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2050 거주불능 지구 #이오성기자

[주말에 뭐 읽지]  2021-04-22 #53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우리에게 플랜B는 없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지음/김재경 옮김
추수밭 펴냄


이 책은 별로 놀랍지 않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새로운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21세기 기후 재난 사례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책의 장마다 비슷한 지적과 주장, 시나리오를 지치지도 않고 되풀이한다.

예컨대 이런 이야기들. 2016년 지구온난화로 러시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탄저병으로 사망했던 순록 사체가 노출되어 탄저균 감염으로 소년 한 명이 사망했고, 순록 수십만 마리가 도살당해야 했다. 세계은행은 2030년이면 36억명에 달하는 사람이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1980년부터 2010년 사이의 내전 가운데 23%는 기상 재난이 닥친 시기에 벌어졌다.
유엔은 2050년에 아프리카·아시아 등에서 기후 재난으로 난민 2억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놀랍게도,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집요하리만치 디스토피아의 미래상을 ‘수집’하면서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이렇다. 이 모든 게 ‘지금 살아 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인류가 그동안 사용한 화석연료의 85%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지금까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란 인류가 산업시대 전체에 걸쳐 자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상은 ‘한 세대가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책임은 매 순간 누적된다. 전등 스위치를 켜거나 비행기표를 사거나 투표를 잘못 할 때마다 우리 모두가 미래의 자신에게 고통을 안긴다. 2018년 어느 시점에는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전 세계 태양전지판에서 생성되는 전력량을 초월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말인가. 2017년 영국 〈가디언〉처럼 기후변화에 맞서고 싶은가? 아이를 적게 낳아라”고 선언해야 할까. 혹은 소설가 실라 헤티처럼 “출산에서 자부심을 갖는 행위는 식민지 개척에 자부심을 찾는 행위나 마찬가지다”라고 일갈해야 할까.

우리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젠가 세상이 망할 거라는 종말론을 설파하는 것처럼 난감한 일이다. 기후위기는 늘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것이었다. 잇따르는 이상고온, 물난리, 태풍,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으며 마침내 우리는 지구가 인간이 편히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다가오는 기후위기 앞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 그렇지만 허무주의에 빠지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4년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주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이 또한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이오성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갈매나무 펴냄

“불행한 지구에 행복 열풍이 불고 있다.”

저자는 전작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기저에 있는 심리를 분석했다. 이번에는 ‘행복’이다.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하는 행복 열풍과 주류 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이 ‘가짜’라고 주장한다. 물질주의 행복론과 쾌락주의 행복은 엉터리라는 것이다. 불행한 노동자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자본가 계급의 돈벌이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 결과 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조장한다. ‘소확행’ ‘워라밸’ ‘욜로’ 열풍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류 심리학이 행복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마음 챙김’ ‘힐링’ ‘치유’를 통해 개인의 평안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는 우리 사회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이번만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모든 사람을 위한 그린 뉴딜을 구축하자.”

10대 기후위기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희망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극한 공포에 빠지길 원합니다. 제가 날마다 느끼는 공포감을 여러분도 느끼길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하듯이 행동하길 원합니다.”
기후위기와 자본주의 시스템 문제에 천착해온 저널리스트가 그레타 툰베리의 앞선 일갈에 책으로 화답했다. 기후위기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린 뉴딜을 통해 더 나은 자본주의가 가능하다며 ‘인류 최대의 재앙을 인류 최대의 기회로’ 삼자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on fire’.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라는 뜻이다.

만두
박정배 지음, 따비 펴냄

“만두와 교자는 삼국에서 각기 다른 문화로 분화 발전했다.”

중국에서 만두(饅頭, 만터우)와 교자(餃子, 자오쯔)는 다른 음식이다. 만두는 반죽을 발효시켜 쪄 먹는 음식이고, 교자는 발효시킨 반죽을 쓰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만두에는 소가 없다. 중국 북방에서는 소가 없는 만두를 반찬과 함께 먹는다. 한국인이 먹는 만두는 사실 교자에 가깝다. 일본에서 만주(饅頭)는 양갱과 함께 과자로 여겨진다.
책 제목이 딱 두 글자 ‘만두’다. ‘한·중·일 만두와 교자의 문화사’라는 부제를 달았다.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음식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저자가 이 오래된 음식을 파헤쳤다. 알 듯 모를 듯 헷갈리는 한·중·일 만두의 세계를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책을 읽고 나면 왜 ‘만두’라는 일반명사를 제목으로 삼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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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분명히 저는 암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라는 인간의 전부는 아닙니다.”

나로 사는 일만큼 나로 죽는 것도 어렵다. 아픈 몸은 ‘환자’라는 정체성으로 거칠게 요약된다. 환자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정체성이 되어 존재를 납작하게 한다. 병원에서 다뤄지는 몸은 ‘덩어리’이거나 ‘부위’다. 병을 앓는 일은 혼자 해내야 하지만 투병은 함께하는 일이라 아픈 사람의 주변도 출렁인다. ‘아픈 몸’이 집과 병원 밖에서 공적인 활동을 할 때 대화는 쉽게 금기로 흐른다. 어떻게든 환자를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에 묶어두려”는 주변의 시도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만든다. 암 투병 중인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와 의료인류학자인 이소노 마호가 주고받은 편지 스무 통을 묶었다.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며 오간 편지들을 읽다 보면 ‘생의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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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방에서 만난 사람

조용한 성격에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던 C씨.
여행이라고는 '책 여행' 정도밖에 몰랐던 C씨.
그녀는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스트레스성 불안 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비슷한 성격의 친구들과 어울리면 되었던 학창 시절과 달리 다양한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회사 생활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것. 결국 회사를 그만둔 그녀는 이 책을 읽고 생애 최초의 여행을 홀로 떠나게 되는데...  │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홀로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자연의 속삭임' 전체 글 보기 >>
생일입니다. 미얀마에서도 생일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응당 자신의 생일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고 싶다며 한 독자가 후원금과 함께 남긴 사연입니다.
아시아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미얀마를 지켜보는 일, 그것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일이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집에 쌓아두었던 재활용 쓰레기를 이 날 한꺼번에 배출하지요. 공교롭게도 이번주는 지구의 날인 오늘이 분리 배출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특별한 날이라 아파트 차원에서 무슨 환경 캠페인이라도 있었냐고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으는 대형 포대가 지난주보다 한 개 더 늘었더군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더렵혀진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으로 분류해 내놓은 얼굴 모를 이웃에 대한 분노가 치미는 한편 나 또한 지구에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만 싶어지지요. 특히 과학자들은 우리가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하죠.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대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제러드 다이아몬드, <인류세:인간의 시대>에서 재인용) 같은 얘기를 듣다 보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될대로 되라' 같은 자포자기의 심정도 들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닥쳐온 파국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길어봐야 100년밖에 못 사는 인류가 최근 70년 동안 본격적으로 행성을 망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립공원을 탄생·확산시킴으로써 조류나 육상 척추동물의 멸종률을 크게 낮추는 등 행성을 보호하는 데 나름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지구의 절반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게 보호하고 다른 생물에게 양보하면 모든 생명체의 85%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름하여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윌슨 교수는 우리 스스로가 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제정치와 국제법을 통해, 그리고 기업에 대한 압력을 통해 인류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학자의 너무 순진한 낙관일까요?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좋은 시민'이 되지 않는 한, 그러니까 전등 스위치를 켜거나 비행기표를 사거나 투표를 잘못 할 때마다” 나의 선택이 미래세대에게 어떤 고통을 안길지 자각하려 노력하지 않는 한 예정된 파국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생망' 타령 따위 집어치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2021년 지구의 날입니다.

🏡<시사IN>과 동네책방이 함께 운영중인 읽는당신×북클럽’ 28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웹 지도가 새로 나왔어요. 사용해보신 분들이 편하다고 추천하시네요😊 이 웹지도는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찾아갈 수 있는 주거권역)에 있는 우리동네 책방을 단번에 찾아보고 #동네서점집으로 온라인 주문까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주)동네서점에서 특별히 만들어주셨답니다. 
 

"시사IN 책 추천 보면 다 읽고 싶어지는 마법 ㅎㅎ  제 세계를 넓혀줘서 좋습니다."
"동네서점 웹 지도 넘 좋아요, 감사합니다!"
"기억해야 할 날과 관련해 필요한 책을 추천해주셔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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