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원 기자 #누운배 #리더십

시사IN북 뉴스레터 #25

본래는 독자들로부터 받은 답신 이야기로 이번주 뉴스레터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난 뉴스레터를 읽고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지킬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글 곱씹어보게 됩니다.“ 어떤 방향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것일까, 의견을 공유하고 합의하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훈훈한 소식만 전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군요. 강화된 거리두기에 혹독한 자연 재해가 겹치면서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는 소상공인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비상한 위기 상황에 정부 대응은 더디기만 합니다. 대학로에서 비영리 공익서점 형태로 책방이음을 운영해온 조진석 대표가 최근 SNS폐점을 고민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텅 빈 서점에서 이 글을 보니 착잡하다” “나도 어제 폐점을 결정했다같은 다른 책방 주인들의 글이었습니다. 도서정가제까지 갈 것도 없이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재앙이 책방들을 빠르게 잠식해나가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도서정가제 논란에 대한 여러 답신 중에는 미국에서 온 것도 있었습니다. 미국 내 비영리 언론을 돕는 기구(INN)를 운영 중인 수 크로스 대표가 보낸 메일이었습니다(한국어로 된 [주말에 뭐 읽지] 뉴스레터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았더군요, 세상에나!) 그이는 <시사IN>과 동네책방이 벌이는 콜라보 프로젝트에 경의를 표한다며,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동네책방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혹시나 책방이 문을 닫을까봐 주민들이 앞다투어 책방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면서요옆을 돌아보는 마음, 곁을 내어주는 실천을 고민하게 되는 이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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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by Pixabay 


조직은 언제 망하는가

   이혁진 지음/한겨레출판 펴      

일의 형태가 다양해졌다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회사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이라는 조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운 배〉는 ‘기업 소설’이다. 중국에 있는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배가 쓰러진다. 그 뒤 벌어지는 일을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다. 제2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데,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장강명 작가가 “한국을 온통 뒤덮은 거대한 부조리의 검은 구름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평한 작품이다.

작가는 실제로 중국의 한국 조선소에서 3년을 일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생활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칠 문장이 훅훅 지나간다. “책임이 모든 사람에게 있었으므로 어느 한 사람도 책임질 필요가 없었고, 책임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 아니었다.” “보여지기는 뭐가 보여집니까? 보는 거고 듣는 거고 생각하는 겁니다. (중략) 왜 어영부영하는 것과 예의를 착각들 하는 겁니까?”
 
소설은 기업을 무대로 하지만, 결국 조직이 어떻게 망하는지 파고든다. 조직은 언제 망하는가. “일을 일 같지 않게, 치워야 하는 쓰레기”로 만들 때, 회의 때마다 “혁신! 혁신! 혁신!” 구호 삼창을 외치지만 정작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않고 남 탓만 할 때, 리더의 말도 안 되는 지시가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기어이 실현될 때다. 여기서 ‘조직’을 기업이 아니라 정당, 국가로 바꾸어도 말이 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을 싫어한다. 절이 싫으면, 절을 바꾸면 된다. 현실에선 많은 이들이 떠난다. 그렇게 조직은 썩어간다. 모두가 일을 일답게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을 방법이 뭘까. 승진과 높은 연봉, 가족부양이 관심사인 구성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어떻게 설득해가야 좋은 리더일까. 그리하여 ‘혁신’이란 무엇이어야 하나.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사실, 우리 공동체의 삶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전혜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오늘 시작한 미래 
강남훈·송주명·안현효 지음, 다돌책방 펴냄  

“코로나19 재난은 플래시포워드다. 우리에게 미래 세계를 잠깐 보여준 것이다.”  

작은 책 속에 연이어 실린 세 학자의 짧은 글은, 코로나19를 각각 규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강남훈 교수는 ‘미리보기(flash-forward)’, 송주명 교수는 ‘방아쇠(trigger)’, 안현효 교수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논지는 같다. 그간 당연시해온 체계를 바꿔야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본론에서 펼치는 이야기는 자못 급진적인 의제로 채워져 있다. 기본소득, 토지보유세와 탄소세, 대학 무상교육, 온라인 민주주의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적었다. 강남훈 저자는 “코로나19 재난이 미리 준비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결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썼다. 저자들은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불평등 등이 불러올 변화가 전염병의 참상에 못지않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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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지음, 김고명 옮김, 롤러코스터 펴냄  

“그들은 17~19세기 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하다 다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저자는 불안정 노동을 연구하는 사회학자다. 그는 에어비앤비, 태스크래빗, 키친서핑, 우버 등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일한 78명을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을 분석했다. 그는 이 책에서 공유경제로 불리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오히려 노동자의 안정성을 무너뜨려 그들의 권리를 초기 산업사회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설명한다. 최소한의 안전망도 보장받지 못하거나, 필요 이상의 노동에 내던져진다. 각종 ‘진상’을 만나거나, 혹은 플랫폼 사업자가 갑자기 수익구조를 바꾸는 일종의 ‘피벗(Pivot:정책 변경)’을 감행한다. 하지만 파편화된 노동자는 대항할 수도, 사고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물을 수도 없다. 방대한 인터뷰와 최신 이슈에 대한 탄탄한 분석이 어우러진 책이다.  
 

미래의 서점
제일재경주간 미래예상도 취재팀 지음,
조은 옮김, 유유 펴냄 

“물건을 늘어놓고 팔던 시대는 끝났어요. 미래는 아이디어의 시대입니다.”  

중국 유력 경제주간지 〈제일재경주간〉에서 젊은 층을 겨냥해 꾸린 프로젝트팀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서점을 돌며 취재한 결과물이다. 미국·일본·타이완·중국 등 주요 도시에서 사라지는 서점과 살아남은 서점, 새로 생기는 서점을 추적했다.
타이완의 청핀과 일본의 쓰타야는 거대 자본과 결합한 모델이다.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한다. 역발상 아이디어로 살아남은 서점도 있다. 일주일 동안 단 한 권의 책을 파는 일본의 모리오카쇼텐이다. 거대 자본에 기대든, 아이디어로 버티든 모든 서점이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수익이다. ‘도시 안의 공공장소’로서 서점의 내일이 궁금한 이들에게 권한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이 모든 것은 무엇보다도 주저 없이 발걸음을 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보낸 유학 생활을 담았다. 흔한 ‘헬조선 탈출기’와는 조금 다르다. 낯선 사회에 젖어들수록 어쩐지 한국에서의 경험들이 새롭게 보인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구별 짓기’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코다(CODA: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라는 저자의 정체성은 네덜란드에서 전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곳에서도 인종차별이 존재했지만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 사이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넓혀온 저자가, 네덜란드 사회가 지니고 있는 ‘다름’의 풍성함을 사유한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라고 말하는 이유다.  
 
    동네책방과 함께하는 100일
 
내 마음에 맞는 동네책방을 골라
100일간 함께하는 랜선 프로젝트

책을 함께 읽을 수도
필사를 할 수도
그림책 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랜선으로 진행되는 만큼
평소 찾아가기 힘든 곳에 있던
동네책방이라도 
부담없이 손 내밀어 보세요😊

*마감이 사흘 남았으니 서두르세요. 
 
 

어느 날 오후, 70대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헌책방을 찾았다.  
어르신은 본인이 찾는 책이 있는지 혹시 알아봐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책 제목은 〈사랑과 인식의 출발〉  

이 책은 구라다 하쿠조가 사랑에 관해서 쓴 짧은 글을 엮어 펴낸 책이다. 
일본 초판은 1921년,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대부터 꾸준히 번역됐다. 
그런데 어르신은 하필 1963년 창원사에서 펴낸 초판을 찾고 싶다고 했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5곳과 함께 진행중인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 위에 소개한  헌책방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비롯해 <시사IN> 지면에 번갈아 새로 연재되기 시작한 다양한 책방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책방을 찾을 때도 책 읽는 독앤독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책방 문을 닫고 온라인 주문만 받는 친구책방들도 있습니다). 친구책방에 가면 [주말에 뭐 읽지]에 소개된 책📚과 <시사IN> 최신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동네책방에서 시사IN 구독을 신청하실 때는 해당 책방에 지원금이 갈 수 있게끔 책방 이름을 꼭 함께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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