에



체온을 높이려고 농로나 등산로에서 나와 아침 햇살을 쬐는 사마귀가 많이 눈에 띈다. 커다란 집게발을 가지런히 앞에 모으고 뒷발로 선 이런 모습을 보고 서양에서는 ‘기도하는 벌레’로 부른다. 그러나 곤충계 최고 포식자인 사마귀의 집게발은 먹이를 움켜쥐어 꼼짝 못하게 한 뒤 날카로운 입으로 물어뜯는 공격무기일 뿐이다.

사마귀는 주로 곤충과 거미를 먹이로 삼지만 먹이 목록에는 다양한 척추동물이 올라 있다. 작은 새를 비롯해 도마뱀, 개구리, 생쥐, 뱀, 거북 등이 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우연한 일화이거나 사람이 인위적으로 가두어 싸움을 붙이는 방식으로 얻은 결과여서 자연 상태에서도 그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연 상태에서 확인된 사마귀의 먹이 척추동물은 작은 새이다. 예컨대 벌새는 사마귀보다 몸무게가 가벼운데, 종종 사냥감이 된다. 참새목의 작은 새들은 새 그물에 걸린 상태에서 사마귀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관련 기사: 새 사냥하는 사마귀, 자연에 고정관념은 없다).



사마귀가 물고기를 의도적으로 사냥한다는 관찰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3월 인도 카르나타카의 한 옥상정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높이 5m의 이 옥상정원에는 15개의 대형 화분과 함께 도기로 만든 지름 58㎝의 소형 연못이 있었다. 수련과 물상추가 심겨진 이 수반에는 약 40마리의 구피가 헤엄쳤다. 인도 박쥐보전 트러스트 활동가인 라제쉬 푸타스와마이아는 길이 5.6㎝의 사마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수반 위 수초 잎에 오르더니 물속에서 헤엄치던 열대어 구피 한 마리를 낚아채는 것을 발견했다.

사마귀의 구피 사냥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닷새 동안 이어졌다. 처음 나흘 동안은 하루 2마리씩을 사냥해 모두 9마리의 구피를 잡아먹었다. 이 옥상정원은 반 자연 상태여서 나비, 거미, 말벌 등 사마귀가 사냥할 만한 다른 사냥감이 흔했다.



인도와 이탈리아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메뚜기 연구 저널’ 최근호에 이런 사실을 보고하고, 몇 가지 논점을 제기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무척추동물 한 마리가 물고기 군집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실제로 사마귀 한 마리가 며칠 사이에 수반의 구피 가운데 4분의 1 가까이를 잡아먹었다. 구피는 물벌레를 먹이로 삼기 때문에 사마귀의 구피 포식은 수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연구자들은 또 사마귀의 사냥이 저녁 6시 반부터 밤 12시 반까지 사이에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곤충의 겹눈은 움직이는 물체에 잘 반응하고 낮에 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통념과 어긋난다. 연구자들은 “사마귀의 시력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마귀가 언제 어디서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지 알고 잇달아 찾아오는 행동에 비춰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특정한 장소에 잡기 쉽고 영양가 풍부한 먹이가 많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 포식자의 적응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 부분은 앞으로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attiston R, Puttaswamaiah R, Manjunath N (2018) The fishing mantid: predation on fish as a new adaptive strategy for praying mantids

(Insecta: Mantodea). Journal of Orthoptera Research 27(2): 155 158. https://doi.org/10.3897/jor.27.280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한겨레 전문기자ecothink@hani.co.kr

현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로, EBS <하나뿐인 지구> 진행(2005년)
<환경과 생명의 수수께끼>, <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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