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어울려 ‘나쁜 짓’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공범’이라고 부르지요. 수사기관들은 그들의 휴대전화부터 압수하려 합니다. 공범들은 공교롭게도 범행이 드러난 직후 한결같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답니다. 이런 우연이 발생할 확률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공범자들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라고 우기면 수사기관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수사기관이 범행 사실을 입증할 디지털 증거까지 확보·제시하기도 합니다. ‘×××(용의자의 이름) 보냄’ 파일, 용의자 동선이 확인 가능한 차량 탑승 기록 같은 것이지요. 이 정도 증거라면 아무리 얼굴 두꺼운 용의자라도 승복할 듯합니다. 그러나 천만에요. 공범들은 그냥 ‘정말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사실이 없는데 증거가 존재한다니 정말 당황스럽다’라며 화들짝 놀랍니다. 나아가 “정치공작이다!”라며 펄펄 뜁니다.
‘세상에 이런 시정잡배들이 있나?’라는 생각이 드시지요? 있습니다. 검사(검찰 출신)들이 피의자가 되는 경우입니다. 평소 혼신의 힘을 다해 갈고닦은 수사 기술을 피의자인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거꾸로 활용하는 모양입니다. 검찰 전문 고제규 기자는 이번 호(제739호) 기사에서 ‘검사가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폐(一廢) 이부(二否) 삼공(三工) 사백(四 Background)’이란 용어로 친절하게 정리해줍니다. 가끔 낄낄거리며 즐기는데 그 순간이 지난 즉시 세상살이가 암담하게 느껴지는 콘텐츠들이 있습니다. 이 기사가 그렇습니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내용이지만 꼭 아셔야 하는 팩트를 담았으니 일단 즐겨(?)주십시오.
고발 사주 의혹을 “정치공작”이라 주장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검찰 출신 피의자들은 ‘든든한 백’을 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에 사표를 쓰면서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는, 지사(志士)적 기개로 충만한 글을 그 검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마라. 결국 우리(검사)는 이름으로 남는다.”
〈시사IN〉은 매주 목요일 밤에서 금요일 새벽 사이에 제작을 마감합니다. 이번 호(제739호)는 11월5일(금요일) 오후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을 반영하기 위해 마감을 하루 늦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자님들께서 해량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국장 이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