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31 I 2021.09.16
벗 안녕? 오랜만이야. 2019329일 하루에만 신생아 3명이 버려진 채 발견됐어. 신생아가 발견된 곳은 무궁화 열차 화장실, 인천 주택가 골목길 화분 안, 교회 앞. 아기들은 왜 버려졌을까? 엄마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김승섭 고려대 교수(보건정책관리학부)가 쓴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 언급된 루마니아 사례를 소개할게. 루마니아는 1966년 임신중절을 금지했어. 시행 후 4년 동안 신생아 수와 함께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의 수도 늘었다고 해. 아이들의 열악한 상황은 유아사망률 증가로 이어졌고, 저소득층 여성들은 위험한 임신중절 방법을 택했어. 불법시술 탓에 매년 500명이 목숨을 잃었어. 결국 루마니아는 임신중절 금지법을 폐기했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를 보면 임신을 경험한 여성 10명 중 2명이 인공임신중절을 했어. 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론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 지장'이 34%,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33%로 1위와 2위를 차지했어눈에 보이진 않지만, 주위 많은 여성이 위기 임신상황에 놓여있고, 사회·경제적 이유가 크다는 걸 알 수 있어.

올해 11일 낙태죄가 폐지됐지만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야이번 호에선 낙태죄폐지 후 8개월을 돌아보고 남은 쟁점과 과제를 짚어보려고 해. 새로운 법안을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여성의 자기 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 봤음 좋겠어
 
📣 공지사항 있습니다 
1. 다음주는 추석 연휴라 휘클리도 휴간할 예정이야. 연휴 잘 보내고 9월30일에 만나! 
2. 이번 호는 팀휘클리 2호와 휘클리 본체 <한겨레> 신입사원들의 콜라보로 만들었어. 십시일반 손을 보태준 요원들의 이름은 고병찬·박강수·박지영·신현욱·장현은·최혜림(기자직), 석호준·심선후·유제완·최수연(경영직)이야. 아마도 대부분 휘클러일 거구 앞으로 휘클리를 통해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요원들이기도 하니 따뜻하게 환영해줘. ⸝⸝• ̫•⸝⸝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삶을 바꿨을까?
  2. 안 읽으면 손해다: ‘젠더 개정판’…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外
  3. 톡톡, 휘클러: 하직인사 드리옵니다

'낙태죄' 폐지 후 여성의 삶은 달라졌을까?
💬 줄거리 

헌법재판소는 2019년 411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어. 헌법불합치는 당장 법을 폐지해야 하는 위헌과는 달리 관련법을 정해진 시간까지 개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거든.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잉 침해해 위헌이므로 20201231일까지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주문했어.👉기사보기 

안타깝게도 법을 개정하지 못한 채 올해 11일 임신중지 처벌법(낙태죄)은 폐지됐어. 그리고 9개월이 흘렀어. 66년 만에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임신중지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해. 정부가 지난해 10월 관련 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거든. 폐지된 낙태죄 법을 대체할 법안이 없는 '입법 공백' 상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

여성들은 여전히 음지에서 임신중절약을 구매하고, 임신중지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병원마다 제각각이야. 의료계에선 선별적 낙태 거부를 선언한 상황이라 찾아간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할 수도 있고 말야. 낙태죄 폐지 후 여성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현행 낙태제도와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 남은 쟁점과 과제들을 정리해볼게
📂낙태죄 역사
  •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1953 형법에 '낙태 처벌' 조항이 포함됐는데,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됐어. 한국전쟁으로 인구가 줄면서 부강한 나라를 위해선 4천만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국가주의적 사고가 힘을 얻었던 거야
  • 1961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임신 초기 여성에게 임신중절시술비를 지원했어. 영구피임 시술과 임신중절을 해주는 낙태버스를 농촌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도 했다고 해. 정부가 임신중지를 독려한 셈.
  • 1973엔 제한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이 만들어졌어. 이후 산아제한 정책 아래 암묵적으로 진행됐던 임신중지 처벌은 1985대법원의 판결로 부활해. 당시 대법원이 의사의 낙태 시술은 사회 상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거든.
  • 2010년  임신중지를 해준 혐의로 기소된 후 조산사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 2012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합헌이라고 결정했어. “생명권이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지
  • 2017 임신중절 시술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2019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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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낙태죄 법'은 크게 두 가지, 형법과 모자보건법이야해당 형법은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69조(자기낙태죄)와 낙태를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한 270조(동의낙태죄)야. , 모자보건법 제14조에 규정된 예외사유에 해당할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돼. 예외 사유는 4가지야. ①본인이나 배우자가 정신장애나 신체·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②강간이나 준강간에 따른 임신 ③혈족이나 인척간 임신 ④임신이 엄마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죄 개정안' 주요 내용과 쟁점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낙태죄 개정안(형법 개정안)은 모두 6개야‘임신중지 허용 사유’는 모자보건법에서 형법으로 옮겼어. 기존 4가지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경우’가 개정안에 추가됐어. 6개 형법 개정안과 더불어 임신중지 관련 추가 조항들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같이 제출돼 있어.
  • 더불어민주당(권인숙·박주민안), 정의당(이은주안): 형법의 낙태죄 완전 폐지
  • 국민의힘 조해진안: 6주 미만 태아에 낙태 허용
  • 국민의힘 서정숙안: 10주 미만 태아에 낙태 허용
  • 정부안: 14주 미만 태아에 대해 낙태 허용. 24주 이내라도 특별한 사유 허용👉형법 개정안 👉모자보건법 개정안

①임신중지 시점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시점은 낙태죄 개정안의 주요 쟁점이야. 정부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이 임신중지를 인정하고 있어. 일부 산부인과계는 10주, 헌법재판소는 22주로 보고 있어.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그전까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어. 법조계에선 이 시점을 24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임신 24주 이내의 태아는 자궁에서 나오면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전까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거지.
단, 임부와 태아의 건강상태와 조건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일괄적으로 임신중절 허용 주수를 정하는 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휘클리주: 임신는 3단계로 나뉘어. 초기(마지막 월경 시작일~14), 중기(14~28), 말기(28~40)

②의사의 진료거부권 명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어. 대신 거부할 경우 임부에게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한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의무는 아냐. 미국과 스위스, 노르웨이는 의사가 양심적 이유로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임신중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의무를 부여했거든.

🔥이 조항이 왜 지적받고 있냐면, 상담기관을 안내받고 다른 의료기관을 찾는 시간 동안 임신중지 시기가 지연된다는 거야. 특히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임부들은 더욱 신속한 진료를 받기 어렵겠지?
 
③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경우가 추가됐지만 조건이 붙었어. 이 이유로 임신중지를 할 경우 국가가 지정한 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가지도록 했어

🔥여전히 여성의 선택에 국가 허락이 필요하다는 틀이 유지되는 것으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프랑스에선 여성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임신중단을 지체시킨다며 숙려기간을 폐지했어.
 
④미성년자에게 '제3자 동의' 요구
모자보건법 개정안 제14(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사의 설명 의무)을 보면 만 16살 미만 미성년자가 임신중지를 해야 할 때 법정대리인의 폭행·협박 등 학대로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공적 자료를 상담사실 확인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어

🔥결국 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임신중지가 가능하다는 얘기잖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와. ‘16을 기준으로 한 근거가 없는 점도 논란이야.

⑤인공임신중절약 도입
국내에는 임신중지 효능·효과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없어. 국내 제약사 현대약품이 식약처에 미프진의 국내버전인 경구용 임신중지약 미프지미소’의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야. 식약처는 ‘가교 임상시험’ 없이 바로 허가를 내릴지 검토하고 있어

🔥이미 임신중지 약물 성분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약물인 만큼 부작용 등 안정성 검증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와
휘클리주: 가교임상은 글로벌 임상 시험을 거친 의약품이더라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시 임상시험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 보2~3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참고할 만한 기사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캐나다
1988년 캐나다 대법원은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렸어이후 임신중지의 사유나 기간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지 않아 낙태죄 처벌조항은 완전히 사라졌어
🌎아일랜드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2018년 임신중지를 허용했어. 국민투표에서 66.4%의 찬성 여론을 바탕으로 통과됐어. 여성이 원할 경우 12주 이내, 산모나 태아가 위험한 경우엔 24주차까지 허용하고 있어.
🌎미국
미국은 주마다 임신중지 규정이 다르지만 텍사스를 제외하곤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는 없어. 1973년 ‘로우 웨이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여성들에게 낙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거든. 근데 9월1일 텍사스 주에선 ‘심장박동법’이 발효된 거야.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부터는 임신중지를 할 수 없다는 건데, 산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시점이 임신 9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는 셈이야. 미국 법무부는 '헌법에 대한 공개적 저항'이라고 비판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고, 공화당은 다른 주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맞서고 있어.
🌎멕시코
97일 멕시코 대법원이 임신중지를 형사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어. 대법관 10명 만장일치로 말야. 인구 10명 중 9명이 가톨릭인 멕시코에서 진보적인 결론이 나온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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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물어봤다

<한겨레> 젠더팀 임재우 요원에게 임신중지를 둘러싼 궁금증을 물어봤어. 남성인 임 요원은 임신중지 이슈를 취재하면서 임신을 한 여성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  

휘클리: 재우요원, 먼저 헷갈리는 용어부터 물어볼게. 낙태와 임신중지, 임신중단은 같은 말이야? 다른 말이야?
재우 요원:낙태죄할 때 쓰이는 낙태는 말 그대로 태아를 떨어뜨린다는 뜻이야. 여성계에선 낙태 의미가 부정적인 가치판단을 전제하고 여성을 낙인찍는 표현이라고 비판하면서 임신중지임신중단’ 같은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대체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한겨레> 젠더팀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해서 낙태 대신 임신중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 ‘낙태죄로 일컫는 형법 제269조나 제270를 이야기할 때 한정해서 낙태죄란 죄명을 인용하고 있어.
 
휘클리: 올해부터 낙태죄 폐지됐잖아. 그럼 병원에서 임신중절 수술해도 처벌받지 않는 거야?
재우 요원: . 헌법재판소 판결로 낙태죄조항이 무력화됐으니까, 수술한 여성이나 의사는 처벌받지 않지. 형법에 낙태죄가 존재했을 때도 예외사유는 임신중절 수술이 가능했잖아. 다만 임신중지에 따른 상담과 의료지원 절차가 담긴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표류 상태라 의사에 따라 임신중절 수술 등을 거절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비용도 병원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혼란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휘클리: 정부의 형법 개정안을 보면 예외를 두긴 했지만 14주 이상의 경우, 결국 낙태죄 다시 남겨두겠다는 거 아니야?
재우 요원: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여성계에서 정부안 중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야. 형법에 낙태의 죄를 그대로 유지한 채 14, 24주라는 주수 제한을 둔 게 정부안이야. 뒤늦게 임신중지를 택해야 하는 여성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는 거지. 장애나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았거나, 수술에 필요한 돈이 없어서 임신중지를 미룬 여성들도 임신 24주가 넘어 임신중지를 하게 되면 실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거야.
 
휘클리: 지난해 말 유엔인권이사회 여성·건강권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에 낙태죄 폐지를 권고하는 공식 서한을 보낸 것도 임신 주수 제한 때문이야?
재우 요원: 맞아서한의 핵심 내용은 여성이 임신중지로 인해 처벌돼선 절대 안 된다는 거야. 정부안은 합법적 임신중지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임신중지를 하는 여성들에게 낙인을 찍는 결과를 낳는다는 거지. 이들은 정부안에 담긴 의사의 진료거부권, 의무화된 숙려기간 등도 삭제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어. 정부안이 임신중지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확인시켜준 셈이야.👉기사보기 
 
휘클리: 개정안들이 처리되기 전이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텐데. 시급하게 논의돼야 할 과제는 뭐가 있어?
재우 요원: 임신중지가 올해로 비범죄화되기는 했지만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아. 특히 여성계는 법 개정 전이라도 정부가 일반인들과 의료진들을 위해 정보제공체계를 마련하고, 임신 초기에 효과적인 임신중절약(미프진)을 품목 허가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임신중지를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낙태죄 없는 세상’ D-1, 새로운 세계서 풀어야 할 숙제들
 
휘클리: 일반인들과 의료진들을 위한 정보제공 체계?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야?
재우 요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거야. 임신중지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통로가 없다 보니, 일반인들이 수술하면 재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등 가짜뉴스에 손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병원약국 찾기 서비스와 같은 기존 사이트를 이용해 임신중지가 가능한 필수의료시설 등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들이 제안되고 있어.
 
휘클리: 임신중지를 건강보험 급여화해야 한다는 건, 그동안 임신중절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거야?
재우 요원: 아직은 전과 마찬가지로 일부 임신중절 수술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성폭행이나 혈족임신과 같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특별한 경우에만 정부에서 수술비를 지원해. 나머지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수술은 비용을 여전히 당사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해. 그렇다 보니 비용도 병원마다 30만~100만원 등 제각각이야
 
휘클리: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왜 임공임신중단 약물과 수술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반대하는지?
재우 요원: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중지’는 건강보험법의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야.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월엔 미용성형 수술도 합법적인 의료서비스지만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기도 했어. 임신중지를 미용성형에 빗대면서 급여화할 필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 거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수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돼 수술하는 병원을 더 찾기 어려운 환경이 될 거라고도 주장해.  
 
휘클리: 미용성형?? 여성계에서 반대했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이야?
재우 요원: 임신중지를 미용성형에 빗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절박한 상황을 지나치게 경시하고 사소화하는 발상이라는 거야. 출산과 유산, 난임시술도 질병은 아니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고, 하물며 남성의 여성형유방증 수술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임신중지에 건보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거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 임신중절 수술을 한 여성 중 81.6%가 의료비용 부담을 호소했어. 중절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 수술에 대한 적정 수가는 이 가격'이라고 국가가 공표하는 셈이라 병원이 자의적으로 수술비를 책정하는 관행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돼. 
 
휘클리: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절약 도입에도 반대한다며? 왜?
재우 요원: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논리야. 현대약품이 허가 신청한 임신중절약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1정 + 미소프로스톨 4정으로 구성돼 있어.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만 사용하면 임신중지 실패율이 20~40%에 이르지만,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사용하면 성공률이 90~98%까지 올라간다고 해. 그런데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중지를 허가한 다른 나라에서도 미페프리스톤 단일제를 사용하지,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쓰는 경우는 드물어서, 병용요법에 대한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휘클리두 가지를 함께 복용하는 게 위험한 건 아냐?
재우 요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권고하는 임신중절약(미페르펙스) 복용법을 보면, 알약 형태의 미페프리스톤을 물과 함께 먹은 후, 24~48시간 이내에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도록 하고 있어.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기관도 복용 시점을 조금 달리해 두 약물을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거지.
 
휘클리: 낙태죄 대체법안 입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현재 계류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는 거야?
재우 요원대체입법에 대한 국회 논의는 9개월이 되도록 거의 전무한 상황이야. 워낙 여성계, 의료계, 일부 기독교계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뜨거운 주제여서 에 민감한 의원들은 논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거지. 지금으로선 국회의 기한 없는 입법 방기 탓에 법안 통과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야.

휘클리: 미프지미소는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언제부터 자유롭게 사서 먹을 수 있는 거야?
재우 요원: 아직 가교임상 가능성 등이 남아있어서 올해 안에 품목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품목허가를 얻게 되면 한국에서도 임신중절약을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돼. 더 이상 해외 불법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위민온웹과 같은 국외 시민단체릍 통해 임신중절약을 구할 필요가 없는 거야. 다만 복용 전후 산부인과 의사 등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검진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런 절차는 품목허가 상황이 진전되면 같이 논의될 것으로 보여.
 
휘클리: 임신중지와 관련해서 다른 나라 사례 중에 우리나라에서 적용하면 좋을 게 있을까?
재우 요원낙태죄가 폐지된 지 올해로 33년이 된 캐나다 사례는 주목할 만 해. 주수 제한이나 사유 제한 등 임신중지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캐나다의 임신중절률은 한국보다 낮다고 해. 2018년 기준으로 캐나다의 임신중절 건수는 85000건이고, 15~44살 사이 인구 1000명 기준 11.7%인데, 한국은 15%에 이르거든. 임신중지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임신중지가 남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별다른 근거가 없다는 것이지.
 
휘클리: 마지막으로 휘클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재우 요원: 논쟁은 복잡하지만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지에 대한 전면적인 의료지원을 주장해온 쪽의 핵심 논리는 간단해.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한 사안은 자신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 낙태죄의 역사는 여성의 몸을 인구관리의 대상으로 삼아 통제해온 인류의 오랜 흑역사와 일치해. 비단 임신을 한 여성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야. 정부의 소극적 대응과 국회의 입법 방기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그 사이에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급박한 상황에 몰린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걸 이번 휘클리로 다시금 상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
기사 읽다가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때, 있다? 없다? 포털에 기사는 수백 갠데 정작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던 순간들, 있지? 답답할 땐 연락줘. 우리가 대신 물어볼게. 한겨레 편집국에서 250명의 요원이 대기중이야. 활용해보라구. 💌휘클리에 질문하기

이금이 작가의 책 <숨은 길 찾기>와 <너도 하늘말나리야> 표지 
💎 “손? 내가 잡고 싶으면 잡고 싫으면 말고” 한때는 다들 그렇게 쓰고 말하니까 몰랐던 것들, 이제는 모두 생선가시처럼 목에 걸리는 것들. 작가들과 출판사들이 이미 출판된 작품들을 ‘업뎃’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어. 달라진 성인지감수성을 반영하려구. 왜 남자는 반말, 여자는 존댓말로 번역하는 거야? 이제 독자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기 위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들 보고 있거든.  
💎 “군대, 지금은 좋아졌다”는 분들에게 벗,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 봤어? 남성들은 ‘오열’하며 보고 여성들은 ‘들어서 안다’고 생각했는데도 더 아픈 이야기라고 느끼며 봤을 것 같아. “‘이제는 좋아졌다’는 말이 ‘그러니 이걸로 충분하다’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원작자 김보통 작가를 인터뷰했어. 
💎 명절엔 육식이란 편견을 버려~올 추석에는 채식으로?  원래 한가위 전통밥상은 송편, 한과, 나물 같은 채식 중심이었어. 고기가 흔해지면서 동그랑땡과 육전이 주무대에 오른 거야. 비건 레스토랑 ‘천년식향’의 안백린 셰프, 채식요리 유튜버 ‘초식마녀’의 레시피를 따라하면 누구나 채식 명절 도전 쌉가능!  
💎 아픈 가족 돌보는 영 케어러 혹시 휘클러 중엔 아픈 부모님이나 가족을 돌봐야 하는 벗 없어? 영 케어러(Young Carer).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 청년을 가리키는 말이야. 저출생이나 늦은 결혼, 고령화 같은 인구 변화 탓에 영 케어러는 늘고 있어. 돌봄, 결국 누구의 몫일까?  

©게티이미지뱅크
💎 문제는 이슬람? 우리는 흔히 이슬람을 테러와 동일시해. 20년 전 9·11테러 이후 그런 인식은 더 강화됐고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 탈레반 치하 인권침해 상황들을 보며 다시 그런 확신을 굳히는 이들도 있을 거야. 문제는 이슬람일까? 종교학자 한승훈 교수의 글, 꼭 읽어보면 좋겠어.  
💎 M&A 프리패스 받고 공룡으로 진화한 빅테크 IT대기업, 이른바 빅테크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무한 인수합병(M&A)’이야. 경쟁자를 흡수해 영토를 키우는데 법·제도는 전통적인 산업에 맞춰져 있으니 규제할 방법이 없었어. 국내 대표적인 빅테크 카카오는 5년 동안 집어삼킨 기업이 최소 93개래. 근데, 이게 왜 문제가 될까?
💎 ‘1m 마당개’ 외국에선 징역형 ‘반려견’이 아닌 한국의 많은 개들은 짧은 줄에 묶여있거나, 좁은 철창에 갇혀서 지내. 외국에서는 어떨까?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독일, 영국, 호주, 미국 등 7개 국가의 동물보호법을 분석했는데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 꿀꺽. (>̯-̮<̯)

💎 돌고래를 괴롭히는 돌고래 관광 제주 서귀포 대정읍 앞바다에 가면 남방큰돌고래를 볼 수 있어. 그리고 이들을 괴롭히는 업체와 여행객들도 볼 수 있어. 멀리서 보면, 더 오래 볼 수 있을텐데.

여름이었다..

팀휘클리 1호를 맡고 있던 엄지원이야. 이번에 본진으로 돌아가 다시 기사를 쓰게 됐기에 휘클러들에게 하직인사를 드리려 해. 10년 동안 기사만 쓰다 뉴스레터가 뭔지도, 소통이 뭔지도 모르고 맨땅에서 배워가며 휘클리를 만들면서 실수도, 부족함도 많았는데 휘클러들이 보내주는 따뜻한 응원과 조언에 늘 힘낼 수 있었어. 
피드백이 흘러넘치는 뉴스레터가 아닌데도, 매일 아침 눈뜨면 침대에 누운 채 뉴스레터 플랫폼을 열어 레터를 얼마나 봤는지, 휘클러들에게서 새로 온 답장이 없는지 확인해보곤 했을 정도야. 휘클러들이 줬던 피드백은 휘클리가 아닌 다른 곳에 가서도 늘 기사쓰는 일에 기준으로 삼으려고 해.
1호는 <한겨레21>에서 기사를 쓰게 됐어. 부족한 휘클리를 응원해줘서 고마워. 휘클리에 '요원'으로 재등장할 날을 기대하며, 도비 1호는 해리 포터만큼 현명한 벗들의 따뜻한 조언을 마음에 품고 자유로 돌아갈게. 。゚(゚´ω`゚)゚。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벗도 아쉬운 점, 반가운 점
언제든 아래 링크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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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클리를 읽다가 질문해오신 부분들에 대한 답은 오른쪽 링크를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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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레터는 2명의 팀 휘클리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엄지원(1호) I 권지담(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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