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독재자의 아들이 다시 권력을 노리고 있는 리비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대통령 꿈꾸는 카다피 차남, 분열이 퇴행을 부릅니다 

 위 사진 속 배수관은 시민군에게 쫓기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몸을 숨겼던 곳입니다. 그는 이곳에서 발각돼 시민군 병사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 10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하수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저입니다. 리비아 내전 취재 중에 카다피 사망 소식을 듣고 시르테의 현장으로 갔을 때의 모습입니다.  

 ‘42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독재자의 마지막 은신처였던 배수관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황량한 들판을 지나는 도로 아래에 놓인, 길이 약 10m의 땅굴과 같은 것이었다. 연명을 위해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던 그는 시민군 병사에게 발각되자 목숨을 구걸하며 기어 나왔다. (중략) 시민들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시민들은 “그가 일찍 죽은 게 리비아 재건에 도움이 된다” “나라도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것이다” 등의 말을 했다.’ 당시 제가 쓴 기사의 일부입니다. 위 사진은 그 기사에 붙어 있는 것입니다.

 그 ‘리비아 재건’은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민군이 카다피 세력을 축출한 뒤에 임시 정부가 들어섰지만, 곧바로 다시 내전이 벌어졌습니다. 나라가 동서로 쪼개졌습니다.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쪽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자리를 잡았고, 벵가지와 토브루크가 있는 동쪽에는 비교적 시민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정치 세력이 포진했습니다. 양 측에 군벌과 부족들이 얽혀 복잡한 전선을 형성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외세가 개입했습니다. 터키ㆍ카타르 등은 서쪽 리비아를, 러시아ㆍ프랑스 등은 동쪽 리비아를 지원했습니다. 돈과 무기가 흘러갔습니다.  

 기관총과 박격포가 불을 뿜는 싸움 속에서 수십만 명의 난민이 생겼습니다. 조악한 배를 타고 지중해를 떠돌다 목숨을 잃은 이가 부지기수입니다.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여러 나라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산유국인 리비아는 카다피 집권 시절에 이웃의 이집트나 튀니지보다 월등히 잘사는 나라였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가을에 유엔 중재로 휴전이 이뤄졌고, 통합 과도 정부가 꾸려졌습니다. 올해 12월에 총선대선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3년 전에도 비슷한 합의가 있었지만 다시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말의 선거도 예정대로 치러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민군이 목숨 걸고 쟁취하려 했던 ‘해방 리비아’는 여전히 멀리 있습니다.  

 이 와중에 카다피의 둘째 아들인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대선 도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카다피 통치 시절에 권력 서열 2위였습니다.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상태였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민주화 시위에 나선 시민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데 앞장섰던, 유혈 사태의 책임자입니다. 그는 시민군을 피해 다니다 그해 11월에 사막에서 붙잡혔고, 동쪽 리비아 정부에 의해 구금돼 있다가 2017년 6월에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사이프는 카다피 추종 세력을 규합해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나라의 분열과 혼란이 “차라리 카다피 시절이 좋았다”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이프는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재기를 꿈꿉니다.
 
 리비아에서 보듯 국가의 분열은 국민을 도탄에 빠트립니다. 알량한 신념 또는 자신과 주변 사람의 이익을 위해 '함께 할 내 편'과 '타도할 네 편'으로 국민을 갈라 적개심을 부추기는 것은 죄악입니다. 대립과 혼란의 악순환은 독재 세력의 부활이나 권력욕에 사로잡힌 선동가의 등장과 같은 정치적 퇴행을 낳습니다. 

 한국의 다음 대통령은 꼭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인물이길  바랍니다. 위 따옴표 안에 든 네 단어의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자를 만났습니다. 그 내용을 전하는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2030 1인 가구 폭증 
 20대와 30대의 1인 가구가 1년 새 95만 가구가 늘었습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이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 신규 1인 가구는 계속 생기는데 기존 1인 가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집값과 전세가의 급격한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2. 변호사 홍보 플랫폼 갈등 폭발 
  '로톡'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변호사들이 돈을 내고 홍보하는 공간입니다. 변호사 협회가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고 그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왜 문제냐고 반발하는 변호사들도 많습니다. 법률 시장 강자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 택시업계에서의 '타다' 논쟁,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의 '강남언니' 논란과 유사합니다. 플랫폼 경제 시대의 한 단면입니다.
3. 인류의 고민이 된 백신 양극화 
 곧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억 명이 됩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나라에서 대규모로 확산된 감염이 변이를 유발합니다. 전 세계에 골고루 백신이 보급돼야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선진국들도 '부스터 샷' 확보 등 자기들 상황 챙기기에 바쁩니다. 😨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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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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