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소식 139호


물 오염을 밝혀낸 집념의 취재 기록

안녕하세요, 라온 편집자입니다😁


최근에 본 뉴스레터에서 생수 사업이 1995년에야 비로소 완전히 합법이 되었다는 것을 보았어요. 생각보다 무척 최근이더군요. 어렸을 때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도 했는데 이제는 왠지 모를 찝찝함과 불안함 때문에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정수기를 이용합니다. 저 외에도 많은 분들이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데에 불안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수돗물 음용률이 50~70%인 것에 비해 서울의 수돗물 음용률은 36.5%에 불과하다고 하니까요. 아마 과거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등을 경험하며 쌓인 물 오염에 대한 경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기자이자 <먹는물이 위험하다>의 저자인 모로나가 유지 또한 우리가 먹는물이 안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과불화화합물(PFAS)’이라는 생소한 화학물질이 도쿄 시민의 먹는물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PFOS・PFOA로 대표되는 과불화화합물의 별칭은 영원한 화학물질입니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수천 년이 소요되기에 붙은 별명입니다. 이 화학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그대로 축적되어 신장암, 고환암, 대장암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이 물질이 탯줄을 통해 모체에서 태아로 전달된다는 것인데요. 세대를 넘어 오염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과불화화합물과 물오염을 추적하며 저자는 여러 차례 정부기관을 방문하며 자료를 요청하고 담당자와 면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정부의 부실한 대처, 정부기관의 반복되는 거짓말, 미군과의 불평등한 협정에 따른 환경 피해, 그리고 가려져 있던 오염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로써 저자는 물오염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의 심층 또한 밝혀냈습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는 물오염 사태를 고발하는 고발서이기도 하지만 투철한 기자정신이 돋보이는 취재기록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 사태를 조사하며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10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책을 편집하며 책에 담긴 일본 사회는 어쩌면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과불화화합물에 따른 오염 실태를 조사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공문서를 다루는 행정기관의 폐쇄성과 기록을 경시하는 태도, 정책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조사와 데이터의 부재 혹은 위장, 논리적인 근거 없이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내려지는 결정, 다른 나라 뒤를 쫓는 사이 잃어버리고 만 주체성, 시민들을 향한 설명을 외면하려는 책임 회피,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백……”

_<먹는물이 위험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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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쪽지📝 
책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읽고, 보고, 쓰고, 어디에 갈까요? 편집자의 쪽지에서는 그들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취향을 소개합니다. 

#초록이 읽고 있는 책_<주기율표>(프리모 레비 지음, 돌베개, 2007)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입니다. 이 책은 유대계 작가이자 화학자이기도 한 레비의 정체성이 물씬 묻어나는 에세이입니다. 주기율표의 원소 하나하나가 글의 소제목을 이루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대학 시절의 연구, 아우슈비츠에서의 노동,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후 니스 공장에서 일하며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하나의 원소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레비는 불순물이 결합해야만 생명력을 가지는 아연을 보며 유대인인 자신의 존재가 불순물과 같음을 느끼고, 얼룩 하나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파시즘을 비판하죠. 또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곳의 실험실에서 세륨을 훔쳐야 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작가의 처절한 경험을 읽으며 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기 경험을 증언하는 행위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더불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계속되는 지금, 유대인이 겪은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날개가 읽고 있는 책_<해방의 밤>(은유 지음, 창비, 2024)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은유 작가의 신간 <해방의 밤>입니다작가는 이번 책에서 자신을 쓰는 사람에 앞서 읽는 사람으로 규정지으며 자신을 만들었던, ‘해방의 밤과 그 밤을 함께 했던 책들에 대해 고백합니다어린 나이에 초보 엄마가 되었던 시절, 고단하고 소란했던 낮을 뒤로 하고 밤의 고요를 틈타 식탁을 책상 삼아 독서를 했던 그 해방의 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요즘 저와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서 주로 하는 말은 이것입니다. “ 또 잠들었네!” 아기를 재울 때만 해도 곧 갖게 될 나만의 시간에 설레는 마음 한가득이지만아기가 완전히 잠들 때를 기다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까무룩 잠이 들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작가가 경험한 해방의 밤이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작가가 그 밤에 읽어 나갔던 책들을 마음속 서가에 하나둘 꽂으며 언젠가 나만의 고요한 해방의 밤을 갖게 되길 기다려봅니다.


이달의 신간
소녀 취향 성장기
이주라 지음 | 18,800원

‘소녀 취향’이라고 불리는 여성의 서사를 분석하고 그 서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을 섬세한 시선으로 짚어낸 대중문화 비평서.
문화평론가이자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인 저자가 국내외 다양한 매체의 소설, 드라마, 영화 22편을 꼽아 여성의 시선으로 살폈다. 
먹는물이 위험하다
모로나가 유지 지음 | 정나래 옮김 |
25,000원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먹는물 오염을 밝혀낸 취재기록.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저자는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조사를 시작했다. 의문을 하나씩 풀고 진상을 파헤치는 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뉴턴과 마르크스
도이 히데오 지음 | 이득재 옮김 |
20,000원

문이과의 진정한 융합을 위해 뉴턴과 마르크스를 연결하다.
저자는 뉴턴 역학과 마르크스 가치론을 하나의 논리로 묶어 문이과를 연결할 새로운 기술관을 제안한다. 문이과를 함께 볼 때 우리는 더 넒은 학문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내게 날아든 계절
인문학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지음 |
김성현, 이제훈 엮음 | 17,000원

‘청소년’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써 내려간 소설 24편을 엮은 짧은 소설집.
사계절만큼 뚜렷한 학생들의 개성과 톡톡 튀는 생각을 담았다. 이 책으로 어른은 청소년이 바라보는 세상을 발견하고, 청소년은 또래와의 소통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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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주목하고 있는 환경 문제는 어떤 것인가요?
<먹는물이 위험하다>의 기대평이나 후기도 모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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