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우리 고양이 보실래요? (사진 有)🐱 <고양이 집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 〈고양이 집사〉 🐱

오늘의 큐 💡

Q. 우리 고양이 보실래요? (사진 有) 🐱

원래 고양이 자랑할 땐 사진 필첨!이 예의인 거, 다 아시죠? 회사에서, 아니면 학교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침대 위에서, 이래저래 지쳐있을 여러분을 위해 인디즈 큐가 '우리' 고양이 자랑 좀 하겠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냐고요? 아니요, 앞집에서 밥먹고 옆집에서 잠자며 살아가는, 우리 동네 고양이들이에요.

예전에는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고양이들이 '길고양이'로 불리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돌봄이 있었는데요. <고양이 집사>를 만든 이희섭 감독과 조은성 프로듀서는 '길고양이'를 넘어 '동네고양이', 더 나아가 그냥 '고양이'로 불릴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를 향한 섣부른 애정표현으로 위험에 노출시키기 보다는 따뜻한 무관심, 꾸준한 돌봄을 당부해주시기도 했는데요. 단지 귀여운 눈요깃거리가 아닌, 동네주민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봐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고양이 집사>를 본다면 더욱 잘 알 수 있을 거예요. (리뷰 밑에 진짜로 사진 有)

<고양이 집사>와 함께 보면 더 생각이 많아질 또다른 추천작, 김보람 감독의 단편작 <개의 역사>입니다. 서울의 어느 작은 마을, 공터에서 살아가는 늙은 개에겐 어떤 역사가 있을까요. 개 대신 사람들에게 질문을 시작한 김보람 감독은 하나하나 이야기 조각을 꿰어나갑니다. 단지 귀여운 존재가 아닌, 살아가는 존재를 우리는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세상의 모든 동물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고양이 집사〉 리뷰:

고양이는 세상을 구해, 집사는 고양이를 구할게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다. 하지만 길에서 태어난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눈치채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를 가진 이 문장은 길고양이 인식 전환 캠페인의 캐치프레이즈다. 텀블벅 모금을 통해 이 메시지를 영상 광고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영화 제작진이 있다.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와 소위 '집사' 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집사>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 집사> 작업에 참여한 제작진이 텀블벅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 중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고 한다. 우리는 고양이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문장을 글의 제목으로 빌려 적어 보았다. 세상을 구하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 <고양이 집사>는 어떤 결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의 제목은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집사>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는 것이다. 사람은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빛난다고 했던가. <고양이 집사>에 등장하는 중국집 사장 부부, 바이올린 가게 사장님,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성남 고양이 쉼터장 등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를 아끼고 보듬는 순간들은 빈틈없이 빛났다. 집사들은 굶는 고양이들이 안쓰러워 동네 골목골목 사료를 배달해주기도, 연휴에도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을 위해 가게를 열기도, 재개발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공사 현장에 거듭 찾아가기도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고양이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공존의 방식은 어디 하나 다정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집사들이 고양이들을 구하는 동안 고양이들도 러닝타임 내내 귀여움으로 세상을 구하느라 나름대로 바쁘다. 카메라 렌즈 위에 앞발을 올려두고 그루밍을 하는 레니, 바이올린 가게 아저씨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레드, 온 동네 골목을 배회하며 다른 고양이들에게 시비를 거는 조폭이,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고양이들이 영화를 한층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히어로들이다. 영화의 매력은 고양이들이 만들어낸 우연한 장면들이 쌓여 배가된다. 다양한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작은 세상을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는 카메라가 선물하는 감정은 예상 밖의 것이기에 즐겁다.

<고양이 집사>의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손글씨처럼 연출된 제목과 자막의 서체, 그리고 내레이션을 맡은 임수정 배우의 부드러운 목소리 같은 요소들도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세심한 조각들이 모여 완성된 다정다감한 영화 <고양이 집사>. 동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세상 속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하다.

-인디즈 14기 박유진

리뷰 전문 보기

<고양이 집사> 주요 등장묘 간단 소개 🐈

레드 붙임성 좋은 동네 애교쟁이. 바이올린 아저씨를 좋아함.

조폭이 골목대장. 매일 쌈박질을 하지만 레드에겐 친절함.

그레이 주민센터 터줏대감. 복실복실한 털이 매력포인트. (털찐 것임)

레니 아름다운 목소리 보유. 사람으로 치면 배우 임수정. (영화 보면 알 수 있음)

'귀여운' 존재 이전, '있는 존재'

<고양이 집사> 제작진도 이야기했듯, 사실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필요한 건 이마를 쓰다듬고 떠나가는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무심하고 안전한 생활공간일 거예요. 동물 영상은 귀엽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몇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실존하는 그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김보람 감독은 아무도 모르는 듯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동네의 늙은 개에 대해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아는 개의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그건 동시에 그 사람과 마을의 역사기도 합니다. 오늘의 또다른 추천영화, 김보람 감독의 <개의 역사>입니다.

어쩌면 현대사는 곧 도시의 확장사인지도 모른다. 비극사도 희극사도 그 결에서 펼쳐지는지도. 사람에게도 낯설 만큼 빠른 속도로 도시는 넓어져 가고, 그 삭막한 곳을 비집고 버티면서 터전을 찾아야 하는 동물들이 있다. 어리지도, 곱게 단장되어 있지도 않은 그런 동물들. 그들의 사랑스러움을 보는 눈은 어떤 이들에게만 마법처럼 찾아온다. 그렇게 그들에게 기꺼이 한 뼘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 영화 <고양이 집사>는 그들을 담았다. 반면 그들을 적대시하는 사람들도, 또한 무심하게 지나치며 그들을 보되 보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 한 켠에 그림자로 어른거린다. 그리고 여기, 고양이 여러 마리와 마을 몇 곳 대신 한 마리의 개와 한 사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마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거기 있다, 는 것을 작은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 단편적인 정보와 추측으로 바라보는 대상, 백구가 어디서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찾아가는 영화, 김보람 감독의 <개의 역사>다.

옥상에 사는 개, 다리를 저는 개 백구. 그리고 자리를 옮겨 가면서도 꾸준히 백구를 돌보던 대관령 슈퍼 아저씨. 카메라를 들고 자기가 무엇을 찍는지 설명하는 김보람 감독에게 각자의 생각을, 입장을 들려주는 다양한 사람들. 결이 다른 느낌으로 오늘의 동물들을, 동물 곁의 사람들을,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개와 고양이의 귀여움을 부르짖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정말 필요한 손길은 왜 늘 부족할까? 동물이 밀려나는 자리에서 사람은 잘 버틸 수 있을까? 고양이도 개도 많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만큼 생각도 많아진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어쩌면 크게 애틋해하는 마음이 아니라, 있는 존재를 그냥 있는 존재라고만 받아들여주는 단순한 마음인 것도 같다. 사람 이름과 고양이 이름이 두루두루 펼쳐진 <고양이 집사>의 엔딩 크레딧처럼, ‘개는 개고 나는 나지’ 말하면서 개를 돌보는 <개의 역사> 속 아저씨처럼.

-인디즈 14기 정유선

💡 김보람 감독의 <개의 역사>는 퍼플레이에서 관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