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반기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매일 네다섯 줄의 짧은 일기를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가끔 빼먹은 날도 있지만 5월까지는 꾸준히 이어온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바빠지면서 손을 놓고 있었답니다. 7월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젊은 부부는 고층 주거단지에 살았다.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했고 여자는 어린 자녀를 돌보며 주로 집에 머물렀다. 남자는 퇴근길이면 공중전화에서 들러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여자는 남자가 도착할 시간을 가늠하며 식사 준비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사라졌다.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했지만 공중전화에서의 전화가 없었을 뿐인데 남자는 영영 사라져버렸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고 실종 신고가 접수는 되었지만 10년이 넘게 어떤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여자는 내내 그 집에 살았다. 마음속에 작은 의문과 불신을 품은 채로 남은 인생을 살았고 아이도 어느 덧 십대가 되었다. 아파트는 그들이 처음 입주했을 때 보다 낡았지만 여전히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속했다. 여자의 집과 마주한 건물은 아파트보다 훨씬 전에 지어진 것으로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여자의 집은 그 건물 가장 꼭대기 층과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여자는 커피를 마시는 동안 거실 창문을 보며 그저 어제 본 드라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건너편 건물에서 10년 전에 사라진 남자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10년 전 그 날부터 내내 그 곳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집의, 그러나 자신만 없는 그 집 창문의 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내내 지켜보았다. 

지금은 사라진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들은 이야기다.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고 내 식대로 받아드린 이야기를 내가 기억하는 만큼 전달하느라 얼마만치 왜곡이 되었는지도 가늠할 수 없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친구가 그저 당시 산책의 분위기에 맞게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누군가를 평생 저 정도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면 너무 사랑해서 창 두 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감각에 대해 알겠느냐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